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홍길동-변강쇠..지자체는 캐릭터 전쟁중
땅끝-홍길동-변강쇠..지자체는 캐릭터 전쟁중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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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고장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캐릭터를 활용한 '캐릭터사업'이 일선 자치단체의 재정수입확대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캐릭터사업이 지역 주민들에게 일체감을 북돋는데 그치지않고 지역경제활성화에 일정부분 기여하는 고부가가치사업으로 각광을 받게되면서 지자체들 사이에 뜨거운 캐릭터 개발붐이 일고 이 와중에 소송까지 벌어지는 일도 등장하고 있다.

우선 해남군과 완도군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땅끝 논쟁'.

완도군은 올들어 섬이었던 완도 본섬 채도에 연륙교가 건립되자 "이제 완도가 땅끝"이라며 '신 땅끝'관광지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발끈한 해남군은 연륙교 건립으로 땅끝위치가 달라진다면 이보다 더 남쪽에 위치한 섬에 다리가 가설될 경우 땅끝 위치가 다시 바뀌는 헤프닝이 되풀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며 원조 땅끝임을 강조하고 있다.

군은 이에따라 땅끝마을인 갈두리마을 이름을 아예 '땅끝'으로 바꾸기위해 국립지리원에 개명신청을 하고 도에 등록된 관광지명칭또한 '토말관광지'에서 '땅끝관광지'로 변경해달라고 도에 명칭변경신청을 하기로 했다.

완도군은 그러나 땅끝개념의 사전적 의미가 아닌, 상징적의미로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완도읍 정도리넉구지 신땅끝 관광지개발을 예정대로 추진중이서 양 지자체사이의 감정대립양상을 당분간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자치단체와 업체간 지적재산권다툼의 와중에 실존인물인 '홍길동'은 법정에까지 출두하게됐다.

장성군은 지난 97년 홍길동이 장성군 황룡면 아치실 마을에서 산 실존인물임을 밝혀내고 99년부터 대대적인 홍길동축제에 들어가면서 다양한 이미지의 홍길동 캐릭터를 개발했다.

이에대해 에니메이션 제작업체인 (주)들꽃컴퍼니(대표 윤석화)는 올들어 장성군의 홍길동 캐릭터가 이미 자신들이 96년 특허청에 등록한 15개종류의 홍길동관련 상표권을 등록했다며 군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장성군측은 "들꽃컴퍼니측이 등록후 3년동안 사용하지 않아 특허청에 등록취소 청구를 내 11개 분야에서 승소했으며 또 군이 낸 106건의 의장 및 상표등록 출원을 적법하게 받아줘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 역시 홍길동이 강릉에 실존한 인물이었다며 캐릭터를 개발, 활용에 들어가 지난 해만도 1천6백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장성군과 '원조경쟁'을 벌이고 있다.

'심청'의 경우 지극한 '효녀'답게 지자체들이 공생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역시 심청이 실존인물임을 학술적으로 고증해낸 곡성군은 오산면 선세리에 심청의 효행비와 심청전 배역인물을 장승 조각화한 심청공원, 효심동산 등 3개공원을 이미 조성했고 CD제작과 함께 캐릭터를 개발, 상품화했다.

더 나아가 곡성군은 심청의 흔적이 남아있는 중국 절강성 주산시 보타구와
우호교류협력관계를 맺는가 하면 심청과 연고가 있는 황해도 황주와 인천 옹진군, 심청의 바다 길목인 전북 부안군 등과 교류 연대사업을 벌이고 있다.

'변강쇠와 옹녀'도 지자체간 신경전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경남 함양군은 "가루지기(변강쇠)타령에 함양군 마천면의 등구마을이 자주 등장하고 변강쇠와 옹녀가 이곳에서 살다가 사망한 것으로 돼있어 변강쇠의 고향을 함양"이라고 주장한다.

이에따라 함양군의 한 주류업체는 올들어 '변강쇠 술'을 생산, 출시했고 등구마을 주변에는 변강쇠마을과 고개를 조성할 계획까지 내놓았다.

이에대해 남원시는 "변강쇠전 사설에 변강쇠와 옹녀가 산내면 대정리 속칭 '변강쇠'계곡에 한동안 살았던 것으로 묘사돼 이를 근거로 캐릭터제작에 들어갔으며 변강쇠.옹녀공원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미 수년전 '강쇠'라는 약주도 내놓은 상태.

이밖에 연꽃축제로 유명한 전남 무안군은 '연이랑'캐릭터상품을 내세웠고 구례군은 잠자리와 야생화를 상징하는 '야미와 자미'캐릭터를 특허 출원해놓았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캐릭터 선점'싸움에 악착같이 나선 것은 우선 별다른 소득원이 없는 자치단체입장에서 캐릭터만큼 투자비가 적게 들면서 효과는 큰 무형의 사업은 없기 때문.

지자체들로선 관광상품화한 각 지역의 특산물 등에 공동 캐릭터를 붙임으로써 그 지역 특산물에 대한 품질보증 효과와 함께 다른 지역의 상품과 차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일정부분 인세수입, 즉 고정적인 로얄티를 챙길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이름과 지역만 다를뿐 사실상 그 내용이 거의 비슷한 낭비성 축제로 비판을 받아왔던 지자체들로선 고유 캐릭터 개발은 '꿩먹고 알먹는'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홍보 재정수익 '꿩먹고 알 먹기'
"우리가 원조" 서로 양보없는 싸움


전남도에 따르면 도와 일선 시군이 획득한 특허권과 의장.상표권 등 산업재산권은 모두 180건으로 이중 15개 품목이 상품화에 성공했다.

장성군의 경우 지난 해 홍길동 캐릭터로 벌어들인 로얄티수입액은 4천7백만원에 달하고 있으며 함평군의 나르다 나비상품은 10억5천만원, 구례 야생화는 1억2천만원, 신안 머드화장품은 8억2천만원의 수입을 각각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 관계자는 "캐릭터와 이와 연계된 지역 특산품개발은 지자체입장에서는 홍보와 재정수익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면서"타 시도의 그것과 차별화하면서 체계적인 마케팅을 벌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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