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확대인가, 밥그릇 뺏기인가
영역확대인가, 밥그릇 뺏기인가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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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무.공증에서 부동산컨설팅.경매까지나서>
<'경매집행상담소'간판 걸고 본격업무 나서기도>


법원 경매업무에 변호사업계의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이들 업무를 수행해 온 법무사업계와 부동산업계 등 3자간의 '밥그릇싸움'이 뜨겁다.

경매, 등기 등 업무는 그동안 변호사업계에서는 '직역'밖 업무로 여겨질 정도로 취급하는 변호사들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따라서 법무사나 부동산법인들의 주요 업무로 여겨진 것이 사실.

그러나 최근들어 고유 직역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영역파괴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해 개업한 광주지방변호사회 소속 김장생변호사는 개업초기부터 경매업무를 취급했으며 최근에는 '부동산경매집행상담소'란 간판을 내걸고 본격적으로 경매업무에 나섰다.

또 법무법인 '서석'(대표 변호사 김웅렬, 박도영)도 기존 공증,송무는 물론 경매,집행,특허 등 업무다각화에 나섰고 오민근변호사는 지난 해 법무법인 한강의 광주분사무소를 맡으면서 부동산컨설팅과 경매를 취급하고 있으며 추가로 2-3곳의 변호사들도 경매업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변호사는 등기업무를 전문적으로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변호사들은 경매업무참여가 '직역확대'라는 말에 대해 "없는 업무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일축하며"경매절차대행은 변호사들만이 할 수 있는데 경매브로커들이 높은 수수료를 챙기며 정당한 소비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변호사들의 경매 등 업무에 적극 가세하자 그간 이들 업무를 취급해 온 법무사와 부동산법인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한 법무사는 '법률신문' 기고문에서 '밥그릇 싸움'이라 표현하며 "내 밥그릇을 지키기위해서는 먼저 남의 밥그릇을 제대로 인정할 줄 알고 부당하게 남의 밥그릇을 빼앗으려 덤벼들어서는 안된다"면서"우리사회에 오랜 세월을 두고 서로 존중해 온 '직역의 불가침의 법칙을 우리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나가여 한다"고 주장했다.

"브로커근절 정당한 소비자권리 되찾는 계기"주장

"남의 밥그릇 뺏기"법무사.부동산중개법인 반발


광주지방법무사회 소속 한 법무사도 "현재 법무사들은 경매대리행위는 못한 채 신청서 작성만 하도록 돼있고 변호사들과 달리 사건부를 작성하거나 납부수수료를 내고 있는 등 같은 법을 다루는 직군으로서 불공평한 처우를 받고 있다"면서"법무사들에게 부동산 입찰대리를 허용토록 한 법무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이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의 경매업무진출에 반발하기는 부동산업계도 마찬가지.

지난 2월 부동산업계는 '부동산 경매사라는 공인자격사를 신설, 법원경매나 공매입찰기일에 매수인을 대리해 입찰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부동산경매사법안을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다가 변호사와 법무사들의 강력한 반발에 무산됐었다.

현행 부동산중개업법상 중개법인이 경매등의 권리분석 및 취득알선을 할 수 있지만 입찰가격을 결정해주고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변호사법위반으로 처벌받게된다.

특히 검찰은 법원경매와 관련, 광주지검 등 전국 53개 본.지청에 전담반을 편성하고 △부동산중개업자 및 사채업자 등의 불법 경매대리행위 △경락담합 등 방해행위 △공무원의 경매정보 등 누설행위 등에 대한 집중단속에 들어가 1/4분기 현재 36명의 경매브로커를 적발하기도 해 부동산경매법인들이 잔뜩 움츠려들고 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신승남검찰총장이 차장시절부터 법원경매비리근절에 강한 의지를 보여와 이번 수사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며 이래저래 경매업체들은 고사하고 말 것이라고 울상이다.

양소순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광주시지부 사무국장은 "검찰의 중개법인단속이 결국 경매브로커 양산을 초래하게 될 우려도 있다"면서"변호사업무와 중개법인간의 명확한 영역구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경매업무를 둘러싼 3자간의 갈등이 일고 있는 것은 전국적으로 부동산경매시장이 연간 1백50조에서 2백조원에 이르는 등 폭발적인 시장성을 갖고 있고 법원경매정보 제공 사이트개설. 운영, 경매물건명세서사본 및 평가서 사본등의 사전비치와 열람허용 등으로 법원경매제도가 일반화.대중화되어가고 있기때문으로 보인다.


개업과 동시에 경매팀을 신설, 경매업무에 본격 나선 김장생 변호사는 "소송 선임건수가 급감하고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새로운 활로를 꾸준히 모색하던 변호사업계에 직역확대가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추세"라며"변호사직역이 민.형사 송무위주에서 탈피, 집행과 보존영역까지 확대되어 법률서비스를 필요로 한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토탈 서비스가 가능하다면 비로소 변호사본래의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며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어쨋든 법원경매를 둘러싸고 그동안 형과 아우사이로 일컬어진 변호사업계와 업계의 생존권싸움의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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