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도시철도공사, 정규직 앞둔 계약직 채용 ‘잡음’
광주도시철도공사, 정규직 앞둔 계약직 채용 ‘잡음’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7.08.23 0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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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관련 업무 관계없는 응시자 선발로 청탁 의혹
도시철도 사장, 공정성 담보할 내부 제안 묵살해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광주도시철도공사가 실시한 무기계약직 채용이 불공정 시비로 입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광주도시철도공사가 실시한 역무원과 미화, 시설 등 무기계약직 37명 채용에 565명이 지원, 경쟁률이 15.3대 1을 기록했다.

특히 12명을 뽑는 역무직에는 무려 412명이 지원, 19명을 채용하는 미화직엔 107명이 지원해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채용은 비정규직 공고지만 예년과 달리 오는 9월부터 곧바로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인 탓에 지원자가 대거 몰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정규직 전환의 꿈을 갖고 지원한 취업준비생들은 경쟁률이 높아진 만큼 채용과정에서 인사 청탁의혹과 공정성 시비를 제기했다.

채용과정에서 블라인드 채용 방식으로 진행했으나, 탈락자들이 면접심사의 불공정성을 제기했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인을 겨냥한 공개채용이라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하루 200여명 면접심사로 최종 선발

광주도시철도공사는 분야별 무기계약직 35명을 채용하기 위해 1차 서류전형을 실시했다. 총 565명의 지원자 중 서류가 불충분한 2명을 제외하고 모든 지원자가 서류 심사를 통과했다.

이 때문에 인맥을 총 동원한 줄 대기, 인사 청탁 의혹 등이 제기됐고, 채용과정을 도시철도공사 사장의 독단으로 결정한 점 등으로 미루어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2차 면접 과정에는 하루에 200여명 이상의 응시자를 채점하는 면접위원이 구성되면서 변별력이 없는 면접심사로 점수를 매겼다는 지적이다.

특히 면접위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도시철도 공사 사장이 시민사회단체나 광주시의회, 광주시 인사위원회 혹은 인크루트 같은 전문기관 의뢰를 통해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내부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면접위원의 내부 직원의 경우 1급이나 본부장급 임원이 아닌 이른바 ‘자신의 말을 잘 듣는 2급 팀장’으로 대신해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추가로 서류시험합격자를 대상으로 응시자를 1차적으로 줄인 뒤 면접을 심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내부 의견 또한 무시했다는 목소리가 삐져나오고 있다.

철도 관련 경력, 전공도 무용지물

11일 광주도시철도공사는 무기계약직에 대한 합격자를 발표했으나 지하철과 관련된 전공자나 직무교육, 역무경력 등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별다른 경력과 자격증도 없는 사람을 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34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12명을 뽑는 역무직의 경우 응시자 412명에 대한 전공과목과 직무교육‧경력, 그리고 자격 및 면허증 소지 여부를 분석한 결과 철도관련 대학에서 전공을 이수한 뒤 전기차량 운전면허(기관사), 철도운송기사 등의 자격을 소지한 응시자가 무려 15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4명은 모두 불합격 시킨 반면 지하철과 무관한 디자인과 체육 관련 학과를 중퇴한 응시자를 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번 응시자 가운데 광주지하철에서 파트타임으로 3개월에서 1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응시자는 남자 10명, 여성 14명 등 모두 24명으로 집계됐으나 이 가운데 한 명만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취업준비생 김모 씨는 “철도 관련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도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도 지원해볼걸 그랬다. 괜히 힘이 빠진다”며 “이번 광주도시철도공사 채용은 비정규직에서 곧바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만큼 ‘빽’으로 합격을 결정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채용, 역이용 공정성 담보했나

이번 채용에는 정치권과 시의회, 광주시, 심지어 조합장에 이르기까지 광주에서는 꽤나 잘나가는 사람들로부터 청탁성 민원이 쇄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사청탁과 공정성 시비가 계속되자 광주도시철도공사 측은 인사규정이나 행자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당하게 서류전형과 면접시험을 거쳤으며 역무, 미화, 시설 직종은 특별한 자격요건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면접위원 선임 과정에서도 사장 독단으로 임명하지 않고, 광주를 제외한 전남·북지역 대학 교수와 지역 변호사 등으로 풀을 구성한 뒤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광주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도입, 면접관에게는 수험번호 등 최소 내용만 전달됐다. 면접을 외부 기관에 위탁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비용이 1500만원이나 돼 포기했다”며 “내년부터는 서류, 필기, 면접 등에서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5월 취임한 김성호 광주도시철도공사 사장은 애초 사장 공모에 최하위로 탈락했으나 재공모 끝에 사장에 취임했으며, 윤장현 시장의 고등학교 후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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