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도청 복원 ‘현장성 對 문화예술성’
옛 도청 복원 ‘현장성 對 문화예술성’
  • 권준환 수습기자
  • 승인 2013.11.0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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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 역사의 가장 직접적인 진실
광주를 넘어선 ‘콘텐츠 구현’ 필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2015년 개관을 앞두고 있는데 5.18의 역사적 현장이었던 옛 도청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이는 아직도 옛 도청 부지의 활용에 대한 정부나 광주시민의 합의가 덜 이루어졌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광주시의회가 나섰다. 정현애 의원이 주축이 되어 ‘옛 도청부지 내 5·18 사적지 복원 및 보존에 관한 토론회’를 지난 4일 광주광역시의회 건물 4층 대회의실에서 가졌다.
광주광역시 시민들에게 5․18 이라는 숫자는 뜨겁게 작용하는 듯 했다. 1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토론회를 지켜보고 관심을 보였다. 이번 정책 토론회는 조호권 광주광역시의회 의장의 인사말로 시작했으며 정현애 시의원이 사회를 맡았다.

조호권 의장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초석인 5․18민주화운동의 보편적 의미와 가치를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사적지를 후대에 남겨줘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며 “이번 정책토론회를 통해 옛 전남도청부지 주변의 5․18 사적지에 대한 복원과 보존 방안을 논의해 대안을 제시하는 유익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현애 시의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그동안 아쉬웠던 점들에 대해 이야기가 잘되어 5․18 민주정신을 되새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토론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이 끝나고 나간채 전남대학교 교수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의 추진실태와 현재적 과제’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제가 있었다.
나 교수는 “5·18 사적지 복원이 명예로운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별관 철거 논란 등으로 지역사회에 불신과 갈등이 존재했다”며 “공론과 소통을 통해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광주의 심장부인 구 도청 일원에 3~4m의 거대한 장벽이 있어 시민들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며 토론을 통해 바람직한 운영체제 구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5․18 사적지 복원 사업은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옛 전남도청 일원을 5․18기념공간으로 조성키로 한다는 5․18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후에 노무현 정부가 공약사업으로 2003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계획을 발표하면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와 추진기획단이 발족되었고 사업계획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로 전환됐다.
이어서 2008년 문화의 전당 기공식을 갖고 공사가 시작됐다.
나 교수는 문화전당 시설물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먼저 현장보존의 원칙을 위배했다면서 ‘현장성’이야말로 기념공간을 위한 최상의 요건이며, 현장이 역사의 가장 직접적인 진실이고 기억의 대상이기 때문에 반드시 보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5․18항쟁 당시 시민군의 활동근거지였던 도청별관 건물이 방치되고 있는 것에 대해 “위원회의 판단 결과가 다수결이라고 해서 무조건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소수의견을 존중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4개의 신축건물에 대한 5․18항쟁의 상징화 작업 문제를 제기했다. 옛 도청 일원은 5․18항쟁의 본거지이기 때문에 그에 합당하는 철학과 가치문화가 스며있는 광주 특유의 독자적 정체성을 지닌 시설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5․18항쟁은 외부적으로 중요한 문화라는 평을 받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그렇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며 “5․18의 역사를 어떻게 아름답게 만들어 갈 것인지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치열한 논쟁과 분열을 일으키면서 철거 정책을 취하하고 변경한 내용에 대해 해당 정책 책임자는 지역사회에 사과를 하고 책임을 져야한다”며 “여론조사를 할 때 편파적이고 불균형적인 내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평가와 기대가 부족했다. 책임 있는 지역사회라면 이러한 부분을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좀 더 실질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자문위원회를 구성할 때 어떤 단체를 포함할 것인지 충분히 판단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발제는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민주인권평화 관련 문화예술 특성화 콘텐츠 개발’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황 교수는 “5․18 보존건물을 보편적 가치로 승화하고 감성을 울릴 수 있는 고명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에 열린 광주시내 연령별․거주지별 시민토론회 내용을 근거로 들면서 5․18기념관의 콘텐츠를 문화예술로 승화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민들의 요구는 5․18기념관 사업을 추진한다면 ‘문화예술로 승화 67%’, ‘지역 활성화를 위해 문화산업과 연계 20%’, ‘시민공간으로 조성 13%’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또한 기념관 조성이 광주만의 자축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광주와 호남을 넘어서 전 세계를 향한 콘텐츠 구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적으로 기념관 조성에 있어서 콘텐츠를 어떻게 특성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강점은 최대한 강하게 끌고 가고, 약점은 고유한 특징으로 만들며, 풀리지 않는 난제는 주변의 장치를 통해서 중심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념관 조성의 강점은 5․18항쟁의 서사 자체가 대단히 감동적이며 열흘간 일어난 스토리의 기승전결이 명료하게 존재하는 것을 들었다. 또한 ‘일방적으로 당한 역사’가 아니라 ‘극복한 역사’의 성격이 있다며 이러한 대서사시를 어떻게 기념관에 담아낼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약점은 전시공간이 부족한 점을 들면서 별관사용이 불가하고 합목적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5․18항쟁에 대한 지역 내 피로감과 광주 외 지역의 거부감, 젊은 세대들의 망각을 지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전쟁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이 되고 기억은 문화가 된다”며 “타지 사람들이 와서 5․18이 무엇이었는지를 내면화하고 자발적인 감성으로 느낄 때 여러분이 목숨 바쳐 지키고자 했던 5월의 정신이 온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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