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찬양한다
5월을 찬양한다
  • 문틈/시인
  • 승인 2013.05.23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은 ‘천상의 계절’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은 우리가 사는 이 지상의 계절이지만 5월은 하늘이 특별히 지상으로 잠시 내려놓는 천상의 계절이다. 그러므로 5월에 태어나는 사람은 특별히 축복을 받은 사람이며, 5월에 죽은 사람 또한 별달리 하늘의 축복을 받은 영혼이다.
5월은 봄날의 꽃철이 지나면 갑자기 잎철을 펼치기 시작한다. 잠시 동안 봄과 여름 사이에 불꽃놀이 같은 찬란한 푸르름의 향연이 일시에 벌어진다. 푸른 폭죽이 터지는 듯한 눈부신 아름다움의 계절이다. 그래서 나는 봄, 5월, 여름, 가을, 겨울 하고 일년을 다섯 계절로 나눈다.
내게는 일 년이 해마다 다섯 계절인 것이다. 5월의 푸른 빛 속에 서 있으면 내 목마른 영혼도 푸르름으로 차오른다. 모르면 몰라도 천국이 있다면 그 하늘나라는 일 년 내대 5월 같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부드러운 바람이 살랑거리고, 이팝나무 진한 꽃향기가 퍼지고, 푸른 나뭇잎새들이 찬란히 빛나는 날들, 그 계절이 바로 천국의 현현이라고 말이다. 그러므로 5월은 우리가 지상에서 잠시 천국을 목격하고 천국의 시민이 되는 은총의 계절이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고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성서에 나오는 이 싯귀도 필시 5월을 배경으로 우리의 고단한 영혼을 휴식하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푸른 대지에 누워 하늘에 오가는 흰 구름을 바라보며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듣는 경계는 우리가 꿈꾸는 무릉도원 같은 세계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이보다 더한 자연의 축복이 어느 계절에 또 있을까. 5월은 아무리 아름다운 인간의 말을 빌려 찬양해도 모자랄 것 같다. 천사들이 사는 계절이라고 할까, 성장한 신부들이 사는 계절이라고 할까.
그야말로 5월은 꽃보다 잎이 더 아름다운 계절이다. 인생살이의 모든 슬픔과 고통조차도 5월이 보여주는 푸르름 앞에서는 그저 한번 내쉬는 한숨에 지나지 않는다. 남루한 가난조차도 그저 한 잎 푸른 잎새에도 미치지 못한다.
5월에 나는 천국의 세례를 받는다. 내 육신과 영혼이 푸르름의 성체를 받아먹고 거듭난다. 흡사 내가 죽었다가 부활하는 듯한 느낌이다. 그리하여 5월의 인도로 나는 천국에 들어선다.
그런 상상이 절로 드는 계절, 5월에 나는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은총과 축복으로 받아들인다. 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보리수나무 푸른 그늘 아래서 부처는 유아독존을 깨닫지 않았던가. 그때도 필시 5월이었을 것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세계의 여러 곳을 가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가 둘러본 다른 어느 나라의 5월보다도 가장 찬란한 계절이 우리나라 5월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가을은 캐나다, 미국 북부 지역의 가을이 압도적이다. 하지만 5월은 단연코 우리나라의 5월이 빼어나다. 우리나라 5월은 지상의 어디에서도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롭다. 그래서 나는 특별히 축복받은 5월이라고 하는 것이다.
밖으로 활짝 열어놓은 네모난 창으로 나뭇가지와 펄럭이는 나뭇잎새들이 보인다. 거실에서 보면 100호쯤 되는 그림이다. 녹색은 아무리 바라보아도 물리지 않는다. 녹색은 세속에 물들어 탁해진 영혼을 회복시켜 준다.
하늘은 비단처럼 부드럽고, 땅은 신록의 장원으로 뒤덮힌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라곤 없는데 어찌 5월은 이처럼 내 영혼을 드맑게 하는 것일까. 나는 깨닫는다. 진정한 행복은 사람으로부터가 아니라 자연으로부터 무상으로 받는 것임을.


최신 HOT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