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노동청, 민주노총 합작 비정규직 권익 찾았다
검찰, 노동청, 민주노총 합작 비정규직 권익 찾았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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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상 근무자 정규직화...비정규직 새 이정표>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자 중 2년 이상 근무자들이 정규직으로 고용됨으로써 비정규직 노동문제 해결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주)캐리어 민인식 부사장은 지난 18일 오후 광주지방노동청장을 방문, 김동남 청장을 만난 자리에서 '시정지시 이행보고'를 제출하고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원 가운데 2년 이상 근속한 74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캐리어는 이 공문에서 "파견근로자보호법 제 6조 3항의 규정에 따라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근로하고 있는 파견근로자 74명을 2001년 7월 27일까지 전원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하여 귀청(광주지방노동청)의 시정지시를 이행하고자 합니다"라고 명시했다.
회사측은 이와함께 2년 경과 기준일인 지난 4월 4일 이후 근속경력 2년이 초과한 10여명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채용하겠다는 뜻을 노동청장에게 전달했다.

4월 정규직화 요구 파업돌입
하청노동자 600명해고 폭력사태


**경과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조합은 지난 4월 4일 이 규정을 근거로 2년이상 상시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같은 달 16일 파업에 돌입, 이를 쟁점화시켰다.

이어 캐리어 원청이 하청업체와의 용역계약을 해지, 600여명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해고됐고 그 와중에 각종 폭력사태와 고소고발로 사건이 확대, 노조관계자 6명이 구속됐다.
광주지방노동청은 지난 5월 21일 캐리어 원청이 파견근로자보호법을 위반하고 하청업체들은 불법적으로 파견근로를 해 왔다며 시정토록 지시하고 28일까지 결과를 보고토록 했으나 지시사항 이행이 늦어지다 지난 12일 캐리어 원청의 인사담당 이사가 구속된데 이어 18일 캐리어 원청측이 이행하겠다는 공문을 제출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전국 최초 비정규직 노조 파업
파견법 정규직화 조항 적용 첫사례


**의의
이에따라 지난 4월 19일 사내하청 노동조합을 결성,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전국 최초로 비정규직 노조 파업사태로까지 이어졌던 캐리어 사내하청 문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있다.

파견근로자보호법 가운데 그동안 거의 사문화되다시피했던 정규직화 조항이 적용된 첫 사례가 됐다는 점 때문이다.
IMF관리체제 이후 수많은 대규모 사업장에서 용역계약 형태를 통한 비정규직 고용이 늘고있으나 실제 파견근로자보호법을 적용, 2년 이후 정규직화를 실현한 현장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가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도 지난해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끊임없이 요구해오는 중이어서 넓게 보면 우리나라 전체의 비정규직에 대한 인식과 노사 양측의 대응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영민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은 "지금까지 법에는 보장돼있었으나 현실 사업장에서는 유야무야 됐던 이 조항이 비정규직 최초의 투쟁에서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결정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광주지방 노동청 관계자도 "캐리어 사내하청 사태를 통해 파견근로자보호법 정규직화 규정이 활성화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이와 유사한 고용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여타 사업주들이 긴장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대우모터, 기아자동차, 한국알프스, 대우전자, 삼성전자 등 대부분 대규모 사업장 등에서 비정규직 고용이 일반화돼있고 일부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가 노출되고 있어 이번 결정이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년 미만 근무자 고용승계 여부
블랙리스트.손배소 등 협상안건 산적


**미해결 과제
반면 일련의 사태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불거져 아직 넘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있다.

우선 2년 미만 하청근로자들의 고용승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측은 원청측과의 협상을 통해 이들에 대한 고용승계도 이끌어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블랙리스트가 나돌고 있다는 사실이 어느정도 밝혀져 이들의 재취업에 상당한 장벽이 되고 있다.
광주지방노동청은 다음달 4일까지 캐리어를 비롯, 3개 사업장, 31개 업체에 대해 블랙리스트의 실존 여부를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폭력사태와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소송 및 임금상당액의 보상문제 등 파업이후 나타난 제반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향후 노조와 사용자의 협상 안건으로 남아있다.

장권기(40)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 위원장 직무대리는 19일 "아직 캐리어측으로부터 협상제의가 나타나지 않고있지만 향후에 이야기할 자리가 마련될 것으로 본다"며 "고용승계를 비롯, 아직 미해결과제로 남아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조합원들과 다시한번 이야기해 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4월 이후 각종 폭력과 비방, 고소고발 등 사태가 격렬하게 진행되면서 회사측과 노조간 깊게 패인 감정의 골을 메우는 작업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데 화합을 이룰 수 있을 지 여부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노사간 뿐만 아니라 원청노조와 하청노조간 반목도 거의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점에서 민주노총과 금속연맹 등 상급노동단체의 고민도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 등 사용자측에 큰 교훈
'파견법 비켜가기' 교과서 될수도


**또 다른 우려
한편 다소 다른 시각에서 캐리어 사태의 결과를 바라보는 입장도 나타나고 있다.

최초로 비정규직의 다양한 문제가 터져나와 이번같은 결과까지 이어졌지만 앞으로 사용자측에서 파견근로자보호법을 피해가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캐리어 사태하청 노조파업 사태를 통해 이 법이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나타난만큼 매년 재계약을 통해 2년 이상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나올 수 없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규정을 피해갈 여지가 있다는 것.

이병훈 노무사는 "특히 대기업 사용자들이 캐리어 사태를 통해 파견근로자보호법에 대해 산교육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불법파견을 금지하고 법 규정을 정확하게 실현한 사실은 바람직하지만 다른 여타 사업장에서 법의 취지대로 이행되는지는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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