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라고 했던가. 백의의 어머니들은 모두 그랬다. 어진 어머니요 착한 아내였다. 효부요, 효녀의 전형이었으며 자식 교육의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나를 닮아라가 아니라 몸소 효도의 본보기를 실천하는 모범을 보였다. 이만한 교육 모범이 또 어디 있으랴. 자식들 교육에 이만한 실천 모델이 또 어디 있으랴. 현명한 ‘아내상’을 제시했고, 율곡과 같은 자식을 길러낸 어머니이면서 친정모친에게 극진했던 효녀의 전형을 보인 신사임당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泣向慈母(읍향자모) / 신사임당
강릉 계신 모친을 홀로 두고 서울 간 길
고개 돌려 친정 보니 말문 막혀 사무치고
흰 구름 청산 휘돌며 저문 해를 재촉하네.
慈親鶴髮在臨瀛 身向長安獨去情
자친학발재임영 신향장안독거정
回首北村時一望 白雲飛下暮山靑
회수북촌시일망 백운비하모산청
흰 구름 아래로 청산만이 저물어가는구나(泣向慈母)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신사임당(申師任堂:1504~1551)으로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어머님의 늙으신 몸 임영(강릉) 땅에 계시는데 / 이 몸은 홀로 남편을 따라 서울로 간다네 // 고개 돌려 가끔씩 어머님 계신 북촌을 바라보니 / 흰 구름 아래로 청산만이 저물어 가는구나]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어머니 향해 눈물을 흘림]로 번역된다. 부모님께 극진하게 효도하는 것은 우리 윤리의 기본이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는 천여 년 동안 이것은 국민윤리의 기본이었다. 주자학의 기본이 효행이었고, 바이블격인 사서삼경에는 부모에 대한 효성이 그 바탕의 주종(主從)을 이룬다. 우리 선현들이 쓴 시문에 효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 상당한 양을 차지한다.
이런 사회 도덕적인 바탕 위에 시인은 삼부(三婦)의 덕(德)을 고루 갖춘 상징적인 여성상이었으니 부모와 지아비 그리고 자식에 대한 정성은 남달랐다. 거기에다 시문과 서화에도 능통했다. 위 시문에서도 남편을 따라 친정 강릉(임영)을 떠나 한양으로 향하는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음을 읊은 그의 애절한 효심이 잘 나타나 있다.
화자는 고개를 넘던 잿마루에서 이따금 고향 마을(북촌)을 굽어보는 무거운 발길은 청산이 저물어 가고 있음으로 탄식하는 효심의 애절한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이 고개만 넘고 나면 이젠 고향 땅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탄식이겠다. 이만큼의 효심이 있었기에 남편에 대한 내조, 자식에 대한 교육이 남달랐을 것은 분명하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임영 땅에 계신 부모 남편 따라 서울 가네, 고개 돌려 북촌 보니 청산 멀리 저물구나’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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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신사임당(申師任堂:1504~1551)으로 여류시인이다. 사임당은 당호이며, 시임당(媤任堂), 임사재(妊思齋)라고도 하였다. 48세를 일기로 작고할 때까지 그리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율곡 이이를 낳은 훌륭한 어머니로, 현모양처를 상징하는 인물로 오늘날에도 많은 추앙을 받고 있다.
【한자와 어구】
慈親: 어머님. 鶴髮: 늙으신 몸, 학처럼 흰머리. 在臨瀛: 임영(강릉의 옛 이름)에 계시는데. 身: 자신, 시인. 向長安: 서울로 향한다. 獨去情: 홀가는 정. // 回首: 머리를 돌려서. 北村: 북촌(어머님이 사시는 마을). 時一望: 때때로 보다. 白雲飛下: 흰 구름이 아래로 날리다. 暮山靑: (날이)저문 산을 푸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