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부지의 주역철학④
왕부지의 주역철학④
  • 이황 만암주역학연구소 소장
  • 승인 2017.01.3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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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황 만암주역학연구소 소장

왕부지의 철학은 『주역』 철학을 포함해 근본적으로 장재의 기철학을 계승 극복하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주역』에서 얘기되는 선천역과 후천역에 대해서도 부정하고 있다. 이는 사람의 의식에 의한 구별일 뿐이라는 주장이고, 하늘에 선천이 있고 후천이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원래 장재는 기일원론(氣一元論)을 주장하였는데, 여기에는 『역』이 천지의 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출발한 것이다. 『계사전』에서 언급한 것처럼 “역이 천지와 더불어 같이 하기 때문에 천지의 도를 채우고 경영하나니, 우러러서 하늘의 무늬를 관찰하고 구부려 땅의 이치를 살핀다. 그렇기 때문에 어둡고 밝음의 연고를 알며, 처음을 근원해서 마지막을 돌이켜 보기 때문에 죽고 사는 이론을 알며, 정과 기가 사물이 되고 혼이 놀아서 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귀신의 정상을 알게 된다(易與天地準 故能彌綸天地之道 仰以觀於天文 俯以察於地理 是故知幽明之故 原始反終 故智死生之說 精氣爲物 遊魂爲變 是故知鬼神之情狀)”라 한 것이다. <좀 길게 인용하였는데 한문이란 원문과 함께 제시해야 그 본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 함께 새긴 것이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것들을 다시 정리해 보자면 『역』은 ‘천지의 도’를 모두 포괄 하는데, 하늘과 땅에서 드러나는 것으로 유, 명, 시, 종, 생, 사, 정기, 혼, 귀, 신 등을 모두 포괄 한다는 뜻이 된다. 그러니 『역』이란 천지간에 미치지 않음이 없다는 결론이 아니겠는가? 다른 말로 하지면 『역』 = ‘천지’가 되는 것이다.

장재의 기론에 의한 이러한 인식에의 도달은 멀리 공맹(孔孟)에서 출발하여 송대의 북송 오자(北宋五子인 邵康節, 周敦頤, 張載, 程顥, 程頤)로 이어지는 긴 유학철학사를 잇는 결과일 것이다. 물론 북송대의 신유학은 ‘심(心)’론이나 ‘이(理)’론에 있어서 불학의 영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이론적 기초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장재는 이 모두를 ‘기(氣)’로 설명하고자 하였고, 이를 왕부지는 오롯이 계승하고 발전시키는데 일생을 바친 이다. 그의 『주역』 이해도 이 기학을 본체로 하여 이해하고자 하였다는 점에서 역학철학사에 독특한 이론을 세웠다고 할 수 있다.

기로 충만한 우주의 공간, 즉 하늘은 장재에게서는 ‘태허(太虛)’이나 왕부지에게서는 그냥 ‘충만한 기’일 뿐임을 제시한 것이다. 즉, 장재의 태허는 왕부지에게 그냥 기이며, 그 인온(絪縕)함이란 기운동의 본체가 된다는 이론이다. 본고의 『왕부지의 주역철학①』에서 언급하였듯이 태화인온지기(太和絪縕之氣)는 하늘, 즉 천의 본체가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늘과 땅이라 함은 형이하적인 말이고, 건곤이라 함은 형이상적인 의미이다. 음·양이라 하면 이는 기(氣)이고 강·유라 하면 이는 질(質)이 된다. 그래서 왕부지는 그의 『주역내전』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건(乾)은 양기의 펼침이요, 하늘은 그로 말미암아 운행한다. 곤(坤)은 음기의 응결이며, 땅은 이로 말미암아 합하여 받아들인다. 천지는 하나의 진실하고 무망한 지극한 덕이며, 태어나 화하는 주재자인 것이다. 이에 건의 운행함은 무성 무취함 가운데서 쉼이 없으며, 곤은 경계가 없이 받아들이며 예측할 수없는 남(生)의 바탕이 된다.

그러므로 그 쓰임은 지극히 현저하나 그 쓰임이 은미하여 사람이 얻을 수도 볼 수도 없다. 천존지비(天尊地卑)함에서 그 성(性)을 결정하는 필연성을 얻을 수가 있다. (하늘은) 오직 그 강건함으로써 끝없는 혼륜함 속에서 땅을 머금고 통어하며, 비록 지극히 청허하나 형체와 물질들은 모두 하늘의 부림을 받는다. 그러므로 한없이 존엄한 것이다.

(땅은) 오로지 순순히 따르기에 비록 굳게 응결하여 의거할 수 있는 실체가 있기는 하지만 무형(乾)의 빚음을 고요히 받아들이지 멋대로 하지 않으며 오직 그에 따라 변해서 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낮추고 (법칙을) 어기지 않는다. 여기에 존하고 비하는 직분에서 굳세고 유순히 따르는 덕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왕부지는 『주역』에서 건곤, 하늘과 땅에서 작동하는 모든 이치를 음양이라는 기와, 강유라는 질의 법칙성 속에서 체와 용으로 정립하고 있다. 또 이를 건곤 천지에 모두 담고자 한 것이다. 양기의 펼침은 ‘건’이 되고 음기의 응결은 ‘곤’이 된다하여 우주자연의 질서를 음양이기로 설명하려 하고 있고 이것이 왕부지의 『주역』철학이 된다.

여기에 또 다른 하나의 이론은 ‘태극’에 대한 견해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태극이라 하면 ‘천지의 본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즉 합하면 태극이고 나뉘면 음양이다. 『역전』에서도 “태극이 양의를 낳는다․․․”고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역』에서의 태극은 서법, 즉 서죽으로 점을 칠 때 쓰지 않는 하나의 부동의 대연수로 규정함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왕부지는 이를 음양이기의 합일 상태로 보며, 태화인온지기(太和絪縕之氣)로 보고 있다.

태(太)라는 것은 그것이 너무 커서 더 이상 보탤 것이 없는 상태를 이르고, 극(極)이란 이른다(至)의 의미로, 도가 여기에 이르러 다함을 말한 것이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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