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층이란 누구인가?
지도층이란 누구인가?
  • 문틈/시인
  • 승인 2013.05.0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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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는 자주 ‘지도층’ 운운하는 표현이 나온다. 나는 이 표현을 대할 때마다 심히 불쾌하다. 도대체 지도층이란 무슨 뜻인지부터 알아보고 싶다.
육법전서 달달 외워서 고시 패스한 변호사, 판사, 검사 그리고 박사학위 받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 행정고시 패스해서 평생 책상받이하는 정부 고위관료, 그리고 의사, 국회의원, 뻑쎄게 돈 번 부자들을 이른바 지도층이라고들 하는가보다.

정말 그들을 5천만명의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체 누가 그들에게 함부로 지도층이라고 이름 붙여 주었는가.
이 대명천지에 지도층이란 말이 과연 합당한 표현인지 의문이 든다. 그래 그 사람들을 지도층이라고 하자. 그러면 그 사람들이 우리 같은 백성들에게 무엇을 지도한다는 말인가. 소금 만드는 법, 농사짓는 법,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가, 힘들게 자식 대학 보내고 결혼시키고 집 사주느라 산전수전 겪고 이제 이마에 훈장 같은 주름을 새긴 인생 구루한테 무엇을 지도한단 말인가.

옛말에 “왕후장상은 씨가 다르더냐”는 말대로 똑 같이 태어났는데 어이 어떤 사람들이 갑자기 대뜸 한목 거머쥐고 지도층이라고 나선단 말인가,
4.19때 불의에 항거해 앞장섰다가 총 맞아 산화한 영령들의 후손, 5.18민주화운동 때 죽고 고통받고 감옥가고 그런 갑남을녀들의 가족, 나라 지키느라 선열을 잃고 집도 없이 쭈그리고 사는 가족, 부자 나라 만드느라 죽어라 일만 천직으로 알고 손톱 뭉글어지게 일해온 공장 노동자 같은 사람들은 그러면 무엇이란 말인가.

일평생 부동산 투기 한번 안하고 죽으나 사나 땅 파먹고 사는 농부들, 목숨 바쳐서 새벽 찬바람 무릅쓰고 고기 잡아오는 어부들을 누가 무슨 자격으로 무엇을 지도한단 말인가.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다운계약서 작성, 표절 논문 같은 부도덕의 대가들이 그 수법을 한 수 지도해 준다는 말인가. 누가 좀 말해달라. 전관예우, 막말 판사가 어떻게 해서 이 나라의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지 말이다.

정색을 하고 말하건대 권력이 국민한테 있는 이 나라에서 지도층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 말이다. 그러므로 그런 불쾌한 말을 당최 써서는 안된다. 지금이 무슨 부족국가 시대도 아니고 다들 제 존재감으로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마치 점령군이나 된 것처럼 일단의 사람들이지도층이란 완장을 차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
그들에게 지도받을 일도 없고, 지도 받지 않고도 다들 잘 살고 있다. 어찌 한 주먹도 안되는 그들을 지도층이라고 부른단 말인가.
신문에 보면 맨날 단골 얼굴들이 칼럼을 쓰고, 그 사람들이 하는 늘 듣던 말들로 지면을 장식한다. 도대체 5천만명이나 되는 엄청난 인구가 사는 이 나라에 말 자리나 들어볼 사람들이 그 사람들뿐이라는 말인가.
혹시 언론에 단골로 나오는 그 사람들이 지도층인가. 그 사람들 말고도 저자에는 깊은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 시글시글하다. 곧잘 매스컴에 이름이 오르내린다고 해서 그들이 뭐 중뿔난 것도 아니고 더더구나 지도층도 아니고 그들도 그냥 우리들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다.

지도층이란 말은 백성을 존중하지 않는 표현이며 기득권을 옹호하는 해괴한 말이다. 걸핏하면 트위터 같은 데에 씨알도 안먹히는 말풍선을 끄적대는 사람들을 곧잘 화제로 띄워 올리는 매스컴은 제발 정신 차려서 기득권을 두고 지도층이란 말을 남발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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