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3) 읍향자모(泣向慈母)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3) 읍향자모(泣向慈母)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7.01.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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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름 아래로 청산만이 저물어가는구나

현모양처라고 했던가. 백의의 어머니들은 모두 그랬다. 어진 어머니요 착한 아내였다. 효부요, 효녀의 전형이었으며 자식 교육의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나를 닮아라가 아니라 몸소 효도의 본보기를 실천하는 모범을 보였다. 이만한 교육 모범이 또 어디 있으랴. 자식들 교육에 이만한 실천 모델이 또 어디 있으랴. 현명한 ‘아내상’을 제시했고, 율곡과 같은 자식을 길러낸 어머니이면서 친정모친에게 극진했던 효녀의 전형을 보인 신사임당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泣向慈母(읍향자모) / 신사임당

강릉 계신 모친을 홀로 두고 서울 간 길

고개 돌려 친정 보니 말문 막혀 사무치고

흰 구름 청산 휘돌며 저문 해를 재촉하네.

慈親鶴髮在臨瀛        身向長安獨去情

자친학발재임영        신향장안독거정

回首北村時一望        白雲飛下暮山靑

회수북촌시일망        백운비하모산청

흰 구름 아래로 청산만이 저물어가는구나(泣向慈母)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신사임당(申師任堂:1504~1551)으로 여류시인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어머님의 늙으신 몸 임영(강릉) 땅에 계시는데 / 이 몸은 홀로 남편을 따라 서울로 간다네 // 고개 돌려 가끔씩 어머님 계신 북촌을 바라보니 / 흰 구름 아래로 청산만이 저물어 가는구나]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어머니 향해 눈물을 흘림]로 번역된다. 부모님께 극진하게 효도하는 것은 우리 윤리의 기본이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는 천여 년 동안 이것은 국민윤리의 기본이었다. 주자학의 기본이 효행이었고, 바이블격인 사서삼경에는 부모에 대한 효성이 그 바탕의 주종(主從)을 이룬다. 우리 선현들이 쓴 시문에 효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 상당한 양을 차지한다.

이런 사회 도덕적인 바탕 위에 시인은 삼부(三婦)의 덕(德)을 고루 갖춘 상징적인 여성상이었으니 부모와 지아비 그리고 자식에 대한 정성은 남달랐다. 거기에다 시문과 서화에도 능통했다. 위 시문에서도 남편을 따라 친정 강릉(임영)을 떠나 한양으로 향하는 발길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음을 읊은 그의 애절한 효심이 잘 나타나 있다.

화자는 고개를 넘던 잿마루에서 이따금 고향 마을(북촌)을 굽어보는 무거운 발길은 청산이 저물어 가고 있음으로 탄식하는 효심의 애절한 심정을 나타내고 있다. 이 고개만 넘고 나면 이젠 고향 땅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탄식이겠다. 이만큼의 효심이 있었기에 남편에 대한 내조, 자식에 대한 교육이 남달랐을 것은 분명하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임영 땅에 계신 부모 남편 따라 서울 가네, 고개 돌려 북촌 보니 청산 멀리 저물구나’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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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신사임당(申師任堂:1504~1551)으로 여류시인이다. 사임당은 당호이며, 시임당(媤任堂), 임사재(妊思齋)라고도 하였다. 48세를 일기로 작고할 때까지 그리 길지 않은 삶을 살았지만, 율곡 이이를 낳은 훌륭한 어머니로, 현모양처를 상징하는 인물로 오늘날에도 많은 추앙을 받고 있다.

【한자와 어구】

慈親: 어머님. 鶴髮: 늙으신 몸, 학처럼 흰머리. 在臨瀛: 임영(강릉의 옛 이름)에 계시는데. 身: 자신, 시인. 向長安: 서울로 향한다. 獨去情: 홀가는 정. // 回首: 머리를 돌려서. 北村: 북촌(어머님이 사시는 마을). 時一望: 때때로 보다. 白雲飛下: 흰 구름이 아래로 날리다. 暮山靑: (날이)저문 산을 푸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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