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심문조서 사생활침해 논란
피의자 심문조서 사생활침해 논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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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왜 단순한 술값시비 조사에서도 정당 및 사회단체 활동여부, 학력 등을 묻는 겁니까?"

강모(34·광주시 북구 유동)씨는 지난 17일 새벽 3만여원의 술값 때문에 인근 파출소를 거쳐 광주 동부경찰서로 연행돼 조사 받던 중 경찰의 '사회단체 활동유무'와 재산, 종교, 학력, 가족관계 등의 질문을 받고 황당했었다고 한다. 강씨는 "비록 피의자 신분이었지만 경찰로부터 이러한 질문을 받고 내 자신의 모든 것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단순 경범에도 단체활동 가족관계 종교 재산 학력 조사

강씨는 이날 광주시 동구 황금동 모 음식점에서 동행한 일행과 술을 마시다 혼자 남아 취중에 옆 좌석 손님들과 가벼운 말싸움을 벌이다 주인의 신고로 경찰에서 '업무방해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

강씨는 "3만원 술값시비 사건과 피의자의 정당 및 사회단체 활동, 종교, 건강유무, 가족관계, 재산정도와 무슨 관련이 있어 질문을 받아야 하느냐"며 "갈수록 개인정보 및 사생활 보호권리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서 이러한 질문내용들은 아무리 수사기관의 기본적인 조사라고 하지만 심각한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를 불러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현재 경찰 및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되면 '피의자 심문조서' '인정심문'양식에 따라 누구든지 21개 항목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이 항목들은 이름, 가명 또는 별명, 성별, 주민등록번호, 현 주거지, 주소지, 성별, 본적, 집전화, 직장주소 및 전화번호, 범죄경력, 원호대상자 여부, 군대, 학력, 가족관계, 사회경력, 정당 및 사회단체 활동여부, 종교, 건강정도, 재산정도 등이다.

범죄 유형 정도 관련없이 질문 관행화

이와 관련 광주동부서 한 경찰관은 "범죄사실에 대해 양형을 할 때 참작이 될 수 있는 내용들로 인적사항을 확실히 알아야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정당 및 사회단체 경력에 대한 질문도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인정심문양식'에 의해 묻고있다"고 전했다.

일선에서 직접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한 경찰관도 "인적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로 법적인 규정은 없으며 사회단체 활동사항의 경우 범죄사실에 따라 사회저명인사는 경각성을 일으키기도 하고 자신의 봉사활동이 양형에서 참작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피의자가 진술한 인적사항 등의 개인 정보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이 법적으로 철저하게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 누설 염려는 없다"고 말했다.

"양형판단근거 불구" '개인정보누출'문제점

그러나 이러한 인적사항에 대한 내용들은 시대에 따라 범죄사실 여부를 떠나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자료로 활용돼 사상범을 탄압하거나 일부 관변단체 및 정당인사들에게 면죄부를 줬으며 학력은 또 다른 '뒷선'을, 재산정도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낳아 법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인 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또 피의자 신분으로 1차 조사에서 범죄사실과 관련 없는 인적사항들이 수사기관에 그대로 노출돼 관리된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수사기관의 관행에서 탈피해 시대의 흐름과 개인 사생활 및 정보권리 측면에서 일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즉 일방적인 수사관의 질문에 대해 '방어권 측면'에서 사용해온 '묵비권'과 달리 일방적이고 확일적인 수사기관의 인적사항에 대한 조사내용을 제도적으로 규정해 운용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피의자 선택 답변 개선"목소리

이는 수사기관의 주장처럼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라면 "수사기관이 심문조서 양식에 따라 획일적으로 물어보며 수동적으로 답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피의자 자신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양형조건을 만들어가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천지합동법률사무소 정채웅 변호사는 "지금까지 피의자 인적사항 조사에 대해 수사기관이나 법조인들이 문제의식을 크게 갖지 않았으나 성숙한 사회환경에 따라 획일적인 인적사항 질문 및 답변에서 벗어나 일부 개선 및 보완운용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대안으로 인정심문 기본요건인 이름, 주소, 본적, 성별, 전과 등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선택해서 먼저 답변토록 하거나, 인적사항 중 수사기관이 꼭 필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질문을 할수 있도록 하는 것"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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