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총리에게 보낸 서한문
정홍원 총리에게 보낸 서한문
  • 강기정 국회의원
  • 승인 2014.03.1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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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기정 의원

강기정 의원 등 지역 국회의원들이 12일, ‘님을 위한 행진곡’과 관련하여 정홍원 국무총리의 면담을 가졌다. 면담 이후 강기정 의원이 총리에게 직접 서한문을 보냈다. 정 총리의 무성의한 태도에 대한 내용부터 빼앗긴 우리 노래를 되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강기정 의원이 정 총리에게 보낸 서한문 전문을 싣는다./편집자주

                              정홍원 총리께 드리는 글

점심 식사 맛있게 드셨습니까? 저는 6천 원짜리 대구머리탕을 먹었습니다. 쓰린 속이 다스려지지 않습니다.

총리를 만나고 나오면서 드는 생각 한 마디를 말하라고 한다면 ‘참으로 성의 없다’ 였습니다. 아니 국회의원 6명이 지역구 민원 부탁드리러 간 자리도 아니고 엄연히 우리가 불렀던 ‘빼앗긴’ 우리의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을 되찾고자 갔던 것인데, 마치 총리는 바쁜 시간 속에서도 만나주고 대화에 응해주는 것을 고맙게라도 생각하라는 듯한 모습에서 참으로 유감이었습니다.

하나하나 얘기해 보겠습니다만, 제 글의 결론은 “우리가 너무너무 자연스럽게, 너무너무 기쁘게, 또는 너무너무 슬프게, 또는 너무너무 미안해서, 또는 서로를 위로하면서, 또는 희망을 갖자면서, 또는 용기를 갖자면서 부르던, 또는 또는 또는……. 그런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정부가 빼앗아 갔으며 그 노래를 되돌려달라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총리실을 간 것은 바쁜 총리와 한가로이 대화하고, 설명하고, 의견을 전달하러 간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자리는 정부가 광주로부터, 국민으로부터 빼앗아갔던 ‘님을 위한 행진곡’을 어떻게 언제 되돌려 줄 것인지를 우리에게 보고하고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총리실의 산하기관인 보훈처가 자꾸만 미적대고 있는 것을 총리께서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것인지 그 계획을 묻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자꾸 총리는 우리에게 의견을 얘기하라고만 했습니다. 이것은 본말 전도입니다. 우리는 총리로부터 구걸하다시피 노래를 돌려달라고 애원하러 간 것이 아닙니다. 당연한 우리의 권리, 우리의 노래를 돌려달라고 항의하러 간 자리입니다. 그걸 총리는 착각하셨던 겁니다.

우리 동료 의원들이 얘기했잖습니까. 총리의 이야기, 정부의 이야기를 해 달라, 보훈처장 얘기는 신뢰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미 보훈처장은 보훈을 빙자하여 이념 논쟁을 벌였던 그런 사람이고, 우리의 노래를 이념의 거울에만 비추어 본 사람이기 때문에 더 이상 보훈처장과는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 이런 입장인 것입니다.

그래서 총리를 만나러 간 것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건대, 우리는 우리의 요구를 하러 갔고 총리의 분명한 입장을 듣고자 했던 것이지, 우리가 하해와 같은 총리의 은덕을 입으러 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또 하나, 총리는 마치 우리의 노래가 지정곡으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협의체 구성이 늦어지고 그 협의체에 일부 단체가 참여하지 않음으로부터 지연되고 있다고 수차례 말하였는데 이것도 완전히 본말전도입니다.

 

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하는 것은 국회 결의안 이전에나 해야 할 절차이지, 결의안까지 나온 지금 시점에서는 전혀 의미가 없는 절차입니다. 미국 국회에서 동해 병기 결의안이 통과되면 행정부에서 협의체 구성해서 다시 논의합니까. 행정부는 그것을 받아들일 것인지 아닌지 가부만 결정해서 바로 서명합니다. 그런데 ‘님을 위한 행진곡’ 결의안까지 통과된 마당에 협의체를 구성해서 논의하겠다는 것은 일의 순서가 틀린 것입니다.

이는 결의안 거부에 명분이 없는 총리와 정부가 억지로 거부의 이유를 만들려거나, 아니면 이번 5월 이전에 지정되지 않도록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빼앗아간 노래를 되돌려 주지 않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고, 더불어 국회의 뜻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제 생각이 틀렸습니까.

정홍원 총리님,

제 말에 속이 좀 상하셨던가요? 제 언성이 좀 높았지요? 제 몸짓과 손짓이 거칠었지요? 인정합니다. 불쾌하셨다면 지금 차분한 마음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총리와 이 정부가 우리의 노래를 빼앗는 이 행태에 대해 우리는 불쾌, 속상함 정도가 아니라, 분노 그 자체입니다.

노래 한 곡에 분노했다는 제 말이 잘 이해되지 않으시지요? 인정되지 않으시지요? 왜 고작 노래하나 가지고 저러나 싶으시지요?

그렇다면 총리께서는 80년 5.18을 잘 아시는가요?

제가 볼 땐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만약 아신다면 ‘님을 위한 행진곡’ 이 어떤 의미를 가진 노래인지 충분히 이해가 되실 텐데 말입니다. 혹시 5.18이 가끔씩 대통령이 참석하고 대통령이 못 갈 때에는 총리가 말씀을 대독하는 그런 정도의 국가기념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우리의 노래가 불리어지건 불리어지지 않건 정부 주관 기념식이 반듯하게 치러지고 번지르르한 얘기로 대독이 읽혀지면 성공하는 행사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시면 안 됩니다.

5.18은 지금 대한민국을 만든 힘이었습니다. 80년 당시에 무엇을 하였든 어떤 생각을 하였든 5.18 그 현장에 있었든 없었든 모든 사람들이 5.18로 덕을 보고 있습니다. 자부심, 대한민국의 발전, 이러한 것이 바로 5.18로부터 시작된 성과이자 힘입니다.

그 힘을 만들어내는 우리 국민들이 부르던 노래가 바로 그 ‘님을 위한 행진곡’입니다. 그런데 어떻다고요? 그 노래가 불순하다고요? 그럼 5.18도 불순한 세력들이 만들었던 일이었습니까? 그것이 국가기념일을 대하는 총리와 정부의 태도입니까?

사실 지난 번 총리와의 만남이 무위로 그친 뒤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불쾌한 기분 때문이 아니라 아직 총리는 어떠한 답변도 우리에게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보여서였습니다. 우리의 생각을 전하는 자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의안 통과에도 왜 일을 진행시키지 않는지 그것에 대한 분명한 답이 아니라면 만날 이유도 없어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18 34주년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고 분노의 열기가 자꾸 커지면서 국민들의 가슴이 애타오기 때문에 총리를 우리가 먼저 찾아간 것입니다. 총리께서는 우리가 찾아간 것을 송구해야 할 입장이었습니다.

물론 지난 번 총리와의 약속이 불발되면서 오늘 그에 대한 책임 공방도 있었습니다만 다시 말씀드리건대 그날 분명히 ‘총리와 총리실’의 시스템 문제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 드립니다.

총리는 ‘약속 지키지 않는 국회의원’이라는 표현을 우리에게 썼는데 오히려 약속을 파기 당한 쪽은 우리였습니다. 백번을 양보해서, 국회의 일정상 우리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더라도, 공식일정도 없는 상태에서 7분을 채 기다리지 않고 공관으로 귀가해 버렸던 그 모습에 대해서 적어도 오늘 우리들에게 유감 표명이라도 하셨어야 하는 것 아니었습니까?

우리의 노래를 빼앗는 총리와 정부의 힘은 거친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각배입니다. 우리는 총리의 그 성의 없는 오늘의 답변을 분명히 기억하고 4월 국회에서 이에 대해서 답을 드리겠습니다.

부디 오늘 저의 서신이 우리의 노래, ‘님을 위한 행진곡’을 국민께 되돌려 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면서 속 쓰린 가슴 부여안고 총리께 몇 마디 적었습니다. 제가 직접 쓴 솔직한 글이오니 기분 상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평안하십시오.

                               2014. 3. 12

                                    강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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