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의 고향
반딧불이의 고향
  • 문틈/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4.06.1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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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저녁 마을 앞 논둑이나 습지에서 반딧불이들이 빛을 내며 날아다닌다. 빛을 깜빡거리며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반딧불이는 마치도 하늘의 별들이 뿌린 빛 같은 것이 내려와 날아다니는 것만 같다. 아이들은 반딧불이를 잡아 그 신비한 빛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탄성을 발한다.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것은 자기 짝을 찾기 위해서라고 한다. 뻐꾸기 우는 것이 자기 짝을 찾는 것이듯 반딧불이는 소리 대신 빛을 깜빡여 러브콜을 하는 것이다.

최근에 연구자들이 밝혀낸 바에 의하면 반딧불이는 빛을 내는 주기와 강도를 서로 달리해 신호를 보낸다. 반딧불이의 발광체에 들어 있는 어떤 물질이 산소와 반응해 빛을 내는데, 그 간단치 않은 과정이 1000분의 1초 만에 이뤄지면서 다양한 발광 신호를 보낸다니 놀랍기만 하다.
자연은 알아볼수록 신비스럽기만 하다. 그러니까 여름 저녁 마을 앞에서는 그 작은 반딧불이들이 자기 짝을 찾는 빛의 축제를 벌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딧불이의 아름다운 추억은 먼 옛날 이야기다. 지금은 반딧불이가 보이기라도 하면 뉴스감이다.

반딧불이는 마을에서도 농약, 화학물질의 사용에 밀려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마을의 구석구석을 비추는 환한 인공의 빛들 때문에 반딧불이는 빛을 깜박여 보았자 소용없게 되었다.
반딧불이는 인간문명의 산업화에 쫓겨 퇴출당하고 있는 중이지만 어떤 전남의 시골 마을에서는 반딧불이 마을을 만들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한다. 휘황찬란한 인공의 빛 속에 살면서도 반딧불이를 못잊어하는 사람들이 한편으론 짠하기조차 하다.

반딧불이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곤충이기 때문에 환경 표지의 대표 곤충으로 꼽힌다. 전라도 같은 산업화가 덜된 지역에서는 환경 조성에 신경을 쓴다면 반딧불이를 다시 전역에 퍼뜨릴 수 있다.
오랜 동안 남도는 산업화에서 소외되고, 정부의 국가발전 전락에서 뒤처져 버려진 땅인 양 여겨졌다. 그런데 상전벽해라는 말대로 산업화에서 멀리 있었기에 친환경 산업의 적지로 등장하고 있다. 청정한 땅, 맑은 공기와 햇볕을 자원으로 남도가 재생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버려진 땅이 축복의 땅이 될 순간이다.
누가 고향이 어디냐고 불어보면 반딧불이 사는 곳이라고 대답한다. 반딧불이를 남도의 로고로 정해서 남도의 천혜환경을 널리 자랑하고 홍보를 했으면 싶다. 남도의 자동차 번호판에는 반딧불이 로고를 붙이고 다니면 어떨까.

지금처럼 친환경이 화두가 된 마당에 남도는 곧 ‘살 판’이 나게 생겼다. 대도시에서 국내 관광을 간다면 남도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의 관광 수입이 국민 소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남도 전역에 반딧불이가 살 수 있는 서식환경을 조성하고, 더불어 반딧불이 같은 곤충연구를 하고, 친환경 산업에 박차를 가한다면 남도는 세계적인 친환경 산업 지역이 될 판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유기농 식품, 해조류, 요양원, 은퇴도시, 친환경에너지, 생태관광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산업이 남도에서 이미 시직되고 있다.

반딧불이를 남도의 상징으로 삼을 것을 제안한다. 별이 찬란한 밤하늘을 배경으로 반딧불이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친환경 식품을 먹고, 음이온이 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도시에 찌든 영혼들은 남도의 자연으로부터 축복 세례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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