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3) 심화고사(尋花古寺)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53) 심화고사(尋花古寺)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7.12.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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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찾다가 꽃을 아끼는 마음으로 돌아왔네

시인은 꽃구경을 갔던 모양이다. 산에도 들에도 꽃이 피었고, 정원에도 떨기로 피어있는 꽃이었건만 어느 곳에서도 어제의 꽃은 볼 수 없었다. 시인은 ‘이제는 할 수 없지’ 하면서 사찰을 찾았다. 행여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건만 여기에도 꽃은 다 지고 없었다. 서운했지만 시인은 결코 절망하지 않았다. 다음해 좋은 시절에 꽃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 속 깊은 곳에 꽃을 가득 담고 돌아왔다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尋花古寺(심화고사) / 용재 성현

옛 절에 나비 날고 사원 찾는 사람 없어

어제 핀 꽃 찾았으나 흔적 없이 시들고

마음에 꽃을 찾았으나 아끼면서 돌아왔네.

春深古寺燕飛飛      深院重門客到稀

춘심고사연비비      심원중문객도희

我昨尋花花落盡      尋花還爲惜花歸

아작심화화락진      심화환위석화귀

꽃을 찾다가 꽃을 아끼는 마음으로 돌아왔네(尋花古寺)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용재(慵齋) 성현(成俔, 1439~1504)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봄이 깊어지는 옛 절에는 제비들이 날아들고 / 깊숙한 사원 겹 문을 찾는 이가 이제는 드물구나 // 어제 핀 꽃을 찾아보아도 꽃은 다 지고 없고 / 꽃을 찾았으나 보지 못해 꽃을 아끼면서 돌아왔네]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꽃 보러 옛 절을 찾았건만]으로 번역된다. 늦봄의 전경이 한 눈에 보인다. 남쪽으로 날아갔던 제비가 찾아 들어 둥지를 틀어야겠다고 궁리할 즈음이다. 이 무렵 한적한 사원을 찾아 꽃구경을 나와 서성이는 시인의 모습이 시적인 배경이 되고 있겠다. 자연에 흠뻑 취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시인은 옛 절에서 여러 모습을 본다. 종족번식과 안식처 마련이라는 생명 근원을 충족시키기 위해 제비가 둥지를 틀고 있었다. 깊숙한 이런 절에 사람의 발길이 잦을 리 없다. 이따금 두 손을 합장하고 지나는 객(?)이 있었다면 아마 독실한 불자나 동자 스님이었을지도 모른다.

화자는 이런 사원에서 소담하게 피어있는 꽃구경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때가 너무 늦었다. 늦봄은 봄비를 맞고 새싹의 성화에 못 이겨 여름을 불러들이기에 좋은 시기였지만 꽃이 한가하게 기다려 줄 리는 없다. 어쩌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욕이나 한 바탕 퍼부었을지도 모른다. 두리번거리며 이미 꽃을 찾았건만 꽃은 한두 잎씩 지고 없다. 서운하기도 했겠지만 꽃을 아끼는 한 아름의 마음을 품에 안고 발길을 돌리는 화자의 뒷모습이 훤히 보인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봄이 깊어 제비 날고 사원 겹 문 인적 끊겨, 어제 핀 꽃 지고 없고 꽃을 못 봐 아꼈다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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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용재(慵齋) 성현(成俔, 1439~1504)으로 조선 전기의 학자이다. 다른 호는 부휴자(浮休子), 허백당(虛白堂), 국오(菊塢) 등으로 썼다. 시호는 문재(文載)이다. 1462년(세조 8) 식년문과에 급제하였고, 1466년에는 발영시에 각각 3등으로 급제하여 박사로 등용되었다. 요즈음 흔히 쓰는 박사는 아니다.

【한자와 어구】

春深: 봄이 깊다. 한창 봄이다. 古寺: 옛절. 燕飛飛: 제비가 날다. 深院: 깊숙한 사원. 重門: 겹문. 客到稀: 찾는 객. 이르는 손님. // 我: 나. 昨尋花: 어제 핀 꽃 찾는다. 花落盡: 꽃리 다 떨어지고 없다. 尋花: 꽃을 찾다. 還: 다시. 爲: 하다. 위하다. 惜花: 꽃을 아끼다. 歸: 돌아오다. 혹은 돌아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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