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의 광주’, 인문학 되살리기
‘예향의 광주’, 인문학 되살리기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3.03.20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생공감의 무등지성 대표 장복동 교수 인터뷰

▲생생공감의 무등지성 대표 장복동(전남대 철학과) 교수
“예향의 광주 시민들이 인문학을 통해서 건강한 삶을 함께 이어갔으면 합니다.”

요즘 인문학이 위기다. 현대로 접어들면서 효율성과 실용적인 것만 중요시 여기며 문사철(문학, 사학, 철학)은 점점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경제논리만 따지는 현대 사회가 인간적인 삶의 방식이나 방향을 제시해주는 인문학을 외면해서인지 세상이 더 각박해진 것일 수 있다.

그러한 가운데 인간다움을 회복하기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인문학 강좌를 선보이는 학문공동체 ‘생생공감의 무등지성’(이하 무등지성)이 관심을 끌고 있다.

무등지성은 전남대학교 비정규교수 인문학술모임으로 지난해 10월, 9명의 연구위원들과 함께 십시일반 돈을 모아 지역사회 시민들과 대화와 만남을 통해 삶의 가치를 확장시키기 위해 첫 발을 내딛었다.

대학 밖에서 대안을 꿈꾸는 무등지성의 대표인 장복동(전남대 철학과) 강의교수는 “비정규교수, 시간강사로 살아가면서 의미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고, 지식인의 창을 열어 시민과 교류할 수 있는 창을 만들어 보고자 뜻이 맞는 사람들과 모이게 됐다”고 말한다.

이렇듯 사람다움을 중시 여기는 장 교수는 대학교수들이 연구라는 명목 하에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지역사회와 소통하지 않으려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그의 꿈은 하나의 갈래에만 매달려 학문세계에 매몰되지 않고 현대 윤리학까지 통합하는 인문학자가 되고자 한다.

무등지성의 취지 역시 시민들과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생각과 태도를 지닌 다중 지성 주체들의 출현시켜 인류애와 공동체 정신이 구현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또한 무등지성은 인문학 강의만 하는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와 관련된 정책개발에 있어 지역의 의제를 발굴하고 연구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한편 그가 인문학을 접하게 된 것은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학을 전공하면서 부터다. 본래 사회학이나 정치학을 하고자 했으나, 대학 2학년 한국철학을 가르쳐 주셨던 정병연(鄭炳連) 교수가 돌아가시고 나서 마음이 바뀌게 됐다.

그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철학에 매진을 했으며, 만취(晩翠) 위계도(魏啓道) 선생에게 한학을 배우기도 했다. 그는 “만취 위계도 선생님은 이 시대의 마지막 선비이자 한학자 이백순 선생과 쌍벽을 이루신 분이셨다”고 웃음 짓는다.

만취로부터 한학을 배운 이로는 문인화가 금봉 박행보, 서예가 고봉 이선경, 백천서당의 김재희, 인장예술가 효천 조정숙 등 많이 있다.

그리하여 지난 1986년 전남대 윤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다산 정약용의 실학을 연구해 윤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끝없이 실학을 연구했던 그는 마침내 2001년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됐다.

인문학에 대해서 장 교수는 “인문학이란 다른 실용적인 학문에 비해서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며 “진득하게 오랫동안 쌓이다 변화가 나타나고,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은 사람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능을 한다”고 말한다.

또한 “무등지성의 강의를 듣기 위해 전대 화순병원에서 암투병중인 환자 한 분이 매주 꼭 찾아와서 강의를 듣고 후기를 오려주시는 분이 있다”며 “그것을 지켜보며 투병을 하는데 있어서 인문학 강의가 힐링, 치유를 하는 좋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한다.

이렇듯 인문학가치를 전파하는 무등지성의 활동으로 인해 조금이나마 현대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인간다운 모습을 되찾아가길 기대해본다.

한편 무등지성은 신안동 SJ빌딩 2층에서 월~금요일까지 오후 7시 인문학 강의, 매주 토요일 장성지역 중·고등학생 인문강좌, 매월 넷째 주 토요일 오후 3시 충장서림 3층 갤러리에서 ‘찾아가는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문의 062-511-0903)/김다이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