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예술야시장 2개의 얼굴
대인예술야시장 2개의 얼굴
  • 박창배 수습기자
  • 승인 2016.05.25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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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시장 살리랬더니 야시장 걱정
젠트리피케이션 우려가 현실화

▲ 매주 토요일이면 대인시장에서는 대인예술야시장이 열린다.
전통시장살리기 운동이 한창인 때가 있었다. 그리고 대기업이 밀려들어와 잠식해 버린 골목상권도 살리자는 캠페인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전통시장이 살아나고 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다.

한때는 다 잃고 마지막으로 벌어먹고 살려고 시장에 좌판을 깔고 장사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악착같이 벌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이런 의미에서 매주 토요일 대인시장에서 열리는 야시장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야시장이 열릴 때면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든다. 발딛을 틈도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나름 야시장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벤치마킹을 하러 오는 타지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원래 대인예술야시장은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활성화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서부터 시작했다. 비어 있던 점포를 젊은 예술가들에게 작업, 전시공간으로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지원사업과 함께 상인과 예술가들의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으로 전통시장을 활용하자는 계획이었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아시아문화예술활성화거점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018년까지 지원됐다. 야시장은 이 프로젝트 이후의 일이다.

처음에는 상인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야시장이 열리면 거주하고 있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실을 오픈하기도 하고 직접 만든 작품도 팔기도 하는 소규모의 예술야시장이었다.

2014년에 대인야시장의 붐을 일으키게 된 계기는 또 다른 공적자본의 유입이었다. 전통시장살리기 운동과 더불어 소상공인진흥공단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대인시장에 문화관광형시장 육성 사업비를 지원하고서 부터다. 이 자금이 대인시장 상인회의 부정집행 등으로 환수조치 등이 있었던 점만 빼면 아주 성공적인 야시장이었다.

같은 날에 두 행사를 치르다 보니 판매부스도 늘어나고 투여된 인력도 두배로 늘어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가 풍족한 야시장을 형성하게 됐다.

그러나 커져버린 야시장을 한곳에서 지탱해 내기란 힘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야시장의 정체성에 문제가 생기게 됐다.

낮시장은 온데간데 없고 야시장만 남았는데 예초에 계획한데로 시장에서 예술을 즐긴다는 취지는 퇴색해 버리고 예술인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야시장만 바라보는 가게들이 늘었다.

처음 야시장에 부정적이던 상인들도 이제는 본업이 아닌 야식거리를 판다. 낮시장 가게문을 열어 벌어들인 수익보다 일주일에 한번씩 열리는 야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많을 정도라면 대인시장 상인들에게는 좋은 상권을 선사한 것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어차피 죽어가는 시장이었기에 낮시장보다는 야시장으로 활성화 시키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야시장이 번성하면서 대인시장에 한집 건너 비어있던 점포들이 이제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공실률이 적어 졌다.

일주일 중 토요일 저녁에 열리는 야시장만을 바라보고 장사를 하는 야시장 기획점포들이 가게를 점령하고 있다. 점포를 3개나 점령한 기업형 기획점포도 있다. 이들만 탓할 일도 아니다.

대인예술야시장 관계자는 “기획점포가 10여곳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평상시에도 문을 열 수 없느냐는 말에 ‘손님들이 없어 한사코 인건비 들이면서 문을 열어 놓을 필요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면서 “가게를 경매로 낙찰을 받아 점포를 열거나 상속을 받아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있고 세를 들어 상인회에 가입한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야시장이 열릴 때면 이런 가게에 줄을 서면서까지 먹으러 오는 방문객들이 있기에 불야성을 이루는 요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임대료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공실률이 적어짐에 따라 점포를 내 장사를 하려고 들어오는 사람은 많은데 이제는 빈 점포를 찾을 수가 없다는 점은 임대료 및 땅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점차 우려화 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상권이 뜨니 임대료가 올라 그 명소를 유명하게 만든 초기 세입자들이 그 상권을 떠나면서 상권이 개성을 잃게 되는 현상이다.

초창기의 예술가들은 이미 떠났고 새로운 야시장문화에 진입하는 가게들에 의해서 젠트리현상은 고착화 될 수도 있다.

대인시장 별장프로젝트는 2018년에 지원이 끊긴다. 사업을 운영하는 팀이 빠져 나가면 홀로 남는 대인시장내 상인들에게 어떤 쓰나미가 밀려 올지 준비는 해야 할 것이다. 원래 바람 끝이 무서운 법이다.

▲ 대인시장에 있는 기획점포들은 토요일만 빼고 나머지 요일은 굳게 닫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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