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시세조종 배상판결
ELS시세조종 배상판결
  • 이재열 S&Lee 컨설팅 대표
  • 승인 2016.03.31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열 S&Lee 컨설팅 대표
주가연계증권(ELS)으로 대표되는 파생결합증권 규모는 100조원에 육박한다. 최근 몇 년간 은행이나 증권사들이 대대적으로 판매에 나선 결과다. 29일 현재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이 82조임을 고려하면, 파생결합증권이 ‘국민 재테크’ 수단으로 올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ELS는 최근과 같이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묶여 있어 개별주식 투자는 물론, 펀드 투자도 마땅치 않을 때 유리하다. 조건을 충족할 경우 6개월 단위로 조기상환이 가능한 상품도 있고, 정기예금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초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투자자들은 국내외 주가지수가 반토막으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은행금리+α’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에 따라 ELS에 대거 몰렸다.

대부분의 ELS는 투자 대상 주가가 기준가격 이상이면 수익을 얻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금융사들이 만기일에 해당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서 원리금을 받지 못해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쟁송에 대해 대법원이 ‘같은 날 상반된 결론’을 내렸다. 지난 24일 도이체방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원고승소, BNP파리바은행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원고패소 판결을 했다. 만기를 앞두고 주식을 팔아넘기는 행위가 위험회피라고 보이면 금융사의 손을, 시세조종으로 인정되면 투자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유사한 사건임에도 대법원이 사안에 따라 다른 판단을 내린 것에 대해 논란과 함께 혼란의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다.

금융사들은 높은 판매수수료를 얻을 수 있는 ELS를 ‘웬만해서는 손해를 보지 않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포장해 광고했다. 하지만 판매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사들은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복잡한 원금손실위험보다는 목표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더 매력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 결과 변동성이 높은 지수를 대상으로한 고위험군의 ELS가 더 많이 양산되어 왔다.

최근 중국 증시 급락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일부 ELS 투자자들이 대규모 손실 위험에 처해 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가 지난 달 7505선까지 내려가면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중 2조원 상당금액이 현재 녹인(Knock-in·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것을 금융위원회에서 확인한 것이다. 만기일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지만, 대부분의 ELS는 일단 한번이라도 녹인 구간에 진입하면 원금 손실을 피하기가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ELS는 첨단 금융공학의 산물로 그 장점을 취하기 위해서는 상품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조차 위험성을 정확히 따지기 어려운 파생상품이 ‘국민 재테크’ 상품에 등극했다. 금융사들은 높은 판매수수료 등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상품의 잠재 위험을 알리는 데는 소홀하다. 게다가 시세조종을 통해 투자자의 이익실현까지 방해하고 있으니, ‘모럴 해저드’가 극에 달했다고 할 수 있겠다.

금융당국은 정보가 부족한 개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ELS의 손익 관련 정보를 적시에 공개하고, 불완전판매와 위험상품 편중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법원에서는 증권사와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할 경우 투자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판결이 일관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투자에 대한 손실은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이다. ‘인기 상품’, ‘추천 상품’일수록 꼼꼼하게 살펴보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투자자금의 쏠림현상에 따른 혼란은 반복된다. 외환위기 직후의 바이코리아 펀드, 2007년 미래에셋의 인사이트펀드, 2008년의 키코(KIKO)사태,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브라질 국채의 ‘악몽’을 기억해야 한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