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도시재생, 어디까지 왔나(4) 전주와 군산 사례를 들여다보니
광주의 도시재생, 어디까지 왔나(4) 전주와 군산 사례를 들여다보니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5.08.05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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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실패는 정책 구상의 차이
도시발전비전 문화적 차원 활용 높여야

도시재생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부터 있는 자원을 잘 활용하여 계획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고 어쩌다 한 번 했던 것이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확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 대표적인 도시가 군산과 전주이다.

군산은 일제강점기의 식량수탈과 관련된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당시에 지어진 근대건축물과 창고 등은 우리가 겪었던 치욕의 역사를 보는 동시에 새로운 문화자원으로 활용한 사례이다.

군산은 개항 100주년을 넘긴 근대역사문화도시로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하다. 일제강점기 때 쌀 수탈기지의 아픔을 겪으면서 조선은행, 일본 제18은행, 군산세관, 동국사, 일본식 가옥 등 170여 채의 근대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다.

군산의 대부분 근대건축물은 1920년에서 1930년대에 지어진 것들로 이제 100년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해방 이후에는 일식 건축물을 모방한 건축물들이 다수 지어지면서 오늘의 건축물과는 다른 차별화된 모습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곳은 그동안 물류∙행정의 중심지역이었으나 1996년 군산시청의 조촌동 이전을 시작으로 관공서들이 차례로 떠나면서 인적도 끊긴 도심으로 전락하게 됐다. 또한 내항의 기능 상실과 신시가지로의 상권 이동 등 원도심의 쇠퇴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군산, 옛 것에 새 것 덧씌우기 ‘주의’

그러자 군산시는 도시재생의 목표를 근대문화자원을 매개로 한 문화적 재생전략에 초점을 두었다. 이는 2005년 ‘군산 근대문화역사경관가구기 기본계획’ 수립, 2007년 ‘군산 원도심 활성화 조례’, 2008년 ‘군산시 도시경관기본계획’과 ‘군산시 경관조례’, 2009년 ‘군산 근대문화역사 벨트화사업 마스터플랜’에 발표한 문화적 도시재생 전략은 근대역사가로를 정비하고 근대문화 건축물로 분류되는 건물에 대한 복원 및 정비 등을 통한 활용계획과 근대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는 것이다.

낡은 건물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건물에 담긴 스토리와 시대의 흔적 등을 복원해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모두 636억원을 투입했다. 근대역사권역 조성사업(379억원), 근대역사경관 조성사업(225억원), 1930 근대군산 시간여행 사업(32억원) 등이다. 현재 근대역사박물관, 근대건축관(조선은행), 근대미술관(일본 제18은행), 근대역사체험공간(고우당) 등 주요 거점시설이 조성됐다.

여기에 지난해 12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근린재생형 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되었다. 월명동, 해신동, 중앙동 일원으로 46만6,000㎡에 달한 지역이다. 이 일대는 1899년 개항한 군산항의 일제강점기 때 각국 조계지(외국인 거주지역)로 지정된 지역이었다.

군산시는 일제강점기 ‘수탈의 역사’와 한강 이남 최초 3·1만세 운동의 발상지라는 ‘항거의 역사’가 함께 공존하는 도시로 ‘창조적 상생을 통한 근대역사문화도시 구현’을 확고한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비전은 ‘근대역사문화경관 조성과 군산시 원도심 활성화’이다. 개항기 근대건축물을 정비하여 근대역사문화경관을 조성하고 음식문화 특화거리 조성 등을 통해 도심관광 활성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송성기 군산대 교수는 ‘군산시 근대건축물 활용정책의 성과와 과제’라는 글에서 “지나친 정비로 옛 것과 새 것의 구별이 어렵도록 만드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면서 “지역의 역사적 건축자산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자칫 과거의 중요한 흔적으로 지나쳐 버리거나 본래의 진정성을 훼손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새 것을 덧씌워 놓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주 한옥마을 지나친 상업화 ‘문제’

전주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한옥마을이다. 이제 전주는 비빔밥보다 한옥마을을 찾는 사람들로 인산인해가 될 정도다. 지난해 1년간 이곳을 찾은 사람이 6백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조선왕조 발상지 등 전주의 지역 특성을 활용해 전통 한옥의 예스러운 멋을 관광산업에 접목한 결과다.

한옥마을은 ‘천년 고도’ 전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라는 호평을 받아왔다. 한옥마을은 전주 부성이 축조된 시기부터 한옥이 형성되기 시작해 1900년대 초기에 크게 확산되었다.

하지만 전주도 예외없이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도심지역이 쇠퇴했고 전통문화의 주거지였던 한옥마을 역시 활력을 잃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2년 월드컵 전주 유치가 결정되면서 1999년 전주시를 전통문화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전통문화특구 기본계획이 수립되었다. 2002년 ‘전주시 한옥보전지원조례’가 제정된 이후 노후 한옥의 수선 및 증개축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이루어졌다.

전주 한옥마을은 2010년 국제슬로시티연맹은 한국의 전통문화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전주 한옥마을은 5년마다 이뤄지는 국제슬로시티연맹 실사를 올해 11월 받는다. 그런데 한옥마을의 급격한 상업화로 슬로시티 재지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나온다.

한옥마을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면서 전통주거지 기능은 감소하고 관광과 상업시설이 편중된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었다.

지난 2010년 전북발전연구원의 장성화 연구원은 ‘전주한옥마을 조성사업의 도심재생 성과분석 및 개선방안’에서 “비주거 건축물의 무분별한 확산이나 문화시설의 편중 배치 등을 예방하고 조화 있는 개발을 유지하도록 제어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면서 “특히 기와형 칼라강판을 사용하는 변형된 전통경관의 대응, 한옥마을 정체성 유지를 위한 용도제어, 주민주도형 마을만들기 패러다임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시재생, 정체성 살려가며 규제 필요해

하지만 전주문화재단이 지난 1월에 발표한 ‘전주 한옥마을 문화·상업시설 조사’를 보면, 2013년 5월 기준에 비해 2014년 11월에 식·음료시설은 81곳에서 142곳으로 61곳(75.3%) 늘었다. 식·음료시설 142곳은 음식점 41곳, 카페·전통찻집 61곳, 제과점·길거리음식점 등이 40곳이다. 숙박시설은 81곳에서 133곳으로 52곳(64.2%) 늘었다.

최근 한옥마을에서는 꼬치나 빵 등 간식거리를 파는 길거리 음식점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주차장도 부족해 겨우 차량이 지나다닐 수 있는 곳에 정차된 차들이 많아 걷기에도 불편할 정도다. 현재 전주시는 한옥마을 주변에 1000면 규모의 주차장 마련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상업화 단계는 미처 막지 못했다. 뒤늦게 대책을 세운다고 해도 이제 때늦은 감이 있다. 한옥마을의 정체성 상실이 우려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래서 전주는 자칫 도시재생의 성공사례가 실패사례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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