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임지겠다’는 말의 虛와 實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의 虛와 實
  • 이상수/전 호남대교수, 시민기자
  • 승인 2014.07.31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상수 전 호남대교수/시민기자

얼마전 세월호 참사 이후 실종자 가족들이 기거하고 있는 진도체육관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이 ‘책임’지겠다는 말을 했다. 오늘은 ‘책임’의 한계를 이야기해본다.
1980년대라는 현대사회에 이르러서도 독재국가가 엄연히 존재했다. 이러한 사회는 상사의 명령과 부하의 복종이라는 전근대적 종속관계에 의해 유지되었다. 따라서, 사회심리학자들은 인간이 어느 정도까지 자기의 자율성과 이타성을 말할 수 있는가에 자연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일반 조직에서도 상사의 명령과 부하의 복종이라는 전근대적 종속관계가 존재한다. 더구나 문제를 제기한다 해도 상사가 ‘내가 책임질 테니 시키는대로 해’라고 한다면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상사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곧 바로 ‘상사명령의 불복종’ 이라는 굴레를 쓰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그러한 결과로 징계 대상에 처할 우려도 있다.
문제는 윗사람의 말만 듣고 직장생활을 하였는데 어느 날 그 조직이 부도가 난다거나, 조직이 해체된 경우에는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상사가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던 구성원은 어느 날 직장을 잃게 된다. 이런 상황이 오면 누구에게 하소연을 한단 말인가?
MB의 독단으로 시행된 ‘4대강 및 8조원 중 자체 회수는 6천억원 불과’하다는 기사를 봤다. 안상수 인천시장 시절 ‘월드컵경기장 및 문학경기장을 놔두고 7만석짜리 주경기장 신축을 밀어붙여 정부에 수천억원을 지원해 달라는 상황’이라는 씁쓸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전남도의 ‘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부채도 2200억원에 4년째 적자’, 또한 J프로젝트도 ‘실질 채무액이 1조원’이라는 기사도 떠돌고 있다. 그들은 이미 임기를 마쳐버리고 후임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판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민들이나 지역 여론을 무시하고 자치단체 장들이 과시성 사업에 올인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자체 파산제’ 논의가 싹트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중 가장 심각한 곳이 인천시이며 다음으로 대구, 부산 등이 파산위험이 있는 지자체로 거론되고 있다.
얼핏 들으면 상사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동양의 미덕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명령에 순응하는 경우 상사에게는 모범적인 조직구성원으로 비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상사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면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해결될 것이니, 권위주의적인 상사의 입장에서는 흐뭇해 할 것이다.
미래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신중하지 않다면 데미지(damage)가 생길 수 있다. 그 데미지는 유형 또는 무형의 자산일 수도 있다. 그 손실을 누가 책임지는가. 대부분의 경우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손실은 조직구성원에게 떠 넘겨지고, 심지어는 조직의 존폐위기까지 다다르게 된다. 이런 상황이 온다면 의사결정자가 ‘내가 책임진다’라는 말을 어디까지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
기업이나 그 구성원들은 준수기반윤리규범(법률상의 처벌을 회피하는 데 기반을 둔 것) 못지않게 청렴기반윤리규범(조직의 지침과 가치를 제시하고 윤리적으로 건전한 행동을 지지하는 환경을 조성하여 종업원들 간의 책임)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대한 책임은 대부분 준수기반윤리규범의 범주 내에서 책임을 지게 된다.
조금 더 나아가면 사표를 제출하는 것이 고작이다. 권력을 누린 개인의 입장에서 직장을 떠난다는 것은 커다란 책임을 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성실하게 상사의 지시만을 따른 구성원들은 한 순간 직장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 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막연하다.
세월호 참사도 이러한 잘못된 의사결정의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아직도 적폐(積弊)를 해소해야겠다는 국민적 여망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기득권을 지켜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적폐를 해소하고 상급자의 무책임한 권한을 제어하기 위해서 평소에 소속 구성원들과 자유스러운 소통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각종 의사결정과정에서 구성원의 참여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직장은 공동운명체이기 때문에 한 두 사람이 독단적으로 끌고 가서는 안된다.
국가도 지자체도 국민이나 주민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아니 두려워하는 풍토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사회에 준수기반윤리규범 차원이 아니라 청렴기반윤리규범도 지킬 줄 아는 지도가가 많이 나타나길 바란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