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걷기 운동을 하면서
아침 걷기 운동을 하면서
  • 문틈/시민의소리,시민기자
  • 승인 2014.08.0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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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분씩 1주일에 5일은 걷기 운동을 해야 한다.” 언론 매체들은 툭하면 이런 기사를 쓴다. 걷기 운동이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외국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들이대는 둥, 만일 걷기 운동을 하지 않으면 이 지구상에 살아나갈 자격이 없는 것처럼 종알거린다.
흰소리 잘 하는 정치인도 아니고 고명한 전문 연구자들이 그렇다고 하니 일단 믿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말이 그렇지 거의 날마다 밖에 나가 걷기 운동을 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 아니,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며칠간은 이를 악물고 나가서 하다가도 비라도 내리거나, 무슨 약속이라도 생기면 그 핑계를 대고 쉬고, 그 쉬는 날이 며칠 계속되면 다음 날에 해야지 하고 멈칫거리다가 슬그머니 중단되고 만다. 그리고는 마치 해방된 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이번에는 작심삼일을 넘어 한 달째 이른 아침에 하루 두 시간씩 걷기운동을 하고 있다. 공원에 나가면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속보로 걷는 사나이, 두 팔이 떨어져라 위 아래로 힘껏 내젓고 걷는 여자, 아령을 들고 두 팔을 꺾었다 폈다 하며 걷는 20대 여성, 얼굴에 가면 같은 마스크로 온 얼굴을 가린 채 걷는 중년 여자, 외계인 인상을 주는 검고 넓은 차양이 달린 모자를 푹 눌러쓰고 걷는 여자, 누가 보아도 위태롭게 보이는 자세로 뒤로 걷는 중년 남자, 느릿느릿 산보 삼아 걷는 70대 가까운 사람들. 하여튼 별의별 몸짓을 하고 걷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눈에 들어온다. 과연 걷는 자만이 복이 있기라도 하는 듯하다.

진즉 걷기운동을 했어야 하는데 뒤늦게 시작을 했으니 꾸준히 해볼 작정이다. 한데 나는 암만해도 뒤로 걷기까지는 못할 것 같다. 그래도 아침 일곱시가 넘으면 바로 문을 열고 튀어나가듯 공원으로 가서 걷기 무리에 섞여 든다. 아무하고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앞만 보고 일정한 속도로 걷는다. 곧 이마와 목, 겨드랑이에서 땀이 나오기 시작한다.
정말 일생을 통해서 처음으로 해본 대단한 기록이다. 두 시간을 걷고 나면 더는 한 걸음도 더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온몸이 기진맥진해진다. 그래도 지금껏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한 달째 하고 있다니 스스로 놀란다.
아직 그 결과를 내놓을 정도로 신체적 변화가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무릎이 욱신거리고 허벅지에 통증이 가끔 느껴진다. 뱃살이 조금 줄어들었는지 어쨌는지 까지는 모르겠다. 아, 그리고 신발 뒷축이 눈에 띄게 닳았다.

무슨 목적으로 기를 쓰고 걷기를 하는지 자문해본다. 시난고난 조금만 몸 상태가 안 좋아도 병원에 가는 이 헐거운 몸의 나사들을 조여놓고 싶어서다. 그것 말고도 운동한다 해놓고 지금껏 한 달을 넘긴 사례가 없었으니 이번에는 운동에 손사래를 쳐왔던 자신에게 변화를 주고 싶어서다. 스스로에게 믿음을 주고 싶은 것이라고 할까.
날마다 운동하는 자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뒤로 걷건, 앞으로 걷건, 얼굴에 가면 같은 마스크를 쓰고 걷건, 팔이 떨어져라 휘저으면서 걷건, 날마다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어지간한 끈기와 결심이 없으면 절대로 못하는 것이 날마다 걷기 운동이다.
그런데 내일 아침에도 그 힘든 걷기 운동을 하려 나갈 수 있을까. 태풍이 온다는데 은근히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 우리 마을이 태풍권에 들어가서 그 핑계로 걷기 운동을 슬쩍 빼먹고 싶은 것이다. 대체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괴이쩍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머니는 일평생 걷기 운동 같은 것을 해본 적이 없이 지독히 고생만 하고 살아오셨는데도 구십을 바라보면서 건강히 잘 지내신다. 무엇이 몸에 좋다, 하면 팔랑귀를 가진 나 같은 사람들은 그 좋다는 것에 그만 귀가 솔깃해한다.
아침 걷기 운동도 그런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하여튼 가금 무릎에 얼음찜질을 할 때도 있는데 결심이 무너질 때까지 중단 없이 해보고 싶다. 왜냐하면 살아 있는 한 인간은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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