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위원회 '자치'보장하라
주민자치위원회 '자치'보장하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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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양해진 부의장은 지난 3월부터 주민자치위원을 자발적으로 하려다 좌절됐다.

양 부의장은 당시 평소 안면이 있는 구청장을 통해 자치위원 임명권이 있는 동장에게 소개됐으나 최근, 동장이 아닌 주민자치위원장으로부터 특별한 설명도 없이 다른 사람으로 채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자치센터 출범 1년 ... 지역공동체 구심체
'자치' 걸맞게 권한 예산 등 책임 부여
마인드 갖춘 인사 주민선출로 개선돼야


양 부의장은 이에대해 "내막을 알아보니 자치위원회가 동장보다는 구의원과 위원장이 알아서 하는데 위원도 그들의 입맛에 맞아야 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자신을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부담스럽게 생각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광주시내 일선 동사무소의 기능축소로 개설된 주민자치센터와 이를 운영하기 위한 주민자치원회가 출범한지 1년을 맞았다.

주민자치센터는 동사무소의 일부 기능과 인력을 축소·조정하고 여유공간을 문화·복지·정보센터 기능과 함께 지역공동체 형성의 구심체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광주시는 지난 99년 시범구로 선정된 서구 21개동이 주민자치센터를 개설했고 지난해 8월1일 나머지 4개구 62개동이 일제히 주민자치센터의 문을 열었다.

주민자치센터는 현재 공통사업으로 인터넷 정보방을 운영하고 있고 각 동별로 생활체육(에어로빅, 챠밍디스코, 요가, 헬스 등), 여가생활(사군자, 바둑, 장기, 국악, 장구, 종이접기 등), 문학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와함께 동별로 청소년 공부방, 도서열람실, 주민사랑방, 농산물직겨래장터 등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이같은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 운영 등에 대해 심의하기 위한 것. 그러나 자치위원회의 기능은 단순히 프로그램 심의에 그치지 않고 주민의 문화 복지 편익증진에 관한 사항, 주민의 자치활동 강화에 관한 사항, 지역공동체 형성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자치위원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주민자치의 활성화와 지역공동체 실현에 기여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주민자치위원회를 구성할 당시 참여자치21(대표 정담)은 시민운동단체 간부와 회원들이 자치위원회에 스스로 참여하자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양해진 부의장이 뒤늦게 나마 자치위원회에 참여하기로 한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동별로 상황이 복잡하다. 조례에 의해 25인이내로 동장이 위촉하도록 한 자치위원은 지난해말 최초로 구성할 당시 1천865명이었다. 이들을 분야별로 보면 직능단체 301명, 주민자율조직 401명, 전문가집단 236명, 시민단체 44명, 지역유지 883명 등이다.

이들 자치위원을 위촉하는 과정에서 동별로 상황이 다르지만 대개가 동장과 함께 구의원들이 관여해 구성됐다. 따라서 일부 동의 경우 자치위원회를 구의원들이 자신의 선거운동조직처럼 활용하려는 의도가 드러나 말썽을 빚기도 했다. 반대로 구의원 입지자들이 자치위원회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해 물의를 일으킨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주민자치센터와 주민자치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자치센터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은데다 자치위원회가 진정한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 실현의 구심체가 되어야 한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실제로 주민자치센터는 백화점의 문화센터에 비해 공간이나 프로그램의 내용이 부족하지만 566개 프로그램에 동별로 1일평균 224명이 이용하고 있다.

또한 자치위원회는 북구의 경우 주민자치위원회가 중심이 돼 아름다운 마을만들기 사업을 각 동별로 추진하고 있고 남구 사직동과 양림동은 역시 자치위원회가 광주YMCA와 함께 좋은동네만들기 운동을 펼치며 주민들 스스로 주체적으로 참여해 공동체운동을 벌이고 있다.

북구의 아름다운 마을만들기는 매곡동의 경우 매화의 거리 조성 사업, 문화동의 소공원 만들기 등 동별로 지역특성에 맞게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쾌적한 환경조성을 위한 사업을 벌이는 사업이며 사직동과 양림동의 좋은동네 마을만들기도 주민들 스스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주민운동이다.

이처럼 자치위원회가 제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개선해야할 점이 많다. 우선 자치위원회에 이름에 걸맞게 '자치'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자치위원의 구성부터 정비 해야 한다. 오는 8월말 전남대 행정대학원에서 '주민자치위원회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을 예정인 21세기새정치연구소 강기정 소장은 이와관련 "주민자치위원회의 민주적 구성을 위해 위원 구성이 주민의 직접민주주의가 반영되는 방향에서 실현되어야 한다"고 전제, "현재 위원을 동장이 위촉하도록 규정된 조례를 개정해 주민에 의한 선출과 지역단체의 파견이 결합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소장은 이와함께 ▲ 위원회의 자율적 운영을 위해 위원의 권한과 책임이 자치기능의 확대와 지역공동체형성에 있음을 지방자치법에 규정 ▲ 현재의 취약한 물적토대를 극복하기 위해 행정기관의 재정지원 확대 ▲ 주민참여의 실질적 근간이 되는 시민단체, 지역자생단체 활성화를 위한 지원과 정책적 배려 등을 제안했다.

재정자립과 관련 광주 서구의원 김상집 의원(농성2동)은 "자치위원회에 1년에 몇백만원의 예산이 지원되다보니 프로그램 운영비도 턱없이 부족해 매월 한두차례 회의를 할 때는 위원들이 회비를 거출해 경비에 보태고 있다"며 "예산만 충분하면 주민들 스스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자치위원들의 수준도 중요하다. 현재 자치위원들이 동장이나 구의원들이 자기사람심기식으로 위촉한 경우가 많고 과거 동정자문위원이나 관변단체 인사들이 많다보니 '자치마인드'를 가진 위원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구의 한 구의원은 "자치위원회와 함께 좋은동네만들기 같은 사업을 해보려고 해도 위원들이 귀찮다고 할 정도"라며 "자치마인드가 있는 사람들이 위원들이 돼야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자치위원회에 권한과 책임을 주고 무엇보다 말그대로 '자치'에 걸맞는 인사들로 구성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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