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섣부른 도시브랜드 오히려 毒 될수도
광주, 섣부른 도시브랜드 오히려 毒 될수도
  • 권준환 기자
  • 승인 2015.11.12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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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I.SEOUL.U’ 패러디 양산, 논란 지속
‘새로운 도시브랜드 개발’ 유행 편승 우려

최근 광주시 고위 관계자로부터 광주가 새로운 도시브랜드를 개발하려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광주의 현재 도시브랜드 슬로건인 ‘Your Partner Gwangju’의 시민인식률이 무척 낮고, 광주의 정체성이 담기지 못했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시의 새 도시브랜드 ‘I.SEOUL.U’의 사례를 봤을 때, 섣부른 판단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도시브랜드의 정의를 살펴보면, ‘도시가 갖고 있는 다양한 환경, 기능, 시설, 서비스 등에 의해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재준(2007)은 ‘다른 도시와 차별성을 갖고, 도시의 이름, 캐릭터, 슬로건, 상징물 등의 언어적·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도시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다양한 소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일련의 도시마케팅 활동’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Your Partner Gwangju’는 2005년 6월 전국공모와 자체심사를 거쳐 선정됐지만 인지도가 무척 낮을 뿐만 아니라, 시장이 바뀔 때마다 함께 바뀌는 시정비전과 혼선을 빗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알고 지내는 지인 40여 명에게 광주의 도시브랜드를 아는지 물은 결과 절반이 ‘문화수도’라고 답했고, 나머지 절반의 대다수가 민선6기의 시정비전인 ‘더불어 사는 광주, 더불어 행복한 시민’을 도시브랜드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아쉽게도 ‘Your Partner Gwangju’를 알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 뿐이었다. 또한 ‘Your Partner Gwangju’는 Y와 P가 어깨동무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으로 인권도시의 의미가 강하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리고 광주가 ‘당신의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말함으로써 경제개발과 투자를 위한 소구(訴求:사람들의 욕구를 자극시켜 구매 동기를 유발하는 것)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하지만 실제로 광주시민들은 광주의 대표 브랜드로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꼽았다. 광주발전연구원이 지난 2010년 광주시민 200여명을 대상으로 ‘향후 광주의 대표 브랜드가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아시아문화중심도시(43%), 광산업 및 첨단산업(25.5%), 5·18민주화운동(14%), 광주비엔날레(9%), 무등산(3%) 순으로 조사됐다.
결국, ‘Your Partner Gwangju’는 시민들의 생각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으며, 문화도시와 빛의 도시라는 광주의 비전도 제대로 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도시브랜드 개발에 앞서 <시민의 소리>가 보도했던 ‘광주의 비전을 담을 그릇. 도시브랜드’ 기획기사에도 나왔듯이, 부산시 도시브랜드 담당자와 도시브랜드 전문가의 의견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부산시는 서울특별시에 이어 인구350만의 대한민국 제2의 도시다. 거기다 부산시 도시브랜드 ‘Dynamic Busan’의 인지율은 50%를 넘어선다. 부산시 도시브랜드 담당자는 “도시브랜드가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도시경쟁력을 먼저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시 도시브랜드 전문가는 “문제는 도시브랜드가 나왔을 때 광주의 정책과 시민을 향한 메시지가 집중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도시브랜드에 초점을 맞추고 정책들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새롭게 바꾼다고 하더라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즉, 광주의 도시기반이나 관광객 수준을 따져봤을 때 도시브랜드의 위상을 거론하기에 아직 이른 이야기이고 그 전에 광주가 갖춰야 할 게 많다는 뜻이다. 이는 부산시 도시브랜드 담당자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광주시가 새로운 도시브랜드 개발을 생각하는 것은 최근 전국적으로 새로운 도시브랜드를 개발하는 ‘유행’에 편승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다. 정부는 지난 9월7일부터 11월8일까지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다움’을 보여주세요!’라며 새로운 국가브랜드 개발을 위한 공모전을 진행했다.
또한 서울시는 최근 ‘I.SEOUL.U’라는 새 도시브랜드를 선포했으며, 인천시와 대구시도 새로운 도시브랜드 개발을 준비하는 등 전국적으로 ‘새로운 도시브랜드 개발 열풍’에 광주시도 휩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의 새 도시브랜드인 ‘I.SEOUL.U’는 ‘사람(I)과 사람(U) 사이에 서울이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누리꾼들 사이에서 엄청난 수의 패러디가 양산되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누리꾼은 ‘I.SEOUL.U’를 ‘나는 너의 전세금을 올릴 것이다’, ‘나는 네 몰카를 찍을 것이다’, ‘나는 네가 지하철에서 내리기도 전에 탈 것이다’, ‘나는 네게 야근을 시킬 것이다’라는 것만 떠오른다는 글을 SNS에 게시했다.

이 밖에도 ‘I'm Gangnamed=나 또 정체구간에 갇혔어’, ‘I'm very Incheon=나는 갚아야 할 빚이 산더미다’, ‘I.KOREA.U=나는 너를 지옥에 보낼 것이다’ 등의 패러디 게시물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또한 CBS의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이택수)가 ‘I.SEOUL.U’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I.SEOUL.U’ 개정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Hi Seoul’유지 35.8%, 다시 공모 18.9%)이 54.7%로 나타난 반면, 찬성한다는 의견은 11.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의 경우 ‘I.SEOUL.U’ 개정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Hi Seoul’ 유지 39.9%, 다시 공모 26.6%)이 66.5%로 찬성 의견 15.6%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번 조사는 11월4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다.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가중치 부여를 통해 통계 보정했다. 응답률은 5.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였다.

서울시는 도시브랜드담당관을 두고, 새로운 도시브랜드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토크콘서트 진행 통한 키워드 정리, 서울브랜드 아이디어 공모전, 시민조사, 천인회의 등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인다.

 'I.SEOUL.U’는 브랜드 개발비 9억 원, 브랜드 선포식 행사비 3억 원 등 12억 원이 들었다. 그러나 위의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듯 그리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고 보기는 힘들다.

누리꾼들은 ‘12억? 미친 듯.’이라거나 ‘굳이 영어로 했어야 하나. 차라리 나.서울.너 라고 했으면 좋았을 듯’, ‘읽기도 어렵다. 대체 돈을 어디다 쓴 것인가’라는 등 부정적인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이제 막 브랜드가 만들어져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전국적인 잡음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도시브랜드가 도시 홍보에 있어 무척 중요하고, 광주시의 ‘Your Partner Gwangju’가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꽤 오랜 시간을 준비한 서울의 경우가 이럴진대, 광주가 별다른 고민과 대책도 없이 덜컥 새로운 브랜드를 개발한다고 하면 그 후폭풍 역시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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