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경제도, 과연 IMF졸업했나
광주경제도, 과연 IMF졸업했나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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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를 졸업(?)했다. 3년8개월만에 빚을 모두 갚아 이른바 '국가부도'의 늪을 빠져 나왔다고 한다. 그럼 광주·전남 경제는 어떤가.

광주·전남지역 중소기업들은 수출부진, 경기 침체 속에서 위축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서비스 업종은 '해볼 만하다'고 한다. 그래서 항간에는 '경기는 IMF 시대 아니다'는 말도 나온다. IMF 이후 광주·전남 경제는 부익부 빈익빈의 격차가 더 커졌다고 평가한다.

IMF 졸업했다는데 지역경제는 빈부 양극화 심각

2년전 대기업 임원으로 명예퇴직한 최모(55·광주시 북구 문흥동)씨는 위로금을 포함해 퇴직금 3억원을 받았다. 곧바로 개인사업을 벌였다가 1억원을 날렸다. 현재 소득은 나머지 2억원의 이자소득이 전부. 시중금리는 자고나면 떨어지고, 그나마 높은 금리의 금융기관을 쫓아다니지만 한달 이자소득은 100만원을 밑돈다. 4인 가족 생계 꾸리기가 팍팍하다.

인테리어 사업자 이모(50·광주시 남구 봉선동)씨는 하루하루를 자금융통에 시달린다. IMF 직전 아시아자동차 하청업을 했던 이씨는 아시아자동차 부도로 동반 몰락했다. 그 상흔이 아직도 치유되지 않는다. 담보 능력도 없어 은행 돈 빌려쓰기는 많이 힘들다.

국가부도를 지방경제라고 비껴가지 않는다. 기업 구조조정, 대량 실업, 물가 상승 등의 요인은 바로 서민 개개인의 고통으로 연결됐다.


중소제조업 자금난 위축 여전
서비스·유통 등 소비산업은 호황
수치상 '졸업'…서민 살림은 'IMF'


한국은행 광주지점이 IMF 졸업과 맞추어 조사한 '외환위기 이후 광주·전남지역 주요경제지표 추이'를 보면 광주지역 실업률은 올 1/4분기에 6.1%로, 1998년 7.9% 보다는 떨어졌지만 IMF를 맞기 전인 1997년 3.2%에 비교하면 아직도 높다. 전남지역도 1998년 4.3%에서 올 1/4분기에는 3.4%로 낮아졌지만 1997년 1.4% 보다는 높다.

광주지역 예금은행 직원수는 1997년 6,504명에서 2000년말 현재 3,775명으로 집계돼 절반 수준으로 감축됐다.

중소기업 정상가동률도 1997년 81.8%, 2000년에 73.7%로 낮아졌다. 99년엔 69.8%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경기 불황에 따라 수출 물량 감소로 생산 및 판매가 크게 줄면서 반도체산업의 가동률도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반기 호조를 보이던 자동차산업도 최근 수출이 위축되면서 기아자동차 광주공장도 하반기 생산 감축은 물론 인력 채용도 미루기로 했다.

IMF 이후 올 상반기까지 광주·전남지역에서 20억원 이상의 부도로 쓰러진 업체는 일신건설, 청전, 라인건설 등 20곳. 이중 건설업종이 10곳으로, 건설 경기의 침체를 보여준다.

반면 유통업은 다르다. 한국은행 광주지점이 지난달 광주지역 관내 기업 및 금융기관, 경제전문가를 대상으로 지역경제를 모니터링한 결과 피서철을 맞아 승용차와 RV 차량 중심으로 자동차 판매가 증가했으며, 광주지역 대형 유통업체 판매액도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10∼20대 고객층의 캐주얼 의류 및 아동·신생아용품 매출은 호조세로 나타났다.

IMF와 맞물려 광주에선 화니·가든·송원 등 지역백화점이 붕괴됐고 그 와중에 롯데백화점이 개점해, 지방에선 유일하게 국내 '빅3' 백화점 체제를 이룬 도시다. 이들 백화점 또한 호황이다. 광주시내 백화점 앞 도로는 매일 주차장이나 다름없다.

할인점도 신세계 E마트(동광주점), 롯데 마그넷이 들어왔고 E마트는 9월에 상무점을 또 낸다. 광주 충장로엔 최근 패션몰 입점이 줄서고 있다.

그래서 '광주 경기는 IMF 아니다'는 말이 나온다. 소비는 전혀 위축된 것 아니라는 것이다.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가장의 생계는 막막하다. 중소업체는 돈이 돌지 않아 시설투자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백화점 등 도소매 서비스업종의 소비산업은 호황이다.

"빈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각한데, IMF를 졸업했다고 한다. 내 살림은 아직 IMF다. 언제 또 위기 맞을 지 모른다. IMF 재수는 하지 않아야 하는데…." 하남공단에 입주해있는 영세 사업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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