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의 사자성어, ‘거세개탁’ 무슨 뜻일까?
2012년의 사자성어, ‘거세개탁’ 무슨 뜻일까?
  • 김다이 기자
  • 승인 2012.12.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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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탁하다

“온 세상이 탁하다.” 교수들이 지난 한해를 표현하는 사자성어로 거세개탁(擧世皆濁)을 꼽았다.

교수신문은 10~19일 전국 교수 6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28.1%가 2012년의 사자성어로 ‘거세개탁’을 선택했다고 23일 밝혔다.

거세개탁이란 온 세상이 모두 탁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올바르지 않아 홀로 깨어 있기 힘들다는 뜻으로 초나라의 충신 굴원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서 유래했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SNS에서는 “오죽했으면 이런 표현들을 할까”, “모두 썩었다는 말이다. 개판이다. 다같이 복창 멍멍”,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겹쳐 이런 말이 나왔지 않겠느냐”라는 여론이 불고있다.

어부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굴원이 모함으로 벼슬에서 쫓겨 강가를 거닐며 초췌한 모습으로 시를 읊고 있는데, 고기잡이 영감이 그를 알아보고 “어찌 그 꼴이 됐느냐”라고 물었다. 굴원은 “온 세상이 흐린데 나만 홀로 맑고, 뭍사람이 다 취해 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어서 쫓겨났다”고 답했던 이야기이다.

이렇듯 올해의 사자성어로 거세개탁이 뽑힌 이유는 혼탁한 한국 사회에서 위정자와 지식인의 자성을 요구한 것이라고 교수신문은 분석했다.

한신대 윤평중 철학과 교수는 “바른 목소리를 내야 할 지식인들마저 정치참여를 빌미로 이리저리 떼거리로 몰려다니며 파당적 언행을 일삼았던 점을 반성해야한다”며 “MB 정부의 공공성 붕괴, 공무원 사회의 부패도 해법과 출구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법학계의 목소리도 비슷했다. 건국대 한상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과 법원은 법을 오·남용해 정의를 우롱했고, 대통령은 내곡동 부지문제 등 탐욕의 화신임을 보여줬고 검찰과 법원은 법을 오·남용해 정의를 우롱했다”며 “MB 정부 끝자락에 윤리와 도덕이 붕괴하고 편법과 탈법이 판치는 세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충남대 윤민중 화학과 교수 역시 “개인 및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해 좌우가 갈리고 세대 간 갈등, 계층 간 불신과 불만으로 사회가 붕괴·방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 결과 2위에는 ‘대권재민(大權在民, 나라를 다스리는 권력은 백성에게 있다)’이 26%를 받았고 3위에 ‘무신불입(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이 23.4%로 뒤를 이었다.

무신불립을 추천한 목포대 허형만 국문과 교수는 “올 한해는 청와대로부터 시작해 정치인, 검찰, 경찰,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언행들로 국민이 피곤했다”라고 추천이유를 밝혔다.

한편 올해의 사자성어는 각 분야 교수 40명에게서 사자성어 28개를 추천받은 뒤 교수신문 필진과 명예교수 30명이 성어 5개를 추려내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011년에는 나쁜 일을 하고 비난을 듣기 싫어 귀를 막지만 소용없다는 뜻으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이 선정된 바 있다.

새해에는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먼저 혼탁한 세상을 올바르고 맑게 만들어 태평성대가 되길 꿈꿔본다./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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