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건물 화장실 괜찮을까?” “에이, 나 그냥 참을거야.” 여성들이 집 밖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을 때 한번 쯤 생각하는 문제다. 여자들은 왜 이런 일상대화를 할까? 여성들이 까다로워서? 청결 때문에? 물론 일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의 기저엔 화장실 가기가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러분이 이용한 공중화장실은 어떠했는가? 화장실 문이 잠기지 않았거나, 칸막이가 부서진 경우는 없었는가? 아직까지도 남녀 공용 화장실을 이용한 적은 없었는가?
배설을 위한 가장 사적인 공간인 화장실이 모든 사람에게 노출되고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높아가고 있다. 특히, 문을 잠그고 일을 봐야 하는 여성들은 더욱더 공중화장실이 안전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으며, 연구결과에서도 남녀가 공중화장실에서 느끼는 두려움은 상이하게 나타난다.
“저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온 사방을 다 살펴요. 변기 위에 앉아서 볼일을 보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주위를 살핍니다. 화장실 벽에 박혀있는 조그마한 나사 속을 한참 쳐다본 적도 있어요. 어딘가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나치게 예민한가요?” 이 여성의 예민함에는 자신도 모르게 누가 보고 있을 수 있다는 바로 ‘몰래 카메라’에 대한 공포다.
실제로 공중화장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는 많은 사회적 이슈를 불러왔다. 화장실 안에 있는 화분에 카메라를 몰래 설치했다거나, 화장실 한쪽에 고장이라고 써놓고 그 안에 카메라를 설치했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몰카를 찍고 여성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 찍히고 있는 셈이다.
몰래카메라를 통해 다른 사람(대부분은 여성들)을 엿보고 싶은 심리는 여성의 몸을 ‘성’의 대상, 상품화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공중 화장실에 설치된 몰래카메라에 비친 여성은 인간이 아닌 여‘성’이며 성적 대상이 되는 것에 불쾌감과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다른 사람의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명백한 성폭력 범죄이다.
그렇다면 공중화장실 안전 개선을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로는 인식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중화장실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몰래카메라 등으로 불거지는 사건들은 단순한 일상이 아닌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시설 보수가 되어야 한다. 아직도 남녀가 함께 일을 보는 남녀화장실도 많이 있다. 공중화장실은 많이 개선이 되어있지만 다중이 이용하는 화장실에 남녀가 같이 들어가야 하는 곳이 많이 있다. 물론 같은 공간에 남녀 변기를 둘 수 있지만 남자도 여자처럼 문을 열고 들어가서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하는 등 여러 곳을 개선 할 수 있다.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의 인권이 어떠한가가 그 사회의 인권의 맨얼굴을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무심하게 사용하고 있는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오히려 인권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화장실 변기 수, 화장실의 구조, 화장실의 시설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화장실이 안전한 공간으로 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실생활에서 성평등을 실천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