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꿀벌이 사라질 때
이 땅에서 꿀벌이 사라질 때
  • 문틈/시인,시민기자
  • 승인 2014.06.12 07: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바닥에서 꿀벌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어째야 좋을지 몰라 한참 쭈그리고 앉아 지켜보았다. 꿀벌은 두 날개를 펴고 파르르 날갯짓을 해보지만 날지 못한 채 땅바닥에서 힘겹게 기어 다닐 뿐이었다.
어릴 적 잠자리를 잡아 갖고 놀다가 입김을 불어넣어 주면 날아가던 생각이 떠올라 조심스레 꿀벌을 집어 들고 몇 차례 입김을 쐬었다. 그랬더니 꿀벌은 아연 생기가 돌아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기운을 차렸다. 하지만 꿀벌은 아직 손바닥에서 계속 날갯짓만 할 뿐이다. 가만히 땅바닥에 다시 내려놓고 이 꿀벌 한 마리를 어쩌면 좋을지 머리를 굴려보았다.

나는 집안으로 들어가 꿀 한 방울을 종이에 묻혀와 꿀을 먹여보기로 했다. 나와 보니 꿀벌은 벌써 날아가 버렸는지 꿀벌이 헤매던 그 언저리에 보이지 않았다. 정황으로 보아 틀림없이 날아간 것 같았다.
문득 인간에게는 신의 입김이 필요하고, 동식물에게는 인간의 입김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는 그 꿀벌 생각을 계속 이어갔다. 올 봄에는 유난히도 꿀벌이 드물었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은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결국 인간도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었다.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간도 사라질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땅에서 허우적대던 꿀벌 한 마리 때문에 나는 왜 꿀벌이 날아오지 않을까, 정말 휴대폰 전자파 때문일까. 아니면 농약, 자동차 배기가스, 꿀이 적어진 꽃 때문일까,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다.
여러 가지 의심을 해보지만 난들 그 까닭을 어찌 알 수 있으리오. 다만 그 원인은 인간이 만들어낸 어떤 요인 때문이라는 것만은 틀림없을 것이다. 인간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고 선언한 이후 지구를 파괴하는 데 전력을 다해왔다. ‘그것이 현대 문명의 본질이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인간은 자연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조작하기까지 이르렀다. 어떤 이는 지구는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라고 한다. 그래서 지구를 학대하고 병들게 하는 인간을 더 이상 이대로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나도 인간은 지구를 못살게 구는 바이러스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얼마 전 미국 항공우주국이 인공위성이 촬영한 세계의 야경 사진을 공개한 일이 있다. 그 세계의 밤 풍경 사진은 불빛이 찬란한 도시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선진국 도시들은 낮처럼 휘황했다. 한국도 환했다.
그런데 나는 그 사진이 오히려 지구를 파괴하는 괴물 도시들을 보여주는 것만 같아서 씁쓸했다. 오래 전 인간과 지구가 가장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구상에 인간이 400만명쯤 살았을 때였다고 한다.
인간이 지구를 괴롭히고 살아서는 안 될 일이다. 한데 지구를 괴롭히는 인간 문명은 고삐 풀린 말처럼 마구 뛰어간다. 그 끝이 어디인지는 뛰어가는 문명도 알지 못한다. 문명이 뛸 때마다 지구가 흔들린다.

우리가 트위터를 한번 클릭할 때마다 전기가 소모되고,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나무를 베어 넘기는 것이나 같다고 한다.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현대 문명이 지구를 해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우리는 어째서 모를까. 지구를 괴롭히는 것이 인간을 괴롭히는 것임을.
꿀벌 한 마리가 날아간 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나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두 지구별에 동등한 거주권이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긴다. 날아간 꿀벌 한 마리가 무사히 그의 집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