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통합, 정말 가능할까
시도통합, 정말 가능할까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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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와 전남의 통합은 가능한가.

고재유 광주시장과 허경만 전남지사가 시도통합추진에 전격합의한 후 광주시가 25일 전담반을 구성, 실무검토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앞으로 시도통합의 가능성이 쟁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시도통합을 할 경우 광주시가 현재의 행정적 재정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전남도와 대등한 통합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결국 특별법 제정이나 특례조항 신설 등을 통해 특례시 지정여부가 최대관건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시도통합추진합의가 당초 고시장과 허지사의 내년 선거전략차원에서 제기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다 이같은 연장선에서 10월까지 결론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또한번의 '정치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광주시 내부 자료 "통합 부정적"
현재 행정적 재정적 지위 유지
특례시 지정 여부 최대 관건
시도통합대채기구 구성 관심


시·도지사의 합의대로라면 현재 시도통합은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광주시민들에게 달렸다. 따라서 이를 실질적으로 추진할 광주시의 적극성여부가 열쇠가 될 전망이지만 그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고 시장이 시도통합을 합의했지만 광주시는 이미 내부적으로 통합에 부정적인 입장을 정리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시는 지난 2월말 "시도통합은 광주·전남발전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부자료를 만든 바 있다. 지난해말 출범한 통추위(전남도청이전 반대 및 광주전남통합추진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펴고 있는 시점에서 마련된 이 내부자료는 시도통합론의 제기배경과 과정, 시도통합의 긍·부정적 효과를 제시한 뒤 결론에서 시도통합논의 자체가 광주·전남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

이 자료에서 광주시는 시도통합의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를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을 제시하면서도 그에 따른 반론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우선 도청이전에 따라 광주·전남이 행정적 분리만이 아닌 실질적으로 분리된다는 의미로서 광주시는 지역중심성 상실로 지역경제가 위축될 우려가 있으므로 시도통합이 긍정적이라면서도 광주전남발전연구원의 용역결과를 인용, 도청이전이 미치는 경제적 위축효과는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또 광주·전남의 전통적 공동체 의식과 정서적 일체감 회복이란 통합효과를 제시하면서도 외지에서 이미 광주·전남을 전라도로 통칭한다는 점을 들어 설득력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통합에 따라 도농균형발전으로 지역경쟁력 제고 효과가 있겠지만 광주시가 보통시에서 광역시로 승격된 이후 중앙지원 규모가 대폭 증가돼 오히려 지역발전을 앞당겼다는 반론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상하수도, 쓰레기처리, 묘지설치 등 광역행정 수요에 원할히 대처할 수 있다는 점, 중복설치 기관의 통폐합 및 중복행사의 통합으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 전국체전 등 각종시합에서 상위입상 등은 반론없이 긍정적인 효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자료는 통합의 부정적인 효과를 더욱 자세히 제시하고 있어 그 의도를 읽게 한다.

먼저 시의 2천억원의 재정수입 감소. 시도통합을 할 경우 광주시는 지난해 기준으로 취득세, 등록세 등 세금 5천412억원 가운데 약 1천981억원이 전남도 세입으로 전출돼 시민의 세금이 다른 시군지역에 투자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다음이 도시개발 지연에 대한 우려다. 광주시는 지난해 기준으로 보통시보다 무려 39배 이상 증가한 각종 중앙지원금을 받아왔으나 보통시로 격하될 경우 이 액수가 대폭 축소돼 도로, 상하수도, 산업단지, 문화공간 조성 등 대형 도시기반 시설 확충이 곤란해진다는 것이다.

또한 광주시가 도지사의 통제를 받을 경우 중앙정부에 광주시민의 의사나 주장이 시행정이나 중앙정부에 제대로 반영될 수 없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제시했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바로 전남도가 인구 137만의 광주시와 3만여명의 구례군과 동일행정체계로 관리하는 것은 대도시 행정의 특성이 무시되고 비효율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 통합이 되더라도 행정서비스 질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공무원 수를 줄일 수 없다는 점, 자치구가 행정구로 격하돼 구의회 폐지와 구청장 임명제로 전환됨으로 인해 지방자치 본질에 배치된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더욱이 중앙정부 재원배분상, 호남은 2도 1광역시, 영남은 2도 3광역시임을 감안하면 지역불균형정책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국민의 정부들어 국가지원사업으로 확정 지원중인 광주 광산업과 전남 생물산업 등의 축소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점 등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결국 광주시는 이 자료에서 "통합논의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시도가 함께하면서 광주 전남 양 지역의 공동발전을 위해 지역민의 총의를 모으고 결집하는 방향으로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끝을 맺고 있다.

따라서 광주시는 최근 분위기가 반전돼 통합논의를 하더라도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부정적인 측면도 함께 홍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시도통합이 추진되더라도 광주시가 현재의 행정적, 경제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시민들의 판단이지만 역시 속수무책으로 보통시로 강등된 통합을 원하는 시민들은 그리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이는 고 시장으로부터 공을 떠안은 광주시의회와 이번 통합논의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통추위(전남도청이전 반대 및 광주전남통합추진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시의회는 이미 통합에 따른 부정적 효과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며 긍·부정적 효과를 충분히 홍보한 다음 주민투표에 준하는 주민의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고, 통추위도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시도가 대등한 관계에서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

그러나 정작 주민투표 등을 거쳐 시도가 광주시의 현 지위를 유지하는 통합을 결정할 경우 이를 누가 책임질 것인지가 의문으로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고 시장이 이미 특별법과 관련해서는 국회의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겼지만 광주출신 지역구의원들은 강운태의원(남구)을 제외하고는 "그때가서 보자"면서도 특혜시비 등으로 현실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 전남도출신 국회의원들도 천용택 민주당 지부장 등은 이미 중단없는 도청이전을 주장하고 있어 특별법은 아예 검토대상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 허 지사는 "일본의 지정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지만 광주시가 완전한 자율성을 갖는다면 통합의 의미가 있느냐"며 광주시가 현재와 같은 지위를 갖는 통합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결국 광주시민들은 통합을 반대하든지, 통합을 찬성할 경우에는 최악의 경우 보통시로 격하되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광주자치연대(준)와 통추위 등에서 시도통합에 따른 제반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기구로 민관합동으로 시도공동대책기구 구성을 요구하고 있어 실현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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