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함께 살면서
개와 함께 살면서
  • 문틈/시인
  • 승인 2013.03.2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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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아지 두 마리와 같이 산다. 둘 다 말티즈 종이다. 둘은 성격이 판연히 다르다. 해피는 암컷인데 얌전하고 말이 없다. 평소에는 있는 듯 없는 듯한데 가족 중 누가 밖에 나갔다 오면 짖어대며 환영인사를 떠들썩하게 한다. 7년을 같이 살다 보니 해피는 가족들과 눈빛으로도 의사소통이 된다. 어떤 때는 해피가 개라기보다는 우리 가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깜빡 해피가 개라는 사실을 잊고 무심코 말을 걸 때도 있다.
반면 복동이는 수컷인데 매우 부잡하다. 함께 산 지 3년째다. 거실 아무데나 돌아다니며 한 발을 치켜들고 오줌을 갈겨댄다. 성질도 거친 편이다. 그래도 급하면 주인 앞에서 죽는 시늉까지 하는 귀여운 데가 있다.
개를 기르는 데는 꽤 신경이 쓰이고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먹이와 패드, 병원치레. 그래도 우리 식구라고 여기며 평생 같이 살 작정이다. 누구한테 내줄 수도 없고, 더더구나 버릴 수도 없다. 한 가족이 된 개들은 잠잘 때는 각자 나와 아내 침대에서 한 마리씩 잔다. 해피와 복동이 때문에 우리 가족끼리 멀리 놀러가지도 못한다. 개들과 함께 간다면 모르지만 대개는 두 마리 개를 돌보기 위해 누군가 가족 중 한 사람은 집에 남아 있어야 한다.
어떤 대학교수는 강원도로 강의하러 가다가 개 먹이를 주지 않고 온 것이 떠올라서 몇 백리 길 집으로 되돌아갔다가 대학으로 갔다고 한다. 미국의 어떤 배우는 병으로 자기가 죽게 되자 사랑하는 개를 자기처럼 돌볼 사람이 없다며 개를 안락사 시키기도 했다. 애완견이 죽었다며 따라 죽은 우리나라 여자도 있었다. 인간의 장대한 이야기에는 개의 이야기가 섞여 있다.
개를 보듬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별스런 사람도 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개를 기르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뭐 개한테 옷을 입혀서 데리고 다닌다고? 개는 1만 4천년 전부터 인간과 친구가 되었다고 한다.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사람과 친하게 되어 서로 가까운 관계로 진화한 것이다. 인간을 위해 죽어간 개의 영웅담은 셀 수 없이 많다.
주인을 위해 목숨을 버리기까지 하는 그 충성심은 대체 어떻게 되어 생겨난 것일까. 어릴 적 동네 사람들이 개를 잡아먹으려고 매단 새끼줄이 끊어져 도망간 개가 목의 살갗이 벗겨진 채로 다음날 절뚝이며 다시 돌아오던 장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한 주인을 다시 찾아오다니.
개에게 영혼이 없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 개를 길러보면 알 수 있다. 그 눈빛에 어려 있는 갈망은 밤낮으로 자기가 우리 가족이며 친구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만 같다. 팍팍한 인생 살이에 개는 더없는 위로와 우의를 가져다준다. 만일 천국이 있다면 그곳에도 틀림없이 주인을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개가 있을 것이다.
전 고위 공직자 한 분이 자신이 기르던 개를 버리려고 집 밖으로 내보냈더니 개가 사흘간이나 찾아와 들여보내달라고 문짝을 긁어댔지만 안 열어주어 결국 개를 내보낼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준 뒤로 나는 그분 이야기가 나오면 손사래를 친다. 인간은 못 믿어도 개는 믿을 수 있다. 해피와 복동이한테서 흔들림 없는 믿음과 충성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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