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주원로 '송년시국선언’
광주민주원로 '송년시국선언’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4.12.2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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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민족의 안전과 정의로운 발전을 기원하며

광주 지역의 재야 민주원로(47명)들로 구성된 민주평화광주회의(운영위원장 나간채)는 29일 오전 11시 민주의집에서 송년시국선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의 정당성에 대한 의혹과 불신의 근거가 되고 있는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정당 민주주의를 짓밟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을 바로 세우라”고 촉구했다.

민주평화광주회의는 이어 “ 양승태 대법원장은 대법원에 상고된 ‘대통령선거 무효소송’을 더 이상 지연시키지 말고 정당하게 진행함으로써 법의 정의를 실현하라”고 지적하면서, “동북아시아의 국제적 긴장이 강화되고 있는 현 국면에서 우리는 주체적 외교역량에 토대하여 남북의 상호신뢰가 강화되고 교류협력이 활성화됨으로써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더 증진될 수 있는 대외정책의 실천”을 요구했다.

민주평화광주회의는 또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앞당겼던 시민사회 재야는 역사적 과제가 된 세월호 문제의 진상을 밝혀내는데 진력해야 하며, 국민적 연대의 힘을 집결하여 유가족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전 국민적 연대를 확고하게 구성하는데 앞장서자”고 제시하면서, 더 나은 사회건설를 위한 범국민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민주평화광주회의는 “우리는 현재의 지방자치를 더 진전된 민주주의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주민참여와 시민생활의 자기결정구조를 활성화시키며, 정부와 시민사회 간에 견제와 균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민주원로 송년시국선언

 

국가민족의 안전과 정의로운 발전을 기원하며

- 갑오년을 보내면서 -

 

어느 덧 갑오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그 뒷모습을 지켜보는 우리의 감회는 우울하다. 해마다 돌아오는 연말이지만, 올 한 해엔 상식을 무너뜨리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났고 그에 대한 정치권과 사회 전체의 대응은 너무나 조악하고 미진했기 때문이다. 이제 한 해를 보내면서 지난날의 아픔과 부끄러움을 청산하고 우리나라가 더 안정되고 정의롭게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의 뜻을 내외에 밝힌다.

지나온 한 해를 돌이켜 보건데, 년 초부터 제기되었던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이 정권의 독선과 잔혹함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대선개입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끝이 권력의 핵심을 향하자, 정부는 자기가 임명한 검찰총장과 수사책임자를 비열한 방법으로 거듭 교체함으로써 절차적 정의를 짓밟았다.

재판에서 국정원장이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인정하는 결과로서, 3.15부정선거를 연상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권력의 핵심기관이 대통령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은 국가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묵과할 수 없는 반민주적 폭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하여 정부 여당은 물론 야당도 정치적 책임을 외면하는 기이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 우리 정치의 부끄러운 현주소였다.

아울러, 거듭된 인사 참사와 청와대 비선조직의 국정농단 사태는 현 정권의 무능과 윤리적 타락상을 남김없이 드러냈다. 국정원의 간첩조작사건은 박정희 유신시대를 연상케 하며, 그 저열하고 추악한 방법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신 유신 공안정국의 도래를 예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 정권의 더 근원적인 문제는 그들의 무능함과 아울러 무능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성찰하기도 거부하는 동물성에 있다.

우리를 더 경악하게 한 것은 지난 4월 16일에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였다. 한 여객선의 침몰로 인한 수백 명의 인명피해가 사건의 겉모습이지만, 이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가 겪어야 했던 마음의 상처와 그로 인한 고통은 차마 형언하기 어렵다.

어찌하여 세월호는 그와 같이 각종 탑승기준을 무시한 채 불법적으로 운행될 수 있었는가?

누가 우리의 어린 새싹들에게 가라앉는 배안에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 했는가?

정상인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선장의 도피행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국정원은 이 배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사건이 발생한 후에 해경의 처신은 더 이해할 수 없는 모순과 수수께끼로 가득하다. 정부의 사건 통제는 그 중심을 잃은 채 허위보고와 책임회피로 표류했다. 이 모든 사태에 관한 책임의 맨 꼭대기에 있는 대통령은 그 순간에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 그래서 외국 언론은 이를 “문명권 최악의 부도덕한 해난사고”라 규정했다.
현 정권은 이 사건이 국가체제의 총체적 부실임을 자인하고 근원적인 국가개조를 뒤늦게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4월 이후 오늘에 이르는 사건 수습과정에서 현 정권이 보여준 대응자세는 어떠했는가?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사건의 핵심을 피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선박에 대한 국정원의 관련성이나 정부 핵심의 구조적 통제체제에 대한 수사를 철저히 외면하고 대신에 지엽말단의 회사비리와 종교 교파에 수사를 집중함으로써 대중의 관심을 호도하고 현실을 왜곡했다. 여당을 지지하는 일부 극단적인 집단이 유가족과 민주인사들에게 자행한 폭언과 폭식만행은 가히 광기어린 저주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도 국가 지도자다운 인품과 경륜을 실천하는데 실패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결정적 순간이 지난 후에야 유가족을 만났고, 그 후에는 유족들의 애절한 면담요청마저 외면해 온 현실을 보면서, 국가지도자의 인간미가 그토록 모질고 냉혹함에 우리 가슴이 미어진다.

한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 한 사람의 생명도 자기 생명처럼 소중하게 아낄 줄 아는 인자함에 바탕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자 얼마 전에 이 땅을 찾아왔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기고 간 가르침임을 새겨야 할 것이다.

실로 지리한 줄다리기 끝에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의 내용을 볼 때 정부 여당이 어느 정도 양보한 게 사실이지만, 조사권과 수사권이 확고하게 보장되지 못한 탓으로 이 사건의 진실규명 과정에서 적지 않은 파란이 예상된다.

따라서 특별법에 의해 앞으로 진행될 조사와 수사, 청문회와 재판 등의 과정에서 법의 정의와 인륜을 지켜낼 수 있도록 유족을 지원하는 전 국민적 연대의 힘이 절실히 요구됨을 강조한다. 세월호 참사문제는 이제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진실을 밝히는 작업의 시작임을 새겨야 한다.

아울러, 이 참사가 우리를 그토록 슬프고 우울하게 만들었던 이유들, 즉 우리 영혼을 무너지게 했던 그 안타까운 어린 학생들의 비참한 죽음, 이들을 지켜냈어야 할 국가가 너무 정직하지 못했고 비인간적이었으며 무능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난 4월 참사 이후 이날까지 밤이슬과 찬바람에 몸을 맡기고, 파도 출렁이는 바닷가에서 애태우며 아들딸을 기다려온 유가족에게 우리들은 그동안 참아온 진한 눈물의 인사를 전한다.

정치권의 타락상과 세월호 참사에 이어 우리를 더 불안하게 했던 일은 국가의 안위와 직결되는 민족문제이다. 국정원이 간첩조작을 시도했다가 그 야비하고 음험한 시도가 폭로된 사건은 이미 말한 바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군대의 기강이 해이되어 나타난 각종 폭력과 사망사건, 고위 장성의 음주 추태와 여군에 대한 성폭행 사건, 장비구입을 포함하는 군납비리사건은 국방의 안전성을 우려하게 만든다.

최근에 급속히 과격화된 대북 전단 살포행위, 전시작전권 이양의 연기 등에서 나타나는 제 현상은 남북화해와 평화적 교류협력의 가능성과 국가민족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이 해의 막바지에 이른 지난 19일에는 헌법 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하여 정당해산을 선고하는 폭거가 일어났다. 이는 정당 민주주의에 대한 사형선고이다. 민주주의 기본원칙과 집회결사의 자유를 짓밟는 이 결정과 결정의 과정은 이미 재심 무죄로 확정된 진보당사건이나 인혁당 재건위 사건의 역사가 주는 교훈 앞에서 미래의 준엄한 심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자 감세와 각종 규제완화, 민영화와 대 자본에 대한 차별적 지원정책은 빈부격차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자랑했던 노인복지와 청년일자리 창출의 공약은 허구였음이 드러났다. 고용유연성을 빙자하여 기업주의 노동자에 대한 횡포와 착취는 가속화되고 고용불안정은 심화되고 있다.

농민경제의 파탄을 초래할 농산물 수입개방 정책과 관련하여 더 적극적인 농민보호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초심의 약속이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어린 새싹들에게 사랑과 나눔의 윤리보다는 경쟁과 승리를 가르치고, 청년들의 육체와 영혼을 취업전선에 내몰아 황폐화시키는 교육은 인간성을 짓밟는 폭거임을 우려한다.
지방자치에 관해서도 우리의 견해를 밝혀둔다. 금년에 치러진 광주의 지방선거 결과, 지방자치 20년의 역사에서 최초로 기성 정치인이나 행정 관료가 아닌 시민운동가 출신이 시정을 책임지게 되었음은 획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광주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선도해 옴으로써 민주성지로서, 민주인권도시로서의 명예를 향유하고 있으며,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의 정체성과 광주정신을 발전시켜나가야 할 중요한 시점에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새롭게 시민시장을 자임했던 시장은 지역행정이 시민사회와의 원만하고 생산적인 상호협력을 통해 최대의 성과를 거두는 견인차가 되어야 할 것이다.

광주의 역사성을 아름다운 모둠체의 따뜻한 평화로 실현하는 시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와 아울러 지방행정과 시민사회 상호간의 견제와 균형관계를 적절히 정립함으로써 지방정치의 새로운 전범을 실현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음을 강조한다.

지나 온 한 해는 잔인하고 비정한 세월이었다. 이를 회고하며 제시한 우리의 견해가 어쩌면 지나치게 가혹하고 비판적인 인식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 반세기 동안 민주화와 민족통일을 꿈꾸며 사회운동에 투신해 온 우리들의 삶에 바탕한 고백이고 증언이다.

그리고 이 증언은 우리 민족과 국가사회의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그 희망을 기원하는 믿음에 기초해 있다. 이 믿음과 같이, 지나 온 반 세기에 우리는 세계에서 그 어느 민족도 이루기 어려운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성취한 역사를 만든 주인공이 되었다.

그리고 이 빛과 향기가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물론 전 지구촌을 비추고 있다. 이러한 민족의 저력을 바탕으로 우리의 심신을 일신함으로써, 다가오는 새해에 사랑과 희망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데 값진 성과가 있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이런 뜻에서 지난 한 해에 대한 아픈 기억을 확인하며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희망을 담아 다음과 같이 우리의 요구를 밝힌다.

 

1. 박근혜 대통령은 정권의 정당성에 대한 의혹과 불신의 근거가 되고 있는 국정원대선개입문제와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정당민주주의를 짓밟은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을 바로세우라. 양승태 대법원장은 대법원에 상고된‘대통령선거무효소송’을 더 이상 지연시키지 말고 정당하게 진행함으로써 법의 정의를 실현하라.

 

2. 동북아시아의 국제적 긴장이 강화되고 있는 현재의 국면에서 우리는 주체적 외교역량에 토대하여 남북의 상호신뢰가 강화되고 교류협력이 활성화됨으로써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더 증진될 수 있는 대외정책의 실천을 촉구한다.

 

3. 우리 사회의 민주화를 앞당겼던 시민사회는 역사적 과제가 된 세월호 문제의 진상을 밝혀내는데 진력해야 하며, 국민적 연대의 힘을 집결하여 유가족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전 국민적 연대를 확고하게 구성하는데 앞장서자.

 

4. 우리는 현재의 지방자치를 더 진전된 민주주의로 발전시키기 위해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주민참여와 시민생활의 자기결정구조를 활성화시키며, 정부와 시민사회 간에 견제와 균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2014. 12. 29.

                    민주평화광주회의(47명, 가다나순)

 

강연균,기세문,김상윤,김수복,김장영,김정길,김후식,김희택,나간채,나상기,노희관,림추섭,문병란,박경린,박동환,박형선,서명원,서동용,송희성,성찬성,이 강,이귀님,안성례,이명자,이명한,이상수,이종범,이철우,이홍길,오수성,유선규,윤광장,위인백,장두석,장석웅,전홍준,정구선,정규철,정용화,정우화,정찬용,정철웅,최수호,최영태,최운용,최 철,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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