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서 부르는 노래-시민운동을 위한 헌시
길위에서 부르는 노래-시민운동을 위한 헌시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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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어제까지만 해도 그건 우리들의 구호 그 목숨건 선택은 옳았고, 또한 결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으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민중에게 희망과 평화를!' 어제까지만 해도 그건 우리들의 신앙 우린 가정을, 학교를, 직장을 박차거나 뿌리치며 기나긴 독재의 중심부를 칼날을 세우고 어둠과 침묵의 심장을 향해 감히 총을 들고 맞서기도 했다 '금남로로 가자'고 독려하던 자는 누구던가 '내 손에 돌과 화염병을 달라'고 절규하던 자 누구던가 그건 다름 아닌 우리들 비록 최후의 힘까지 다해 싸웠던가 장담할 순 없지만 적어도 비겁하게 굴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더러 회의하고 주저하기도 했으나 그럴 때마다 최초의 맹서를 기억하며 일어섰다 그러나 오, 빌어먹을 난세란 난세는 잘도 비켜서 온 자들 어느 시대에도 무사하고 어떤 검열이나 탄압도 두려워해 본 적 없는 자들이 우리들의 과거를 비웃거나 부정하고 있다 우리의 피가 스며있는 새로운 세상에도 우리들의 요구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그러나 정녕 우리 잘못 살아왔던가 아니다, 누굴 미워하거나 탓하지 말자 스스로의 선택을 끝까지 책임지려 했을 뿐 제가 뿌린 씨의 꽃과 열매가 주는 단맛을 맛보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누가 가라고 떠밀지 않는 이 길 행여 자신의 명예와 권력을 위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싸움을 자청한 건 아니다 밀려나지 마라, 겁내지 마라 그럴수록 의연하고 당당하게 일어서라 우리가 꿈꾸던 해방의 세상은 과연 왔는가 과연 우리가 바라던 통일의 날들은 왔는가 더욱 사납고 철저하게 무너져 내리는 자신들의 등뼈를 곧추 세우라 여전히 기세 등등한 적들을 향해 마음 속 깊은 울분의 폭탄을 던지라 보다 크고 강렬한 사랑의 노래를 불러내라 갈길은 아직 멀고 험하나 때로 불투명한 전망 때문에 오래 방황하거나 솔직히 뼛속 깊숙이 좌절하기도 했으나 그것마저 우리를 더욱 바로 세우는 채찍질 한 시대가 꿈결같이 지나가면서 또다시 우리들의 순결한 피와 눈물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들에겐 그럴만한 힘이 충분하다 이 시는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전북 변산 원광대수련원에서 열렸던 광주전남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연수 및 단합대회에서 임동확 시인인 낭송한 것이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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