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진 출판 비화 담아 ‘넘어넘어’ 증보판 간행키로
가려진 출판 비화 담아 ‘넘어넘어’ 증보판 간행키로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4.07.09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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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집필진 다시 모여

80년 5.18당시 10일간의 상황을 최초로 책으로 출판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이하 넘어넘어)의 집필진이 지난 8일 다시 모였다. 이들은 초판본 내용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들을 보완하기 위해 증보판 간행위원회(위원장 정상용)를 발족하고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5월 항쟁이 발발한지 5년 만인 1985년 출간된 ‘넘어넘어’는 처음으로 전 국민들에게 항쟁의 실상을 알릴 수 있었던 책 가운데 ‘최초’이자 가장 널리 알려진 ‘고전’으로 손꼽힌다. 이 책이 세상에 빛을 보기까지 수많은 민주인사들의 노력과 희생이 뒤따랐고 험난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출판 당시 초판 집필자명으로 새겨진 소설가 황석영씨는 어려웠던 자료수집과 집필 등에 참여한 실제 민주화운동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패막이 역할을 흔쾌히 허락했다.

하지만 5.18민주화운동에 올바른 진상규명이 되지 않은 채 그에게 억측과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증보판 간행위원회는 초판 제작 당시 자료수집과 집필, 출판 과정 등을 소상하게 밝히며 ‘넘어넘어’의 제작경위를 밝혔다.

이러한 제작 경위를 소상히 밝히게 된 배경은 “최근 5.18의 진실을 폄훼하려는 움직임이 도를 넘으면서 불필요한 억측을 해소하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하얀바탕에 표지 디자인도 없는 ‘넘어넘어’가 탄생하기까지 경위는 대략 이렇다. 80년 5.18항쟁의 현장에서 광주에서 발생한 모든 참상을 온몸으로 겪고, 낱낱이 지켜보았던 광주 민주화운동가들은 참혹했던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소명감을 모두 갖고 있었다.

5.18백서를 만들기 위한 자료수집이 한창 진행되던 무렵 1983년 현대문화연구소 정용화 소장,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에 투옥됐던 조봉훈, 전남대 출신 민주화 운동가 이재의, 조양훈 등이 통합해서 집필을 시작했다.

초창기 작업은 광주 시내 신안동 조봉훈의 자취방에서 비밀리에 진행됐다. 당시 수집된 자료는 항쟁 당시 개인들이 써놓은 목격담, 일기, 수기, 성명서, 병원 진료기록, 판결문, 공소장 등 재판기록, 사진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대략 사과상자 6박스 정도의 분량이었다.

방대한 자료를 한데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을 담당할 사람도 필요했다. 자료정리와 취재를 위해 필요한 돈은 정용화가 조달하고, 시민군 지도부 정상용이 이재의와 조양훈에게 집필 제의를 했다. 그리고 집필 작업은 1985년 1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문제는 집필의 책임을 지고 어느 출판사가 제작해줄 것인 가였다. 출판직전 아직까지 전두환 정권치하로 모두 구속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민주화운동가들을 다시 머리를 맞대고 여러차례 회의를 가졌다.

그리고 원고가 완성되자 정상용이 집필책임자와 출판사를 찾아 나섰다. 최종적으로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광주 민주화운동가 출신인 나병식이 운영하는 풀빛출판사가 제작하기로 결정됐다.

또한 출판 책임은 ‘전남사회운동협의회’가 지고 집필자로 소설가 황석영씨에게 의뢰하여 흔쾌히 승낙을 얻게 됐다. 황석영씨는 다소 투박하고 거친 표현들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작업을 했다. 우여곡절 끝에 80년 5.18당시의 참상을 세상에 알리게 된 ‘죽음을 넘어 시애의 어둠을 넘어’가 1985년 5월 20일에 출판됐다.

하지만 곧바로 사찰당국에 1만권이 통째로 압수당하고, 결국 황석영 작가와 나병식 사장이 당국에 연행되기도 했다. ‘항쟁의 진상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목표하나로 수많은 난관을 뚫고 출판된 이 책은 출간 된 이후 일본, 미국 등까지 퍼져 국내외 5.18민주화운동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큰 계기가 됐다.

‘넘어넘어’ 증보판 간행위원회는 “‘넘어넘어’ 출간 30주년을 맞는 2015년 5월까지 새롭게 밝혀진 내용들을 담아 증보판을 간행할 계획이다”며 “이 작업이 관심 있는 국민들의 참여 속에서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5월 항쟁의 정신이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도록 영어본 등 외국어 번역본을 출간해나갈 계획이다”며 또 한번의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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