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시장의 무기는 강력한 ‘가치 어젠다’
시민시장의 무기는 강력한 ‘가치 어젠다’
  • 박호재 시민의소리 주필/부사장
  • 승인 2015.03.1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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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낙연 전남지사의 지지도가 4단계 함께 뛰어올랐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윤 시장 입장에선 내놓고 기꺼워 할 조사치는 아니다. 이번 지지도 상승에 따라 이 지사는 3위에 올랐지만 윤 시장은 여전히 13위라는 마이너 리그에 머물러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시정을 챙기느라 동분서주하는 느낌이 역력한 윤 시장을 볼 때 안타까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여론조사의 맹점이 드러난 결과일 수도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늘 포퓰리즘이 작동되게 마련이다. 99개의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관심사인 1개의 민감한 부정적인 사안 때문에 수치가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윤 시장의 경우 그 1개의 아킬레스건은 다름 아닌 거듭된 인사잡음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광주시는 민선 6기 출범 이후 비서실이나 산하 기관장 임명 과정에서 논란을 양산했다. 그때마다 외척, 30년 지기, 캠프 보은 등 대중의 심기를 자극하는 말들이 무수히 굴러다녔고 국회 국정감사나 시의회에서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대학 전임강사 채용비리로 징역형을 받았던 사람이 빛고을노인건강타운 본부장에 임명돼 지탄을 받고 있으며, 지난 1월에 전격 임용된 비서실장이 전 직장 납품비리로 수사선상에 올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마디로 파문이 접힐 기미가 없다.

왜 이런 사태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것인가. 단순하게 접근해보자면 수첩인사가 박근혜 정권 인사파동의 근원으로 손가락질 받아왔듯이 우선 윤 시장의 협량한 인적 네트워크가 문제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매번 인사 때마다 윤 시장과의 관계 속에서 이름을 대면 알만한 몇몇 사람의 행적이 단골손님처럼 곧잘 거론되기에 공적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없는 까닭이다.

인사는 리더의 조직운영 철학이 반영되는 것이기에 소통의 부재를 얘기하는 것은 이 대목에서 덧없는 문제제기일 수 있다. 참모를 선택한다는 사안의 성격상, 소통 또한 윤 시장의 인적 네트워크 속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치국 철학의 대가로 알려진 한비자는 일찌감치 이를 간파하고 명언을 남겼다. 비천한 지위에 있는 자들은 진언할 기회가 없으니, 아무리 재주가 많아도 군주와 오랫동안 사귄 신하와 다투면 끝내 패한다는 교훈은 현대 정치에서도 여전히 유효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십상시가 존재하는 것이다.

정치권력 운용의 현실이 아무리 그렇다지만 수평사회 리더십의 핵심인 소통의 덕목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것이 시민사회를 이끌어가는 참된 동력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때의 소통은 리더의 인적 네트워크로만 결코 성취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그 소통의 진면목을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철학에 일면식도 없는 저잣거리의 현자들에게서 배울 필요가 있다.

동네 일로 시비가 일 때마다 누군가가 나서서 늘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잘해보자고, 서로 좋은 일 해보자고 한 일인데 싸우면 되겠느냐. 말로 풀고 넘어가자. 그렇다. 함께 좋은 일. 서로 잘해보자고 시작한 일…이를테면 가치 어젠다가 소통의 진정한 동력인 셈이다. 무한 네트워크의 시대, 가치 어젠다에 대한 합의가 없는 소통은 공허하다.

민선 6기 윤장현 체제는 ‘시민시장’이라는 깃발을 내걸었다. 저조한 지지도는 그 깃발이 언제부턴가 나부끼지 않은데서 비롯되고 있다. 시민시장임이 증거 되지 않은 것이다. 기병지의 초심으로 돌아가 시민시장의 전유물이라 할 수도 있는 강력한 가치 어젠다를 세우고, 그 어젠다가 녹아있는 정책을 힘있게 밀어붙여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인사잡음도, 삐그덕거리는 용병술도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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