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6) 도솔찬가(兜率讚歌)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6) 도솔찬가(兜率讚歌)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7.02.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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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천이 하늘에 닿아 멀다고 하지들 말게

‘향가’는 중국 시나 불교 범패(梵唄)에 대해 ‘우리 고유의 시가’라는 개념으로 불렀다. 신라인들은 ‘향가’를 숭상했는데 일반에서 유희와 오락으로 삼는 도구였기에 불교에서는 대중포교의 수단으로도 사용했다. 현재 가사가 전하고 있는 것은 삼국유사(三國遺事)에 14수, 균여전(均如傳)에 11수로 모두 25수다. 일연선사께서 삼국유사를 저술하면서 주옥과 같은 향가 14수를 수집 잘 정리했는데, 도솔천이 멀지 않다고 읊어 도솔가를 찬미하는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兜率讚歌(도솔찬가) / 일연

바람도 지전 날려 죽은 누이 노자 주고

피리 소리 달 흔들어 항아를 머물게도

만덕화 한 곡조 불러 부처님을 맞아주네.

風送飛錢資逝妹           笛搖明月住姮娥

풍송비전자서매           적요명월주항아

莫言兜率連天遠           萬德花迎一曲歌

막언두솔연천원           만덕화영일곡가

 

도솔천이 하늘에 닿아 멀다고 하지들 말게(兜率讚歌)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자는 무극(無極) 일연(一然:1206∼1289) 선사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바람은 지전 날려 죽은 누이에게 노자를 주고 / 피리소리 밝은 달 흔들어 항아를 머물게 하네 // 도솔천이 하늘에 닿아 멀다고 하지 말게나 / 부처님의 만덕화가 한 곡조이니 그 노래를 맞아주네]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도솔가를 칭송하며]로 번역된다. 신라 경덕왕 19년(760) 4월 초하룻날 해가 둘이 나란히 떠서 10여일간 없어지지 않았다. 마침 월명사가 천백사의 남쪽 길로 지나감으로 왕은 사람을 시켜 그를 불러들여 단을 열고 계청을 지으라 명했다. 월명사가 이에 향가체 도솔가를 지어 불렀더니 해가 없어졌다.

[今日此矣散花唱良 / 巴寶白乎隱花良汝隱 // 直等隱心音矣命叱使以惡只 / 彌勒座主陪立羅良] 위 향가문을 양주동은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오늘 이에 ‘산화(散花)’를 불러 / 뿌리온 꽃아, 너는 / 곧은 마음의 명(命)을 부리옵기에 / 미륵좌주(彌勒座主)를 모셔라!]

이를 현대문으로 다시 풀이하면 [이를 용루에서 오늘 산화가를 불러 / 청운에 한 떨기 꽃 뿌려 보냈네 // 은근히 굳은 마음에서 우러나 / 멀리 도솔천의 큰 선가(仙家)를 맞았네]라고 번역된다.

화자는 제망매가에서 보인 것처럼 죽은 누이 노자 주며 피리소리 밝은 달 항아를 머물게 했다고 했다. 도솔천 하늘에 닿아 멀다하지 말고, 만덕화가 한 곡조가 부처님 노래이니 맞이하라고 주문한다. 불교사상이 깊이 엿보인 작품으로 시인의 철저한 종교관의 깊은 맛에 취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죽은 누이 노자 주고 피리소리 머문 항아, 하늘은 멀지 않다네 만덕화로 맞아주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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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일연(一然:1206∼1289)으로 고려 중기의 승려·학자이다. 호는 목암(睦庵), 법명은 일연(一然), 시호는 보각(普覺)이다. 1214년 해양에 있던 무량사에서 학문을 익혔고, 1219년 설악산 진전사로 출가하여 대웅의 제자가 되어 구족계를 받은 뒤, 여러 선문을 방문하면서 수행했다.

【한자와 어구】

風送飛錢: 바람이 날려 보내다. 資逝妹: 죽은 누이에게 노자를 주다. 笛搖明月: 피리소리가 밝은 달을 흔들다. 住姮娥: 항아를 머물게 하다. // 莫言: 말하지 말라. 兜率: 도솔천. 連天遠: 하늘이 연하여 있다. 萬德花: 부처님의 만덕화. 迎一曲歌: 한 곡조를 맞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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