아! 백두 아! 천지-백두산 천지 기행기
아! 백두 아! 천지-백두산 천지 기행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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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자치주. 마치 또다른 한국에 온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로 관광객을 맞는 연길에 도착한 나는 한국어 간판에 놀라고, 그곳 사람들의 우리말 솜씨에 놀라고, 우리네와 비슷한 정서에 놀랬다. 중국 연길이 그러한데 북한은 어떠할까...

중국 연길 지나 오른 백두산
빼곡한 수목·푸른 초원 '장관'


유난히도 많은 한국 관광객. 그도 그럴것이 한국인이 백두산에 오르는 통로는 이길밖에 없기 때문이리라.
연길에서 6시간이나 걸려 장백산 입구에 도착한 나는 우람한 산새에 기겁했다. 백두산으로 통하는 장백산을 가로질러 백두산 천지 입구에 들어서 우리 일행은 지프를 나눠타고 천지로 향했다.

10여분 오르는 차안에서 나는 입을 다물수가 없었다. '장관이라는 말은 이럴 때 하는 것이구나'. 아름다운 백두산은 빼곡이 차있는 나무들과 푸르른 초원, 멧돼지와 곰 등이 자유롭게 뛰어 노는 곳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초등학교 소풍 때처럼 수건돌리기며, 보물찾기를 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연학습에 너무도 좋은 곳이리라.

화산이 분출된 곳. 그래서 현무암 같은 돌들로 이루어진 천지 앞에 도달해 미끄러질 듯 미끄러질 듯 하며 단숨에 올라 바라본 천지. 카멜레온 날씨로 유명한 이곳에서 천지는 아무에게나 그 자태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구름 낀 천지를 보며 숨죽이고 있었다.

눈시리게 푸른 천지 모두 탄성
통일 그날, 북녘땅 밟고 다시 오르리


그런데... 갑자기 불어온 바람은 여유롭게 구름을 걷어갔다. 그리고 잔잔한 물결이 스치며 커다란 웅덩이에 깊고 파란 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아아! 자연스레 나온 탄성은 그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그 자태는 모두를 매료시켰다.

깊고 푸른 물. 여태껏 그렇게 파란 물은 처음 봤으며 뛰어내리고 싶다는 자살충동까지 느낄 정도로 천지는 그림 같았다. 저 멀리 보이는 북한땅에 가슴이 아리고, 그 땅을 밟아 볼 수 없음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더해간 것은 물론이었다.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대며 이 감동, 이 기쁨을 꼭 전하리라 마음먹고 내 감정을 억누르려 노력했지만 누군가 시작한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는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통일되는 날 북녘땅을 밟고 다시 오르리라. 이렇게 다짐하며 나는 천지를 뒤로했다.

지금 나는 꽃씨를 키우고 있다. 천지에서 담아온 흙에 꽃씨를 뿌려 장백폭포에서 떠온 물로 해바라기를 키우고 있다. 그 아름다운 경치보다, 그 깊은 물보다 중국 땅을 밟고 올라선 백두산 천지의 아쉬움으로 나는 해바라기를 키워낼 것이다. 통일 되는날까지.

*박준영 시민기자는 현재 전남대 학보사에서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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