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자연에서 찾는다
화장품, 자연에서 찾는다
  • 나노바이오연구센터 이재의 소장
  • 승인 2013.01.04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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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기술, 화장품과 만나다
아름다움을 향한 본능의 여행

▲나노바이오연구센터 이재의 소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마음은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다. 부와 권력, 그리고 아름다움은 욕망을 공통분모로 한다. 집단적인 욕망은 경우에 따라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낸다. 인류 역사에서 화장은 오랜 동안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남성이 권력과 부를 추구하는데 집중했다면 여성이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손쉬운 수단은 화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남성도 화장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과거와 달리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이 모호해지는 데서 오는 사회현상일 것이다.

2010년 영국 브리스톨 대학 연구팀은 스페인 남부 무르시아 지방의 유적지에서 물감 찌꺼기가 묻어있는 조개껍질을 찾아냈다. 조개껍질에 묻은 색소들은 현대 화장품 소재와 크게 다를 바 없이 다양한 물질을 복잡한 가공과정을 거쳐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물감이 네안데르탈인이 사용한 화장품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류 최초의 조상으로 알려진 네안데르탈인도 화장을 했다는 증거다.

기원전 7500년 전 화장 보편화

오늘날 군인들은 야간 훈련할 때 얼굴에 숯검정이나 위장용 크림을 바른다. 선사시대에는 동물 사냥 때 자신을 눈에 띄지 않게 은폐시킬 목적으로 주위 환경과 비슷한 색소를 이용하여 얼굴이나 몸에 발랐을 것이다. 그게 점차 일상생활 속으로 침투하면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화장법으로 바뀌었다.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7500년 전 이미 화장이 보편화됐다. 처음에는 제사장 등 일부 계층에서 종교적인 목적과 신체보호를 위해 시작한 화장이 점차 상류층 여인들의 치장을 위한 영역으로 확대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피부관리는 오늘날 전문가들 사이에서 화장기법의 고전적인 텍스트로 통한다. 당나귀 젖을 이용한 스킨케어, 세련된 장신구, 다양한 헤어스타일의 가발, 아로마 향신유 등 토탈 코디네이션을 이루고 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 단군신화에도 독특한 화장법이 숨어있었다. 곰이 100일 동안 동굴 속에서 쑥과 마늘을 먹은 다음 웅녀가 됐다는 설화가 그것이다. 쑥과 마늘에는 피부를 하얗게 만드는 미백 성분이 많다. ‘미백효과’ ‘주름개선’ ‘자외선차단’ 등은 기능성 화장품의 3대 요건이다.

동양이나 서양 모두 미인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하얀 피부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붉은 입술, 또렷하고 커 보이는 검은 눈매가 포인트였다. 이집트 네페르티티 여왕의 분묘에서 발견된 미이라는 청색 아이라인에 빨간색 매니큐어와 발톱에 페디케어까지 칠했다.

요즘도 장례식장에서는 죽은 사람의 얼굴을 최대한 곱게 화장한 다음 관에 넣는다.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런 욕망이 화장품 소재와 제조기술, 화장법을 끊임없이 발전시켜온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

고성장 산업으로 진화하는 화장품시장

오늘날 영상매체의 발달은 그 어느 시대보다 외모에 대한 대중적 욕망을 크게 자극하고 있다.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귀족이나 사대부 여인들까지만 화장법이 보편화됐으나 지금은 누구나 화장을 한다. 화장품 산업 규모도 급팽창하는 추세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클렌징크림, 선크림, 립스틱, 비비크림, 파운데이션 등 세분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식품은 아무리 맛있어도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식품시장은 성장의 임계치가 존재한다. 그러나 화장품시장은 욕망의 크기에 비례하여 거의 무한대에 가까울 만큼 팽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화장품산업이 고성장 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요즘 화장품의 진화는 눈부시다. 피부 미학을 둘러싼 현대과학기술의 집약체라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기 위한 갖가지 효능과 효과를 자랑하는 화장품들이 매일 쏟아져 나온다. 더 좋은 소재를 발굴하는 것과 피부 깊숙이 탱탱한 느낌을 전달해주는 기술 개발이 핵심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피부 미학적 수준에서 화장품을 만들었다면 요즘은 생명과학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게놈프로젝트를 통해 밝혀진 유전자와 단백질 정보를 바탕으로 피부의 생리활성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면서 화장품 소재 개발에도 가장 최근의 생명공학 및 생물공학 기술이 이용되고 있다.

다양한 미생물을 이용하는 발효기술을 비롯하여 초임계 추출기술과 초고압을 이용한 가수분해기술, 나노유화 분산기술, 약물전달기술까지 소재 가공 기술들이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피부세포의 노화를 억제하고 성장을 촉진하는 ‘성장인자’를 찾아내고, 거기에 필요한 생리활성 물질을 공급할 수 있는 펩타이드 화장품도 출현했다. 화장품은 이제 단순히 피부에 바른다는 개념을 벗어나 먹고 마시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피부가 아닌 소화기관을 통해 흡수된 화장품 성분이 특정 부위의 피부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찾아냈다. 또한 거기에 필요한 피부세포 활성 성분을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화장품 품질은 ‘재료’와 ‘피부장벽 뚫는 기술’ 두 가지 점에서 좋고 나쁨이 가려진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재료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피부세포 깊숙이 그 물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은 크게 달라졌다. 피부 표면은 생활 주변의 온갖 세균이나 미생물의 오염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한 1차적인 차단막이다.

단단한 피부장벽을 뚫고 이물질이 들어가기 힘들다. 아무리 좋은 화장품일지라도 피부 속까지 그 성분이 전달되지 않으면 효과는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화장품의 약효가 세포에까지 침투해서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게 하는 전달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주사, 맛사지 팩 등 다양한 방법이 이용되지만 최근에는 입자의 크기를 아주 작게 만들어 피부장벽을 침투할 수 있게 하는 나노기술도 각광받고 있다.

화장품에도 쓰이는 나노기술

오랜 세월 사용해온 재료들 가운데 납과 같이 일부 피부에 유해한 성분이 밝혀진 것을 제외한다면 대체적으로 광석이나 식물 추출물을 기반으로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한 주요 화장품 재료는 오늘날에도 비슷하다.

아이새도와 아이라인에 사용한 콜(korl)은 공작석, 방연석, 앤티머니 같은 광물에서 얻었다. 입술화장에는 오늘날에도 페인트나 그림 물감으로 사용되는 오커(ochre)인데 붉은 황토를 재로로 양기름에 반죽해서 만들었다. 미용크림은 아몬드와 꿀, 포도주를 섞었다. 피부연고는 몰약나무에서 얻은 물질에다 계피를 혼합했는데 냄새가 향긋해서 인기였다고 한다.

피부보습제는 오늘날도 사용하는 삼나무 추출 수액과 몰약을 섞어 만들었는데 온몸에다 맛사지했다. 사막의 모래바람에 건조해지기 쉬운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화장품이었다. 지중해의 피마자 열매를 압착해서 뽑은 오일은 강렬한 태양빛을 차단하는 데 효과가 컸다.

오늘날 비누, 향수, 크림, 립스틱의 원료로 인기다. 팩은 톱밥과 향유를 섞어 발랐다. 클렌징 크림은 식물기금과 라임에다 향수를 혼합했고, 매니큐어와 염색약은 헤나꽃의 향수와 잎사귀로 만들었다. 당나귀 젖 목욕은 피부에 유분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화장품 재료도 주로 곡물이나 식물에서 채취했다. 파운데이션은 붉은 백합의 꽃술을 따서 말린 산단으로 누에고치 집에다 묻혀 볼에 토닥였다. 피부를 부드럽게 하기 위한 크림은 주로 돼지기름을 발랐다. 콜라겐이 많기 때문에 회화나무 꽃가루를 넣어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을 첨가하면 훌륭한 화장품 소재가 됐다.

미백효과를 위해 사용한 분의 재료로는 쌀, 분꽃씨, 조개껍질, 백토, 활석을 미세한 분말로 만들어 사용했다. 오늘날 팩과 같은 재료는 벌집에서 채취한 꿀 찌꺼기였다. 얼굴에 고루 펴서 영양을 흡수시킨 뒤 떼어냈다. 눈썹 화장은 굴참나무, 너도밤나무를 태운 숯이나, 소나무 송진이 묻은 관솔을 태울 때 나오는 그을음을 기름에 개어 사용했다.

볼에 찍는 동그란 연지는 홍화 꽃잎을 찧어 환약으로 만든 뒤 물에 개서 사용했다. 박의 줄기에서 나오는 물은 미안수라고 해서 화장 전에 얼굴에 발랐다. 팥, 콩, 녹두, 쌀뜬물로는 세안을 했다. 주로 미백효과가 있는 천연소재다.

화장품 대량소비 시대를 맞아 대량생산이 필요하게 됐다. 필요한 재료를 자연에서 충분히 얻기가 어렵게 됐다. 20세기 중반 원유에서 석유를 정제하고 남은 부산물에서 다양한 화학물질을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 가운데 상당수가 화장품 재료로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그 때부터 화학 구조식만 알면 손쉽게 합성을 통해 싼 가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 화학 재료는 천연재료에 비해 피부 감촉도 좋은 게 많았고 색깔도 선명해서 한동안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피부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쌓여가면서 몇몇 화학 재료들은 장기간 사용할 경우 오히려 피부를 해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1세기 들어 다시 천연소재가 화장품 재료로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 배경이다.

천연소재 발굴로 천연화장품 생산

필자가 속한 나노바이오연구센터는 이 같은 화장품 업계의 추세에 맞춰 천연소재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엔프라니, 소망화장품, 태평양제약 등 인천지역 유명 화장품 기업 9개와 손잡고 전남지역에서 많이 생산되는 농작물 등 생물특산자원에서 높은 생리활성을 갖는 천연소재를 찾아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 가지, 복분자, 울금, 편백, 비파잎, 창포뿌리 등에서 미백 효과나 노화를 억제시키는 성분을 찾아내기 위한 연구가 한창이다. 지식경제부와 전남도, 인천광역시, 광주광역시, 장성군과 장흥군 등이 3년에 걸쳐 약 200억원을 투자하고, 20여개 관련 기업들이 참여한 대규모 천연소재 개발 사업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이 사업을 통해 전남지역에 분포한 특산자원에서 상당히 좋은 성분들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앞으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식물에 함유돼 있는 좋은 성분을 효과적으로 추출하고 분리해서 분석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다행히 나노센터는 천연소재를 발굴하려는 기업들에게 필수적인 초임계유체추출 장비를 갖추고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완벽한 원스톱 지원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내년부터는 여기서 개발된 전남산 천연화장품 소재가 국내 유명 화장품 기업을 통해 제품화돼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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