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정신, 광주정신
북경정신, 광주정신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 승인 2014.06.04 11: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작년 가을에 북경을 갔다. 만리장성, 자금성, 이화원을 구경하려고 시내를 이동하면서 거리마다 붙어 있는 표시판이 있었다. ‘북경정신北京精神’ 표시였다. 북경정신이라는 큰 글씨 밑에 愛國, 創新 , 包容, 厚德이라고 적혀 있었다.
북경시민이 지향하여야 할 가치와 철학을 읽으면서 감동과 전율이 왔다. 특히 사회주의 국가가 포용과 후덕을 이야기 한 것은 놀라웠다. 이것이 바로 대동정신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북경정신을 검색해 보니, 2011년 11월 초에 북경시는 북경정신을 공표하였다. 북경시는 1년 이상의 연구와 논의를 하였고 북경시민 1,500만 명중 290만 명이 투표에 참여하였단다.
북경시의 당 서기는 “애국은 정신의 핵심이고, 창신은 정신의 정화이며, 포용은 정신의 특징이고, 후덕은 정신의 품질”이라고 말하였다 한다.

지금 광주는 ‘광주정신’ 선거를 치르기에 이르렀다. 김한길 대표는 "윤장현 후보는 민주화 과정에서 광주와 고통을 함께했고 ‘광주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분으로 광주시민들이 시장으로 세워 달라"고 호소하였고, 이용섭 전 국회의원은 “강운태 무소속 단일후보를 광주시장으로 선택해 낙하산 후보를 이기는 것이 훼손된 광주의 명예를 회복하고 ‘광주정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정작 광주정신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이야기 하지 않고 있다.

광주정신이란 무엇인가? 광주정신은 5.18정신과 같은가? 같다면 5.18 정신은 무엇인가? 이렇게 생각이 꼬리와 꼬리를 물면서 꽉 막히고 말았다.
그러다가 광주정신에 관한 신문기사를 보았다. (재)광주비엔날레(이사장 강운태)와 (사)광주연구소(이사장 나간채)가 “광주비엔날레 20주년에 맞춰 ‘광주정신’의 탐색을 위한 본격적 학술 연구 작업을 하여 광주정신 선언문을 선포하고 광주정신의 세계화를 실천한다.”는 것이었다.
광주비엔날레와 광주연구소는 5월 말까지 학계, 문화예술계 시민사회계가 참여하여 3차의 원탁회의를 마무리하였다. 세 번의 원탁회의 신문기사를 다 읽었다. 그런데도 의문이 여러 가지 남는다.

첫째 왜 ‘광주정신’이라고 이름 붙이는가 하는 점이다. 광주정신이 5.18 정신과 같은가 아니면 다른가? 만약 같다면 구태여 ‘광주’라는 이름을 붙이는가? 그냥 5.18 정신이라고 하면 될 것인데. 3.1정신, 4,19정신도 있으니 5.18 정신이 훨씬 개념정립이 분명할 텐데.
또한 ‘광주정신’하면 광주만이 가지는 고유한 정신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광주만이 가지는 독특한 정신을 찾을 수 있을까? 만약 민주와 인권을 광주정신이라고 한다면 다른 지역에는 민주, 인권이 없단 말인가?
둘째 광주 정신은 광주의 역사와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가? 광주정신이 5.18 정신과 다르다고 한다면 다시 논란이 생긴다. 광주정신은 조선 시대 사림정신 (구체적으로 말하면 박상의 절의정신, 고경명의 충의정신)과 한말의 의병정신, 일제의 항일 정신(예를 들면 광주학생독립운동 정신)과의 관련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셋째 광주비엔날레는 7월경에 21세기적 시대정신을 담은 ‘광주정신 매니페스토’를 국제사회에 발표할 것이란다. 이러려면 광주광역시 의회가 광주정신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광주광역시장이 광주정신을 선포하여야 하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북경처럼 시민 투표도 하여야 하는 것 아닌가?
넷째, ‘광주정신’이 전 세계에 선포된다면 광주는 가장 모범적인 ‘광주정신’ 구현 도시가 되어야 한다. 만약 광주정신에 인권이 포함되었다면 다시는 ‘도가니’ 같은 일이 광주에서 일어나면 안 된다. 광주정신을 훼손하는 일이 생기면 광주는 전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광주정신’은 광주시민이 지향하여야 할 가치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광주정신’에 대한 충분한 연구를 통해 그 가치와 철학을 마련해야겠다.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