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모습 담아 '기억의 풍경' 그려내다
자연의 모습 담아 '기억의 풍경' 그려내다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3.04.1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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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신세계미술제 수상작가 서미라展, ‘강을 사유하다’

▲서미라 작가
점점 훼손되어가는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을 캔버스에 담아 회화적 공간으로 그려낸다. 자신이 직접 느끼고 바라본 그대로 기억의 풍경을 채워나간다. 서미라(46) 작가의 작업 이야기이다.

자연 자체를 몸으로 인식하는 서미라 작가의 초대전이 10일부터 23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이 여덟번째 개인전이다.

서 작가는 “해마다 개인전을 준비했지만 이번 전시회의 주제인 ‘강’처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전시회를 준비한 것 같다”며 “그동안 의도적으로 계획하고 '만드는' 전시회를 했지만 이번 전시회는 자연스러움 속에서 확장된 작업을 시작하게 된 분기점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장마비Ⅰ_91x116.7cm_oil on canvas_2012
온갖 개념과 스타일의 치장이 횡행하는 요즈음의 미술계에서 회화란 대상과 화면에 온몸으로 부딪히는 것이라는 정직하게 관계 맺는 회화를 대하는 태도는 눈여겨볼 만하다.

서미라 작가가 이번 전시에 보여주는 땅, 강, 공기라는 자연은 단순히 바라보고 예찬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연 자체를 몸으로 인식하며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화면에 펼쳐 보여준다.

원래 그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늘 학교통지표에 장래희망란에 ‘화가’를 적어왔다. 직접 물감과 화통, 컨버스를 들고서 풍경을 보며 사생을 즐기는 서 작가는 혼자 있는 시간에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렇게 자연의 소재 중에 따뜻한 ‘매화’에 접근하게 됐다. 겨울이 지나고 그림을 그리러 나가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매화였기 때문이다.

서 작가는 “매화로 여성의 삶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며 “겨울을 이겨내고 삭막한 풍경 속에 움튼 매화가지 꽃망울은 인고의 시간을 극복한 힘이 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강을 사유하다’ 시리즈 작품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잔설_150x400cm_oil on canvas_2013
광주 토박이인 서 작가는 빠르게 지나가는 도시속의 환경보다 시골 생활을 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지난 2001년 보성군으로 내려가 ‘우화소’라는 작업실을 만들고 자연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화소’는 벌레가 나비가 되어 날개를 달고 자유롭게 난다는 의미를 부여한 곳이다.

어느 날 보성군에 살고 있는 서 작가는 집 앞 산의 작은 강을 막고 보를 만들기 위한 하천정비공사가 장기간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됐다.

이에 대해 서 작가는 “광주와 보성 사이를 지나가는 화순에 보를 만들기 위한 4대강 하천정비 공사를 하는 모습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며 “수천 년을 그곳에서 지낸 강을 고의적 막는 모습 그대로를 기억에 담아 그려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런 자연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시작하여, 작가 본인이 강이 되고 사유하고 진솔하게 느끼는 것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서 작가는 “인간의 역사속에 자연의 입장에서 봤을때 자연스레 생기는 저항감이었다”며 “강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작업에서 결국은 내가 강이 되어 사유하게 되고 느끼는 작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길이 되다_200x600cm_oil on canvas_2013
한편 서 작가는 1990년대 중 후반 작품은 삶과 사회적 현상, 미술의 사회적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대 현실에 대한 번민이 표현주의적 실험과 민중미술의 리얼리즘 양식으로 치열하게 담아냈다.

이후 개인적 삶의 조건이 달라지고 자연과 우주의 생명 순환에 대한 성찰을 화면 안에 담아내다 보니 기존 작품에 비해 무척 자전적인 방향으로 흘렀다. 중간에 있었던 9년여 간의 공백기에 대해 서미라 작가는 “스스로를 성찰하고 의식의 전환을 가질 수 있는 시기로 생각된다”고 말한다.

삶의 주변을 살피고 자연을 사색하며, 그리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담아낸 이번 전시 작품 ‘강을 사유하다’ 시리즈 작품은 실경을 바탕으로 한 각인된 기억이다. 우리는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기억을 통해 본다.

즉 같은 장소에 서 있더라도 같은 것을 보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생각대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서미라 작가가 담아낸 풍경은 무척 일상적이고 익숙한 풍경이지만 실경의 디테일한 재현이 아닌 몸으로 체득된 기억의 풍경이다.

앞으로 서 작가는 “작업을 할 때 주제에 몰두해 일상의 소소한 행복감이나 잔잔한 것을 놓칠때가 많아 오히려 경직되고 관념적인 표현으로 이르게 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며 “지금 살고 있는 터에서 안착하고 뿌리내린 작가로서 삶의 진솔함을 담아내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전남대 예술대학 미술학과를 졸업한 서 작가는 지난 2011년 제13회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오랜 시간 흔들림 없는 작업 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작품을 선보여 높은 평가를 받고 대상을 수상했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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