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감상하기
청문회 감상하기
  • 문틈/시인
  • 승인 2013.03.21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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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각료와 고위급 공직자에 대한 국회청문회가 계속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청문회에 불려나온 대부분의 내정자들이 부동산투기, 공금유용, 군복무 미필, 표절 같은 비리에 이리저리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지만 어떤 경우는 해도 이건 좀 너무 한다싶은 경우가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흡사 비리 인사들만을 찾아서 내놓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다. 가만 생각해보면 적어도 한 나라를 쥐락펴락할 사람들이 이런 정도라는 것에 자괴감이 인다. 어느 당이 집권당이 되건 청문회에서 보게 되는 흔한 풍경이다.

“과거 무슨 직에 있을 때 기업으로부터 뒷돈을 받았다는데 그 사실을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시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미국국회 청문회 장면이 떠오른다. ‘국민 앞에’라는 대목에서 숙연한 느낌이 들었다.
청문회는 몇몇 여야 국회의원 앞에서 하는 자기 고백의 자리가 아니다. 국민 앞에 자신의 능력과 도덕성을 검증받는 자리다. 비리가 있다면 이실직고하여 사과해야 하고 능력이 출중하다면 입증해보여서 국민의 동의를 얻는 신성한 자리다. 내정자들도 풍진 세상의 세파를 헤치고 그 자리까지 도달했으므로 전혀 때가 안 묻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아침 출근길에 와이셔츠를 입고 나갔다 퇴근해오면 와이셔츠 깃이 새까맣게 때가 묻어 있다. 세상이란 그런 곳이다. 청문회에서 도덕군자를 찾는 것은 아니다. 기업으로 치면 신입사원의 면접시험이라고 할까.

청문회가 국민이 봐줄만한 사소한 잘못까지도 흠잡아 낙마시키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한번이라도 시궁창에 발을 딛지 않고 살아온 사람은 없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고위 공직자한테서 시궁창 냄새가 나는 것을 모른 체할 수는 없다. 그들은 나라 살림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더욱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이 마땅하다.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는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산다. 이는 비난받을 게 전혀 없다.” 그러나 “리더는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풍요로워지는 것을 지향해야 한다. 자기 배만 채워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자기 배만 채우기 급급한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더라도 등짝에다 자기(가족) 먹을 기름을 잔뜩 채운 쌍봉낙타나 마찬가지다. 국민의 바늘귀(耳)를 무사히 통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청문회를 보면서 흥미로운 것은 뻔히 자신의 비리나 부정이 드러날 자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정자 신분을 포기하지 않고 분칠하여 나온다는 점이다. 나 같으면 고위직에 내정 통보를 받았다면 먼저 거울 앞에서 나의 신언서판(身言書判)이 바른길이었는지를 들여다보고 수락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 청문회에 쏟아지는 ‘신상 털기’가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장관 내정자가 사퇴하고 나서 ‘대중의 뒷 캐기’에 질렸다고 한 고백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어쨌든 나라의 고위직 공직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일찌감치 어릴 적부터 바른 행실, 투철한 국가관, 리더십을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부정, 부패, 비리로 얼룩진 사람은 권력, 명예, 권위의 자리에 앉아서는 안된다. 호치민이 죽었을 때 남긴 것은 지팡이 하나와 옷 두벌 그리고 책 몇 권이었다. 고위 공직자가 될 사람들에게서 그런 청렴 유전자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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