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어 블랙리스트 실체 있다
캐리어 블랙리스트 실체 있다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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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어 블랙리스트' 진상밝혀라>

<노동시민단체 기자회견>

<노조원.비노조원 구분 639명 명단.녹취록 공개>
<"용역업체에 배포 재취업 가로막는 족쇄역할">
<관련자 처벌.미온대처 노동청장 사퇴 촉구>



말로만 무성하게 떠돌던 캐리어 사내하청 출신 노동자들의 블랙리스트가 실제 존재하고 있다는 단서가 잡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캐리어 사내하청, 금속연맹 광주전남지역본부,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는 지난 16일 오전 11시 광주지방노동청 앞에서 '캐리어하청 노동자 블랙리스트 철폐 노동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자 639명의 명단이 적힌 리스트와 블랙리스트 관련 녹취록이 공개했다.
공개된 리스트에는 캐리어 원청과 용역업체 사이의 계약이 해지되면서 직장을 잃게 된 639명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이름이 가나다 순으로 적혀있다.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와 금속연맹 광주전남본부가 광주지역 대기업에 용역계약을 맺고있는 하청업체로부터 입수한 이 리스트는 또 노조원과 비노조원을 구분해놓고 있어 타 업체에서 캐리어 노조가입여부를 쉽게 알아볼 수 있게 작성돼 있다.
이같은 명단이 각 업체들에 배포돼 있다면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원의 신분은 곧바로 드러날 수 밖에 없다.
이와함께 이날 함께 공개된 광주지역 각 용역업체와의 전화 녹취록을 살펴보면 실제로 블랙리스트가 작성돼 각 업체에 두루 배포돼 있고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 출신을 가려내는데 사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와 금속연맹은 실제 블랙리스트의 존재여부와 활용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로 대규모 공장과 계약을 맺고있는 용역업체에 전화로 취업상담을 한 결과 이들 각 업체에 명단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캐리어 사내하청 파업기간동안 사설경비 용역업무를 맡았던 K업체 직원과 전화상담과정에서 '캐리어에서 근무한 사람은 신원조회상으로 나타난다', '캐리어 근무한 사람은 (취업이)안된다'는 답을 들었다.
또 녹취록 상으로 볼 때 P업체 담당직원은 '그러면(캐리어 사내하청 노조에 가입했으면) 일단은 큰 데는 못들어간다'거나 '어차피 큰 업체들은 대부분 명단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고 D업체의 경우도 '캐리어에 다녔으면 힘들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

특히 녹취록에 나타난 대부분 업체들은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원 출신 노동자가 캐리어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을 일부러 밝히지 않더라도 명단을 통해 출신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하고 있어 이 리스트가 광주지역 업체들간 광범위하게 배포돼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박모씨(34)는 "캐리어와의 계약이 해지된 뒤 14곳의 업체에 이력서를 내고 취업을 하려 했으나 실패했다"며 "이처럼 블랙리스트가 나돌고 있는 한 캐리어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광주에서는 살 길이 막혀버린 셈이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말부터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 출신의 노동자들이 금속연맹과 민주노총 등에 '캐리어에 다녔다는 이유로 취업이 안되고 있다'고 호소해, 이들 노조단체들이 지난 5월 30일 광주지방노동청에 블랙리스트 존재여부에 대해 조사해 줄 것과 이에대한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했으나 별다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김동남 광주지방노동청장은 지난 5월 30일 캐리어 사내하청 노조원들과 단체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 철저하게 조사해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지만 블랙리스트 관련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지방노동청은 이날 명단과 녹취록이 공개되자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 39조의 취업방해금지조항에 해당되는 중대한 불법행위이며 처벌규정 또한 엄격하게 마련돼 있는 등 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위해 엄중하게 다루는 사안이어서 블랙리스트 작성자가 밝혀질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광주지역 노동계는 광주지방노동청장에 대해 캐리어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사퇴를 촉구하기에 이르렀고 청사 앞에서는 블랙리스트 철폐를 위한 1인시위를 계속 벌여나가기로 했다. 또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정확히 구분해놓은 점을 볼 때 파업사태 이전의 하청업체과 캐리어 원청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윤영민 민주노총 광주전남지역본부장은 "블랙리스트는 지난 70∼80년대 암울했던 시기 볼 수 있었던 것으로 헌법에 보장된 일할 권리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로막고 노동조합 활동을 원천봉쇄하는 심각한 인권유린 행위이다"며 "블랙리스트의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해 반드시 관련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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