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하나도 5·18 기념식 노래로 거부하는 박근혜 정권은 역대 최상급의 꽉 막힌 정권이다. 그러나 이제 광주가 더 이상 임을 위한 행진곡에 연연해하지 말자. 거기에 쏟는 정성으로 이제 5·18 정신의 진정한 계승을 위한 일에 온 정신을 기울일 때다.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제 지정해 달라 말라 할 것이 없이 그냥 기념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무조건 불러 버리자. 군사독재의 최루탄과 총칼 앞에서도 부른 노래를 기념식에서 부른들 그게 무슨 대수인가.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행사 지정곡 요청을 한지 벌써 2년이 넘었다.
광주시와 5월단체, 시민단체 모두가 모여 범시민대책위를 구성해 여당에게, 야당에게, 국회에, 정부에, 청와대까지 쫒아가 요청을 해도 정부는 꼼짝 않는다. 국회 결의안이 압도적으로 결의되어도, 국회의장이 권해도, 심지어 여당대표가 동의를 해도 묵묵부답이다. 청와대는 보훈처하고 상의하란다. 보훈처장은 박정희정권의 군화발 심복으로 말 안해도 다 안다는 심정으로 무조건 거부한다. 그런 보훈처장 하나 자르지를 못하는 것이 130명 거대야당이다.
처음에는 쉽게 통과될 것으로 생각하고 정치적 성과까지 거두려고 광주시장이고 강기정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연합 광주의원들이 나섰으나 따지고 보면 생색만 내고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한 채 이번 기념식 파행으로까지 왔다.
문제의 책임은 의당 소귀에 경읽기와도 같은 박근혜 정부에 있다. 그러나 이제 다시 돌이켜 성찰해 본다면 이 작은 일 하나 진심을 가지고 죽기 살기로 싸워 승리하지 못하는 새정치연합과 광주의 민관대책위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임을 위한 행진곡 지정을 정치적 공으로 삼으려는 정치인들의 섣부른 개입이 문제의 본질을 더 흐트려 뜨렸을지도 모른다는 성찰을 해봐야 한다. 따지고 보면 매년 5월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5월에 대한 수많은 주제들이 나와야 한다.
완성되지 못한 민주주의, 계승해야 할 민족통일, 날로 심화되고 있는 빈곤과 사회적 양극화, 5월이 남긴 상처의 치유,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지역격차 해소와 균형발전, 시민공동체운동으로서 5월운동의 계승 등등 우리에게 다가 오는 많은 이슈들이 5월 공간에서 토론되고 전국의 민주 평화세력이 광주에 모여 한국사회의 변화와 진보를 위한 제안과 담론을 던져야 하는 것이 5월이다.
한편으로 35주년에 이른만큼 점점 잊혀져 가는 후세대에 대해 5월정신을 어떻게 교육하고 계승시킬 것인지에 대한 살아있는 방안들이 5월의 쟁점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 중차대한 시간들에 5월정신을 계승한다는 모든 힘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제정 이슈에 묶여있고, 그조차 이루지 못한 채 기념식이 두 쪽이 나고 통합과 전진이 아닌 길에 멈춰 서 있다.
그래서 ‘5월정신은 박제화되어 버린 채 문화제란 이름으로만 치러지는 광주만의 5월로 5월정신이 부활하지 못하고 있다’며 ‘광주 5월정신의 본질보다도 5월의 정치화가 5월정신의 진정한 계승을 막았고, 이렇게 가다보면 광주민주화항쟁은 국가기념식이 있는 날 정도로 그 위상이 추락할 것이다’는 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의 며칠 전 5월정신에 대한 강연내용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 이제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제정’의 프레임에서 우리 스스로 해방되자. 부르면 된다. 아쉬운 소리 말자. 그 시간에 우리는 광주발 한국의 민주주의, 양극화해소, 남북통일, 인권과 평화에 대한 진정한 5월정신의 계승을 위한 처절한 이슈투쟁을 전개하자. 전국의 민주평화세력을 모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결의를 하자. 진정한 5월정신계승을 위해 성찰하자.
귀를 막고, 눈을 감고 광주와 5월 영령을 욕먹이는 막되먹은 정권 때문에 광주가 참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