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경찰, ‘낙서범’ 잡자고 수천명 신상 털어
광주경찰, ‘낙서범’ 잡자고 수천명 신상 털어
  • 정인서 기자
  • 승인 2014.03.26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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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자치단체 편의적 개인정보 이용 행태 개선돼야”

광주지방경찰청이 정권을 비판한 단순 낙서(落書)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수천명의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 인적사항을 요구하고 구청은 이를 쉽게 넘겨준 데 대해 시민단체가 개인정보보호에 안일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참여자치21은 26일 경찰이 낙서 용의자 한 명을 잡기 위해 일선 구청에 3,792명에 달하는 기초수급자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요구하고, 구청은 이를 쉽게 건네줬다는 뉴스는 충격적이다고 성명을 냈다. 

참여자치21은 이번 사건은 평소 지역의 수사기관과 행정기관이 시민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얼마나 편의적으로 활용하고, 안일하게 관리하는지 명백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용의자가 정권을 비판한 정도를 가지고 관할 형사과가 아닌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과 국가보안법을 담당하는 지방청 직할 보안수사대 수사관까지 투입했다는 사실은 박근혜 정권이 또 하나의 공안정국을 만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경찰은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 낙서 용의자를 색출하기 위해 탐문 과정에서 “용의자가 기초수급증을 가지고 다닌다”는 제보에 따라 광주지역 전체 기초수급자 명단을 요청했다는 사실은 사실상 인권침해에 해당하는 일이다. 

또 관할 형사과가 아닌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과 국가보안법을 담당하는 지방청 직할 보안수사대 수사관까지 투입했다고 한다. 

낙서를 남긴 16곳 대부분이 공공시설 공사현장 외벽으로 애초부터 낙서공간이란 점을 감안할 때, 정권 비판만 없었다면 이렇듯 적극적인 수사를 펼쳤을 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참여자치21은 "‘낙서범’ 검거에 수사력을 대거 동원한 경찰이 평소에는 서민을 울리는 민생범죄라든가 대포통장 등 해결에는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하고 "이런 경찰의 ‘과잉 충성’이 정권을 견제하는 여론을 사전에 차단하고, 시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는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광주경찰청은 지난 2012년 한 해 개인정보 무단 조회·유출 실태에 대한 감사를 통해 199건(32명)을 적발하고도, 징계는 단 1명에 머물렀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경찰의 개인정보보호 관리와 이용에 있어 안일함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지적된다.

법원의 영장도, 시민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버젓이 명단을 제공한 일선 구청의 허술한 개인정보보호 수준도 시민의 걱정을 불식시킬 수준으로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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