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사랑? 차라리 수학장사 해라!
수학사랑? 차라리 수학장사 해라!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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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교사모임' 이름 내걸고 수학과 알바 채용
"협찬사 없어서.." 부산보다 4배나 비싼 입장료


'협찬사 수와 입장료는 반비례 관계'. '수학체험전'을 통해 새로 성립된 수학 원리다.
지난 20일부터 열흘간 광주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야! 수학을 만지러가자 2001' 수학체험전이 열렸다. 현직 수학교사들의 모임인 '수학사랑'(대표 장훈·서울 휘경공고)에서 주최했던 이번 행사는 성인 6천원, 학생 5천원, 단체의 경우 4천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같은 행사에 비해 4배 더 비싼 가격.

"왜 지역에 따라 입장료가 다르냐"는 항의에 수학사랑 측의 답변은 간단하다. "서울이나 부산에서는 행사 협찬해 주는 곳이 많아서 부담이 적었지만 광주는 협찬해 주는 곳이 단 한곳도 없었다"는 것.
결국 협찬사 하나 없었던 광주 행사는 비엔날레 전시관 대관료, 행사 도우미로 활동했던 아르바이트 1백여명의 보수, 광고비 등 모든 부담을 행사장을 찾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떠안아야 했다. 이에 "이렇게 실이익을 따질 것이면 '수학사랑'이라 하지 말고 '수학장사'라 이름붙여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수학체험전이 관람객들을 실망시킨 것은 입장료 뿐만은 아니다. '수학사랑'이 현직 수학교사들의 모임인데도 행사장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받았던 대부분은 대학생 도우미들.
TV 뉴스를 보고 찾았다는 윤석봉씨는 "수학사랑 강의를 현직교사들이 진행한다는 광고를 보고 왔는데 사실과 다르다"며 "우리 아들이 질문을 해도 답변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얼버무려 버렸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수학사랑 측은 "교사들은 주로 준비위원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행사 진행까지 책임지기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많은 중학생들이 수행평가 과제 때문에 행사장을 찾았던 것으로 드러나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기도 했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왔다는 이미선 양은 "수학체험전 다녀와 보고서와 입장권을 제출하라는 과제 때문에 부모님까지 모시고 오느라 15만원이라는 비용이 들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집안이 어려운 학생은 아무리 수학을 잘 해도 결국 참관하지 못함으로 해서 수행평가점수가 영점 처리되고 등수에서 밀리는 경우도 나타난다"며 "학문은 강제성이 아니라 스스로 즐겨야 제대로 배운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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