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찾아 온 이들, 따뜻이 맞아줘야죠
'뿌리'찾아 온 이들, 따뜻이 맞아줘야죠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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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입양인 자원봉사자 이숙종씨>

"왜 한국사람이 한국말을 한 마디도 못해요?"
해외 입양인들이 모국인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가장 당황스러울 때가 아닐까. 비록 자신을 버린 부모가 살고 있는 나라지만, 핏줄은 못 속인다고. 그들에게 '한국'은 살아가면서 꼭 한번 밟고 싶은 땅일 게다.
그러나 '증오 반 기대 반'으로 찾아오는 한국 땅에서 그들을 맞아주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그들이 모국에서 느끼는 것은 '차가움', '편견의 벽'일 뿐이다.

'나를 버린 모국' 마음닫은 입양인들
그래도 '흔적' 더듬어 찾아 오는데
차가움·편견의 벽 느끼게 할 순 없어


지난해 가을 이숙종(24·동강대 광고홍보과)씨가 대한사회복지회에 자원봉사를 나갔다가 만난 입양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저것 말을 붙여 보려고 해도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더라구요" 그들은 복지회에서 한달 가량 묵다가 떠났으나 그들이 남겨놓은 핸드폰 번호는 '결번'이었다.
"모국에서 두려움을 먼저 느끼는 것. 그들의 눈에 비춰지는 한국의 모습이었나 봐요"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 핸드폰 번호 덕에 이숙종 씨는 '해외입양인 자원봉사자'가 됐다. 때마침 광주·전남 입양인 연대(BACK) 결성이 준비되고 있던 터라 이씨도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

BACK은 광주·전남을 다시 찾는 해외입양인을 개별적으로 돕던 자원봉사자들이 모인 곳이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 한국을 다시 찾는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요" 이씨를 포함한 1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해외입양인들과 광주·전남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해주고 있다.

그들과 광주·전남 잇는 다리역할
"모국의 정 느끼게 해주고 싶어"


"자신이 어디에 버려졌는지, 어느 곳에서 입양됐는지 알고 싶어 일부러 한국을 찾는 사람들이 참 많았어요" 인간의 본능이랄까. 비록 자신을 버린 나라지만 핏붙이를 찾고 싶은 생각에, 한가닥 희망이라도 얻기 위해 어린 시절 '흔적'을 찾아 한국을 방문하는 해외입양인들이 늘고 있다.

이씨는 자원봉사 활동을 하면서 그 '흔적'에 새삼 놀랐다. "어느 골목이나 화장실 등 우리 눈에 너무 평범한 곳에 그들의 아픈 추억이 있었어요" 입양인들의 삶이 다른 길로 접어든 길목은 부끄럽게도 우리들의 일상 너무 가까이에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2천400여명이 해외로 입양되는 등 아직 국내 입양보다 해외 입양이 많은 우리나라. 이씨는 이 활동을 하면서 "부끄러워지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국에 머무는 동안만큼이라도 따뜻한 정을 베풀려고 노력한다"고.

"우리가 먹는 밥 같이 먹고, 함께 생활하면서 한국의 진실된 내면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BACK 회원들은 통역이나 안내 뿐만 아니라 한국가정의 모습을 스스럼없이 보여주기 위해 홈스테이도 제공하고 있다. 작은 배려 하나가 그들의 '한(恨)'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는 '따뜻함'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해외 입양인연대 홈페이지 http://www.back.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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