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8) 칠석(七夕)
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8) 칠석(七夕)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 승인 2016.12.14 13: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마다 오작교를 만드느라고 많이 고생하오

재촉하는 가을 하늘에 은하수와 달빛, 견우와 직녀의 만남, 까마귀와 까치가 지어주는 오작교(烏鵲橋) 등 칠석을 서술한 맛깔난 시를 우리는 여러 곳에서 대한다. 전설 같은 이야기이지만 애절한 사연을 담고 있기에 사람들이 이날을 기억하며 그들의 만남에 대하여 입에 올린다. 둘이 만난다는 칠석을 노래하는 시가 이것뿐이랴. 물이 맑고 얕아지며 달빛이 풍요로운 것은 아마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으로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七夕(칠석) / 서하 임춘

은하수 저리 맑고 달빛까지 풍요한데

이 밤에 만난 신선 이 또한 좋지 않나

까마귀 오작교 만들기 저렇게도 고생을.

銀河淸淺月華饒 也喜神仙會此宵

은하청천월화요 야희신선회차소

多少人間烏與鵲 年年辛苦作仙橋

다소인간오여작 년년신고작선교

해마다 오작교를 만드느라고 많이 고생하오(七夕)로 제목을 붙여본 고시체 중 첫 번째인 칠언절구다. 작자는 서하(西河) 임춘(林椿:1148~1186)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은하는 더 없이 맑고 달빛도 풍요로운데 / 신선이 이 밤에 만나는 것 또한 얼마나 좋겠는가만은 // 인간 세상의 수많은 까막까치들 힘을 합해 / 해마다 오작교 만드느라고 고생하오]라고 번역된다.

위 시제는 [칠월칠석을 맞이하여]로 번역된다. 가을을 재촉하는 좋은 밤이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만나는 칠석이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은하가 가로 놓여 만나지 못하자 까막까치가 날아가 직녀와 견우의 만남을 위한 다리를 놓는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로 기억한다. 가슴 뛰는 로맨스다.

시인은 칠월칠석에 대한 심회가 깊었음을 알게 한다. 은하는 더 없이 맑고 달빛까지도 풍요로운데 신선이 이 밤에 만나는 것 또한 얼마나 좋은가 라고 했다. 중국에서 시작되는 위 설화의 직녀성과 견우성은 사실 독수리별자리[鷲星座]의 알타이르(Altair)별과 거문고별자리[琴星座]의 베가(Vega)별을 말하는데, 이 두 별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빛의 속도로 다가가도 몇 십 년에 한번 만날까 말까 한다는 이야기는 무의미하겠다.

예부터 부인은 음식을 차려놓고 직녀처럼 바느질 솜씨가 좋아지길 기원했다. 수고하는 까마귀의 밥을 지어 올려 자손들의 명을 빌며, 한해 농사의 흉풍을 점쳐 왔다. 남녀의 애절한 사랑과도 같은 이 설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사람들은 견우성과 직녀성에 대한 이야기를 칠월 철석에 비유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은하 달빛 풍요롭고 밤을 만나 좋은 것을, 까막까치 힘을 합해 오작교를 만든다네’라는 시인의 상상력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

작가는 서하(西河) 임춘(林椿:?∼?)으로 고려의 문인이다. 문헌에 의하면 대략 의종 경에 태어나 30대 후반까지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강좌칠현의 한 사람으로, 한문과 당시에 뛰어났던 인물이다. 작품에 가전체 소설인 <국순전>, <공방전>이 전한다. 유고집으로 <서하선생집>이 있다.

【한자와 어구】

銀河淸: 은하는 맑다. 淺月華: 달빛이 깊다. 饒: 풍요롭다. 也喜: 좋은 일이다. 神仙: 신선. 會此宵: 이 밤에 만나다. // 多小: 다소, 곧 수많은. 人間: 인간 세상. 烏與鵲: 까마귀와 까치들. [與]는 ~과를 뜻함. 年年: 해마다. 辛苦: 고생하면서, 고생하다. 作: 만들다. 짓다. 仙橋: 신선이 건너는 다리. 곧 오작교.

▲ 장희구 시조시인․문학평론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