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도 광주 갤러리 투어-②서구
문화수도 광주 갤러리 투어-②서구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12.11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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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운영 갤러리 드물지만, 특색있는 갤러리 ‘눈길’

문화도시 광주에서 작품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에게 ‘작가는 돈벌이가 쉽지 않다’, ‘작가는 힘들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기존에 이름이 알려진 작가들에게까지 듣는 하소연이다. 하물며 젊은 청년작가들은 백번, 천 번 공감하는 말일 듯싶다.

여기저기에서 문화계 인사들을 만나면 “요즘 전업으로 미술만 전공하려는 학생들이 있겠어요?”라는 말을 할 정도다. 그만큼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은 캔버스와 물감, 작품 제작 시간 등 금전적, 시간적 투자를 통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그림을 완성했다고 끝나지 않는다.

▲문을 닫은 수아트갤러리
갤러리 운영 1년도 안된 채 닫기도 해

전업 작가는 완성된 작품으로 전시회를 하거나 판매를 하기위해 추가로 비싼 대관료를 지불하고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연다. 또한 팜플렛, 리플렛 제작하는 비용도 추가로 소요된다. 갤러리 대관도 1년 전부터 예약해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광주시에 따르면 지역 내 시·구 운영, 기업운영을 포함한 등록된 상업 갤러리는 총 50개소다. 동구 26개, 서구 9개, 남구 3개, 북구 10개, 광산구 2개가 있다.

이번 갤러리 투어는 서구지역이다. 서구 갤러리들은 시·구 운영 갤러리 이외에 큰 기업에서 운영하는 갤러리가 주를 이루고 개인이 운영하는 갤러리는 극히 드물었다.

제일 먼저 지난 2013년 5월에 개관해 눈길을 끌었던 서구 동천동에 위치한 수아트갤러리를 찾았다. 갤러리는 건물 2층에 위치해 있지만 불이 꺼진 채 컴컴하게 문이 닫혀 있었다. 갤러리 바로 옆에 위치한 사무실도 잠겨있었다. 몇 차례 문을 두드리고 나니 관계자가 문을 살짝 열었다.

사무실 관계자는 “밖에 걸린 현수막에 안내된 전시회 이후로 갤러리 문을 닫았다. 지금은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하고 다시 문을 잠갔다. 현수막의 전시회는 지난해 7월 17일까지 열었던 ‘꽃을 담다’ 기획초대전이었다.

최근 1~2년 사이 갤러리가 우후죽순으로 개관해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는 미술시장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듯했다.

▲서구 갤러리ARK
다음은 염주체육관을 지나 월드컵경기장 뒤쪽에 위치한 갤러리ARK를 찾았다. 입구부터 골프가방을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띠었다. 갤러리ARK는 골프를 칠 수 있는 레포츠타운 지하 1층에 있었다.

갤러리ARK를 운영하고 있는 허정 대표를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곳은 지난해 5월 30일 문을 열었다.

갤러리와 카페 섞여, 편안한 분위기 제공

갤러리 이름 아크는 구약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에서 따온 이름이다. 노아의 방주처럼 지역 미술의 가능성을 담아 예술계의 힘찬 항해를 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특히 이곳은 월드컵경기장, 풍암호수공원, 염주체육관 등 여가생활을 즐기는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지만 갤러리는 없던 곳이었다.

허정 대표는 “전라도에서 많이 성장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을 선정해서 전시회를 열고 있는 갤러리다”며 “예전에는 관장이 있었지만 관장제도를 철폐하고 시민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갤러리 카페 형식으로 바꿨다”고 설명했다.

▲서구 갤러리ARK는 카페와 함께 운영되어 관람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허 대표는 어렵게 1여 년 동안 운영해오면서 주변 여건이 잘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주변에 운동시설이 있다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은 많지만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어렵게만 생각했다. 하얀 벽면에 핀조명을 쏘아 전시역할만 하던 전통 갤러리의 문을 쉽게 열지 못하고 지나치기만 했다고 한다.

그녀는 “미술 작품을 홍보하고,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서 갤러리 문을 열었지만,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아 작품마저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갔었다”며 “사람들이 갤러리에 들어오면 작품을 사야 하는 것으로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대안으로 이대로 운영해서는 안되겠다 생각하고, 직접 원두를 갈아 카페를 운영하면서 화이트 벽면은 그대로 두고, 그림을 전시하는 갤러리 카페로 바꾸었다. 이제 차를 마시러 오면서 편안하게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늘어나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갤러리ARK가 갤러리 카페ARK로 바뀐지 보름 정도 된 시기였다. 이 갤러리는 좀 더 편안한 분위기 속에 여유롭게 차를 마시며 그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사실 갤러리가 지하1층에 위치해 아쉽다고 한다. 서양화를 전공한 허 대표는 “갤러리가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브런치를 만들어 차와 함께 판매하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아트상품도 판매할 예정이다”며 “작가 선정과 섭외는 직접하고 갤러리 분위기를 젊게 가려고 한다. 이곳은 전시 공간을 제공하고, 작품 판매는 전적으로 작가에게 맡기고 있다”고 말한다.

기업메세나 방식으로 비영리 운영하기도

다음은 신세계 백화점 건너편 BMW매장 내 2층에 위치한 스페이스K 광주를 찾았다. 이곳은 코오롱 그룹이 운영하는 문화예술공간이다. 하지만 투명한 자동차 건물 외부에는 내부에 갤러리가 있다는 안내 표지판을 찾아 볼 수 없어 아쉬운 대목이었다.

현재 스페이스K는 과천을 시작으로 서울, 대구, 대전, 부산에 이어 지난 2011년 12월 광주지역까지 총 5곳이 있다. 코오롱은 기업의 수익을 사회에 환원해 젊고 창의적인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스페이스K를 오픈했다.

▲스페이스K 광주
일종의 기업 메세나운동으로 바라보면 되겠다. BMW 매장으로 들어가 계단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간다는 점에서 스페이스K 갤러리에 접근하기에 부담스러운 면도 있다. 그렇더라도 둘러보게 된다면 깔끔하고 퀼리티 있는 분위기 속에 무료로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스페이스K는 관장을 별도로 두지 않고 입구에서 큐레이터의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스페이스K 광주 최기리나 큐레이터는 “코오롱이 자체 기획전으로 하기 때문에 작가 섭외나 선정은 본사의 큐레이터가 총괄하지만 관객들에게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가들을 선보여 소통하기 위해 비영리 운영하고 있다”며 “작품 판매는 1년에 한번 정도 기획하지만 판매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기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서구에는 신세계갤러리, 금호갤러리를 거쳐 스페이스K를 둘러보고,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까지 한 번에 걸어서 둘러 볼 수 있을만큼 인근에 몰려있다.

▲스페이스K 광주
문화의 불모지인 서구 양동 우진아파트 앞 상가에 위치한 갤러리 예(藝)를 찾았다. 35여년동안 문인화를 그려온 한상운 관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지난 2008년 갤러리 예(藝)를 개관했다.

그의 아내는 사진작가, 아들과 며느리까지 한국화를 전공한 모두 예술가로 이번에는 아들과 함께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갤러리 예(藝)만의 특징은 현대미술 서양화 전시가 주를 이루는 기존 갤러리와 달리 문인화, 한국화, 전통미술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다.

▲서구 양동에 위치한 갤러리 藝
문인화, 한국화만을 위한 갤러리 공간

갤러리에 들어서자 벽면에는 먹을 사용한 작품들이 걸려있고, 중앙에는 멋들어진 전통 공예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전시는 최소 2주 이상 기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상운 관장은 “갤러리가 많이 부족했던 예전에는 작품을 전시하고 싶어도 공간이 마땅하지 않아 안타까웠고, 서구 양동에 위치한 이곳은 문화 불모지에 시장통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있지만 남아있는 공긴이 아쉬워 갤러리를 열게 됐다”며 “요즘은 한국화나 문인화만 전시하는 갤러리는 거의 드물다”고 말했다.

그렇게 한 관장은 작품을 전시하고 싶지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작가들에게 전기세 정도의 저렴한 대관료를 받고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또한 사라져가는 손때 묻은 옛 것들을 수집하고 있는 한 관장은 관객들에게 전시작품도 보고, 공예품도 같이 볼 수 있도록 갤러리를 꾸며놨다.

그는 “작품 매매가 활성화 되어있다면 좋지만 요즘 현대미술 갤러리가 유행 따라가듯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며 “예향 광주는 허련, 김정희, 허백련 등 걸축한 작가들이 전라도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훌륭한 화맥이 있고, 뿌리가 깊지만 지금은 전통미술, 한국화에 대한 맥이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행정기관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방식이나 환경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렇게 서구에는 개인이 갤러리를 운영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꽤나 특색 있고 의미 있는 미술작품을 무료로 둘러볼 수 있는 갤러리가 열려 있다.

한편 서구에는 5.18기념문화관 전시실, 서구문화센터 갤러리, 금호갤러리, 신세계갤러리, 스페이스K 광주, 갤러리 ARK, 갤러리 예(藝), 무각사 Lotus갤러리, 수아트갤러리 등 총 9개소가 등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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