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나라
세계 최고의 나라
  • 문틈/시인
  • 승인 2013.03.07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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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이른바 압축 성장을 한 나라다. 불과 한 세대만에 보릿고개를 넘어 경제 강국을 만들었고,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화를 달성했다. 세계에서 보기 드문 성취를 이루어냈다. 그렇게 해서 자유와 첨단 문명을 즐기는 편한 삶의 공간을 마련했다. 참으로 눈부신 발자취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그늘을 드리운 것도 사실이다. 삶의 질은 높아졌다고 하지만 행복지수는 한참 낮다. “잘 살게 되었으면 뭐해?” 하는 소리가 들린다. 호강에 초친 불만인지 모르지만 우리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산업화 민주화가 이루어낸 역사를 진정으로 자랑스럽다고 할 수 있을까싶다.

빨리빨리 유전자가 이루어낸 이 놀라운 성취 뒤에는 그 대가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너무나 많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를 기록하는 것들이 그것을 잘 말해준다. 출산율 최하위를 비롯하여 1인 가족 비율 1위, 흡연율 1위, 고령화 속도 1위, 교통사고율 1위, 자살율 1위, 이혼증가율 1위, 낙태율 1위,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1위, 세금부담 증가속도 1위 등 헤아리면 세계 1위가 수도 없이 많다. 물론 자랑스러운 것도 1위 하는 것이 그 못지않게 수두룩하다.

우리나라는 변화, 굴곡, 양극화가 심한 나라다. 사회가 정신없이 돌아간다. 잠깐 딴 데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세상이 바뀌어 있다. 아닌 말로 ‘눈 감고 있으면 코 베어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나 같은 사람은 이런 정신없는 사회로부터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최고로 역동적인 나라라고 묘사한다. 그래선지 세계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나라 중의 하나가 우리나라다.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같은 나라들은 어찌 된 일인지 언론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마치 지상에 없는 나라들처럼. 그런 나라에서는 뭐 건물 붕괴나 월드컵 축구 응원이나 노동자의 크레인 고공 시위, 외환위기 같은 것도 없는가 보다.

신문을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무엇인가를 발명하고, 생산하고, 수출했다는 뉴스가 실린다. 그것뿐인가. 이 세상 어느 나라 어느 오지에도 한국 사람이 뛰고 있다. 그러고 보면 한국 사람은 ‘해가 지지 않는 민족’이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 사람 누군가는 이 지구상 어딘가에서 늘 아침을 맞고 있다. 한국인에게는 하루 24시간 해가 비치고 있다. 참 대단한 나라다.
그런데 왜 행복지수가 부탄이나 방글라데시보다도 못할까. 한 마디로 행복하다고들 여기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를 중심으로 나라가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서라고 나는 판단한다. 안됐지만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 모두를 중심으로 돈다. 이 간단한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데서 행복감과 멀어진다. 내가 행복하려면 남이 행복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행복시대를 외치니까 텔레비전에서는 행복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 행복은 노인들에게 돈 몇 만원씩 퍼준다고 오는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남에 대한 배려, 어려운 이웃에 대한 십시일반의 도움, 서로에 대한 존중 같은 것이 생활화되어야 진정으로 행복이 온다.
아득한 옛날 동굴에 살던 사람들이 행복을 모르고 살았을까. 아닐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해지려면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진짜 세계 최고 나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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