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부활의 길 ⑤> 비전과 정책이 먼저인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민주당 부활의 길 ⑤> 비전과 정책이 먼저인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 승인 2013.03.19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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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정배 전 법무부장관
나는 1999년 말부터 2000년 초까지 새천년민주당 창당 작업에 참여했다. 나는 신당의 강령을 만드는 위원회의 실무책임을 맡아 새롭고 웅대한 비전을 담고자 진력했다. 젊고 유능한 전문가들과 함께 밤낮없이 일해서 멋진 강령 초안을 마련했다. 미래의 디지털시대, 심지어 개별 국가의 주권이 약화되고 국제기구나 세계정부가 큰 힘을 가지게 될 상황까지 대비한 안이었다.

이 강령 초안이 김대중 대통령께 보고됐고 김대중 대통령께서 손수 고쳐주셨다. 아니, 고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 써주셨다고 해야 맞다. 우리가 만든 초안은 거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되고 김대중 대통령께서 늘 말씀해 오시던 ‘중산층과 서민의 당’, ‘개혁적 국민정당’ 등 낡은(?) 표현이 부활해 있었다. 우리는 민주당이 DJ당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2003년에는 열린우리당 창당에 참여했다. 물론 당시 누군가가 강령을 만들었겠지만 어느 누구도 그것에 주목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는 ‘낡은 정치 청산’과 같은 과거의 부정에만 관심이 있었지 새로운 미래의 비전, 특히 IMF 위기 이후 고통 속에 살아가는 국민대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사회경제적 비전을 내 놓지 못했다.

지난 대선 패배의 원인을 놓고 어떤 이는 민주당이 너무 좌클릭을 했기 때문이라고 하고, 다른 이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다. 나는 민주당이 좌클릭이냐 아니냐 하기 이전에 믿음직한 국가비전을 가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DJ시대 이후의 변화하는 현실에 조응하는 비전, 민생을 안정시키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생태환경을 보전할 확고한 비전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새로 들어선 당 지도부는 2009년 1월에 ‘뉴민주당 플랜’을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뤄지다가 ‘뉴민주당플랜’이 발표되었지만 결국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경제민주화와 복지는 지난 대선의 중요 화두였다. 민주당이 새누리당 보다는 먼저 제기한 이슈였지만, 제대로 주도하지도 풍부한 내용을 만들지도 못하면서 오히려 박근혜 후보에게 새치기 당하고 말았다. 지난 몇 년 동안 국민적 관심을 끌었던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등의 이슈도 민주당이 제기하거나 내용을 채웠다고 보기 어렵다.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등 집권 당시 스스로 선도한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을 바꾸면서도 국민을 납득시킬 충분한 사과나 설명을 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상대 당에 책임을 전가하는 바람에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이제부터 민주당은 뚜렷한 국가비전과 아울러 국민의 삶을 안정시킬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정책을 내 놓아야 한다.

당의 정책기능을 대폭 확대하고 체계화해야 한다. 당의 최고지도부는 정책활동에 우선적으로 정치적 힘을 실어야 한다.

첫째, 민주당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당분간은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을 중심으로 정책활동을 전면에 배치해야 한다. 당 대표가 직접 주재하는 정책 토론 및 발표회를 매주 2~3차례 정례화하고 국회의원들이 참여하도록 의무화시키자. 그것을 통해 주요정책을 개발하고 발표해서 국민에게 전달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당의 법정 부설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을 대대적으로 활성화시켜 가장 중요한 당 관련 기구로 만들어야 한다.

이 시대 최고의 경세가를 연구원장으로 옹립하고 소신껏 활발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전권을 부여하고 충분한 자원을 공급하는 것이 좋겠다. 연구원장은 당 대표가 주재하는 정책 토론 및 발표회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은 물론이고, 당의 장․단기적 과제를 전략적으로 연구하고 학계 및 시민사회의 싱크탱크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해 가야 한다. 연구원이 민주개혁진보정책의 허브역할을 하도록 당 지도부는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 이미 제안한 바 있는 정책전당대회(<민주당 부활의 길 ③> 참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민주당이 명실상부한 정책정당으로 거듭나는 것, 이것이야 말로 민주당 부활의 길이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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