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투표’ 폴리 집계 발표 혼란 초래해
광주비엔날레, ‘투표’ 폴리 집계 발표 혼란 초래해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3.12.25 16: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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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들, 무심결에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공식적인 발표 오히려 오해할 염려 높아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회관 옆 골목에 들어선 광주폴리Ⅱ ‘투표’의 집계 결과를 두고 광주비엔날레가 시민들이 의지를 갖고 투표한 결과인 듯 공식적인 발표를 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투표’ 폴리가 설치된 골목은 좁은 곳이면서 쇼핑몰 갤러리존 후문, 타로카드, 먹거리가 즐비한 곳으로 하루에 1~2만명이 다니는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다.

이곳에 설치된 광주폴리 '투표'는 렘 쿨하스와 잉고 니어만이 전광판을 통해 거리 여론조사이자 투표소로 적용시켜 다양한 현안과 의견을 묻는 질문들을 던지고 바닥에 ‘예’, ‘중립’, ‘아니오’부분을 지나가는 시민들의 수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폴리에 생소한 시민들은 이곳을 무심결에 지나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욱이 골목이라는 점에서 거리가 비좁아 친구들이 어울려 지나갈 때는 서로 팔짱을 기고 지나가기까지 해 두 개 영역을 동시에 통과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게다가 25일 현장을 지켜본 결과 이곳을 지나치는 많은 시민들이 폴리 '투표'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 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맞는 의사결정을 투표로 표현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광주비엔날레재단은 2주마다 게시한 질문에 대해 마치 수만 명의 시민들이 투표를 한 것처럼 공식적인 발표를 해 혼동을 주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투표 폴리를 통해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동성 결혼 지지 여부를 지난 2주간(12월 10일~24일) 물으면서 지역민들의 의견을 집계했다고 공식발표했다.

24일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재)광주비엔날레가 국내 최초 시민 참여 여론조사 장인 광주폴리 Ⅱ ‘투표’를 통해 동성 결혼 관련 광주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본 결과 총 투표자 수에서 54.5%가 중립(8만4095)을 선택했으며, 25.5%는 아니오(3만9449), 20%는 예(3만733)(24일 오후 5시 30분 기준)로 응답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 결과 인권의 도시 광주에서는 동성 결혼에 대해 중립 혹은 긍정적으로 답변한 사람들이 11만 5000여 명으로 집계되면서 ‘아니오’라고 답한 이들보다 3배 가량 많았다는 평가를 했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 10일 광주폴리 Ⅱ 첫 오프닝 때 선보였던 ‘투표’ 첫 질문인 ‘당신은 성형수술에 찬성합니까?’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중에서 중립이 56%(16만 3547명)로 가장 많았으며, 아니오 24.4%(7만 1255), 예 19.6%(5만 7217) 순이었다.

‘투표’ 작품은 찬성과 반대, 중립이라고 적힌 통로 중에서 원하는 답변을 통과하면 결과는 카메라가 자동 인식해 실시간 집계된다.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투표 작품으로 시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국내외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며 “참여하는 시민들이 의견을 표현하는 민주적 행위가 실현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면 절대적으로 민주적인 투표라기보다는 단순한 ‘재미’요소에 주안점을 둔 이벤트로만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지,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두가 동의하는 의견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거리를 지나가면서 ‘어느 쪽으로 지나가지?’ 잠시 멈춰서 생각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투표 폴리가 설치된 곳에서 만난 장 모씨(46)는 “여기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냥 생각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바닥에 신호등처럼 빨간색, 초록색 페인트가 칠해져 뭔가 했는데 무심결에 지나가는 게 의견으로 반영되고 있는지 몰랐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단순히 재미요소로 집계된 결과를 광주비엔날레측이 공식적인 대중의 의견인 듯 발표한 것은 대중들에게 신뢰감이 부여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지 않냐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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