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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김민주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무국장  |  siminsori@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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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14  10: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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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오늘 투표할 거지?”
아침에 눈을 뜨니 초등학교 6학년생 딸아이가 묻는다. 학교에서 배운 것인 지 딸아이는 질문으로 선거의 다짐을 받아낸다. 2016년 4월 13일, 오늘은 민주주의 꽃이라고 일컫는 총선거일이다. 투표소를 향하며 정해놓은 후보자들과 정당을 되짚는다.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내 짐작과 달리 지역구의 투표소는 꽤 한산하다. 총선은 유권자의 대부분 혹은 모두가 투표권을 갖는 선거를 일컫는다. 만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갖는 권리라는 말이다. 권리.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은 존엄성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적인 인권의 보장을 받아야 한다’고 제2장 제10조에서 밝히고 있다. 국가는 이러한 국민의 권리를 지키는 의무를 다할 때 그 존재의미를 갖는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지역구의 국회의원과 구청장, 당 투표까지 마치고 나오는 길에서 노란 바탕의 플래카드를 발견한다. 노란 리본과 돛단배를 그려 넣은 플래카드에는 ‘잊지 않을게, 기억할게’라는 문구가 실려 있다.

그래, 잊지 않았다. 기억하고 있어... 그 날의 슬픔을, 분노를, 국가를 잃어버린 국민의 참담함을... 우리는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어.
잘 있니?... 춥지 않니?... 그립지는 않니?...

차마 입에 담기도 아까운 너희들의 수학여행은 하는 일이 없어도 마냥 즐거웠겠지. 푸른 바다와 멀리 보이는 섬들의 고요함 따위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을 테지. 그저 친구들과 함께 나선 오랜만의 나들이에 들뜨고 신이 났을 거야. 별다른 농담이 아닌데도 까르르르 온 가슴이 청초한 너희들이었을 테지. 한시가 아까운 골든타임의 순간에도 민관유착의 부패에 빠진 정부가 민간잠수부를 기다리고만 있을 때에 너희들은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서로의 안전을 챙기며 사랑하는 가족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지. ‘가만 있으라’는 어른의 말을 믿는 순진무구한 생명들은 그렇게 하늘의 별이 되었을 테지. 곱디 고운 넋으로 오렴. 말간 물에 씻긴 영혼으로 오렴. 너풀너풀 춤을 추며 꽃잎으로 나부끼렴. 아, 나는 너희들이 직접 찍었다는 동영상을 아직도 보지 못했어. 미안하다. 그 마음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겁이 났거든. 대한민국의 헌법에 나온 바와 같이 이 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존엄한 생명의 인권을 국가로부터 보장받지 못한 참사를 어찌 해석해야 할 지 사실 아직도 나는 잘 모르겠다.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모르고 살았을 수도 또는 잊고 살았을 이름. 세월호, 안산의 단원고, 그리고 노란 리본.

미국의 토니 올랜도와 돈의 오래된 팝송 ‘Tie A Yellow Ribbon(노란 리본을 달아줘요, 1973)’에서 불린 바와 같이 노란 리본은 19세기 미국 남북 전쟁 시절 엔더슨빌 형무소에서 수감 생활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한 수감자의 얘기에서 비롯되어 인식과 활동의 리본으로 1979년 이후 세계 전역에서 다양한 소망을 담고 캠페인에 활용되고 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감옥에 갇혀 버린 아이들이 모두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대학의 동아리에서 만들어 배포하기 시작한 노란 리본의 이미지는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국민들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달되어 세월호의 한 상징이 되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던가?
2014년 4월 16일, 우리는 꽃으로도 차마 때릴 수 없는 아이들을 잃었고 국가는 진실에 목마른 국민을 잃었다. 살릴 수 있는 생명들을 끝내 포기하고 만 정부의 국민에 대한 불감증은 선박의 기준 초과와 노후성 등 한 선박 회사 측의 잘못으로 빚어진 사고로 몰아갔다. 정부는 무능했고 국민들은 분노했다. 선 성장 후 분배, 후 안전으로 고속 질주하며 인간과 가치를 상품으로 전락시킨 신자유주의의 물결에 휩쓸렸던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아이들을 살려내라고, 진실을 알고 싶다고,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국가는 도대체 무엇이냐고.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킨 민관협력의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물살 속에서 좌초한 세월호는 정부의 침묵과 함께 침몰했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되뇌는 국민들은 절규했다. ‘국가는 없다’고.

서해 훼리호 침몰,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참사,,, 지난 20여 년 동안 일어난 참사의 중심에 세월호는 이미 있었다. 누구의 계획적인 공격으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급작스런 사고를 당한 국민을 그래서 국가는 책임져야 한다. 우리가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다. 세월호는 국가의 고성장 정책과 그에 따른 안전 규제의 완화가 만들어 낸 거대한 ‘인재’였기 때문이다.

혹자는 말한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이미 떠나간 아이들은 돌이킬 수 없다고. 유족들의 몸부림이 너무 지나치지 않느냐고.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담기에도 아까운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인권을 지켜내지 못한 국가를, 철학과 사유가 없는 사회를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기억하고 가슴에 담아 다시는 죄 없는 생명이 죽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개개인의 지성을 이루고 잃어버린 국가를 되살려내야 한다.

오후 한나절을 친구들과 실컷 놀다 들어 온 딸아이가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나에게 누구를 뽑았느냐고 묻는다. 투표한 후보자의 이름을 말해준 나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거냐?” 고 물었다. “아니, 그냥!” 티 없이 웃는 딸아이에게 나도 미소를 건넨다. 꽃다운 생명이, 우리의 미래가 웃고 있다. 이제는 슬픔과 눈물은 거두자. 그리고 잊지 말자. 잊지 말고 기억해서 그 날, 아이들과 함께 가라앉은 대한민국호를 건져 올리자. 국민의 삶과 안전을 국가의 책임으로 끌어안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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