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 역사의 분수령을 넘으며
대통령선거, 역사의 분수령을 넘으며
  • 류한호 (광주대 교수,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공동의장
  • 승인 2012.12.13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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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선거가 코앞에 다가왔다. 마지막 여론조사결과 발표도 지나갔다. 선거의 꽃으로 불리는 TV토론은 한번 남았을 뿐이다. 사람들은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숨을 죽인 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어떤 드라마도 이처럼 사람들 가슴을 졸일 수 없다. 마지막 숨고르기를 하면서 이번 선거의 의미를 살펴본다.

2012 대통령선거는 미래와 과거의 싸움이다. 우리 역사는 미래를 향해 나가려 하지만 과거의 망령이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고 달려드는 좀비처럼 우리 국민들을 강력하게 붙잡고 있다. 과거 세력은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르고, 중소기업이나 노동자 농민들보다 재벌과 대기업에 유리한 경제정책을 펴고, 가난한 자들에게 대한 복지정책보다 부자들 감세에 신경을 쓰고, 젊은 층의 실업과 노인층의 삶의 문제에 별 신경을 쓰지 않고, 남북의 평화보다는 적대적 대결을 부추기고 그것을 이용해 남남대결구도를 만들고 분열과 기존질서 유지를 획책하는 세력이다.

이들에게는 조국의 미래나 국민적 통합보다는 자신의 사적 이익과 자기 세력의 기득권 유지가 더 중요하다. 지금보다 밝은 세상을 원하지 않고 어두운 과거를 지속시켜 나가려는 세력이다. 봉건왕조시대와 같은 칙칙함을 그 뒤에 감추고 있다.
미래 세력은 수도권과 지방, 전라도와 경상도, 여성과 남성, 부자와 빈자 사이의 각종 격차와 불균형을 해소하고, 재벌과 부자 위주의 경제정책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적절한 분배와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각종 사회적 안전장치를 만들며, 소수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중앙집권보다는 국민 다수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을 추구하고, 남북의 평화 공존과 민족의 미래와 번영을 추구하는 세력이다.

미래를 지금보다 밝은 질서가 자리 잡고, 불안과 불편이 적은 편안한 공동체로 만들어 나가려는 세력이다. 자유와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자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려는 세력이다.
지금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그 누구도 완전한 과거 세력도 아니고, 완전한 미래 세력도 아니다. 두 후보 모두 과거적 요소와 미래적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과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미래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다만 누가 미래지향적 요소와 과거지향적 요소 중 어떤 것을 더 많이 갖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겉으로 떠도는 말이나 주장하는 말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 그 후보들이 걸어 온 길을 잘 살펴서 판단할 일이다. 공약이나 주장이란 오로지 표를 더 얻기 위해 진실과 반대방향으로 가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벌을 두둔해 온 사람과 정당이 어느 날 갑자기 재벌개혁을 외치고, 복지를 거부하던 사람이 갑자기 복지를 선도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중앙집권체제를 강력하게 지지했던 사람과 정당이 갑자기 지방분권과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깨어 있는 국민들은 똑같이 경제민주화를 말하지만 무엇이 더 그 기본개념에 가깝고 누가 더 진실하게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금방 깨닫는다.

투표가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어떡해야 투표를 잘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대통령선거는 미래를 선택하는 일이다. 여기서 나의 미래도 중요하지만 내 자손의 미래도 중요하다. 20년 또는 30년 후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을 가진 나라였으면 좋을까.
그 때도 여전히 분단국가 분단민족으로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남북대결구도로 전쟁의 불안과 분노에 떨며, 지역간·빈부간 격차가 확대되어 특정지역에 사는 것이 천형처럼 느껴지고, 아들딸과 손자들이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고생하고, 농촌이 망가져 수입농산물만 먹어야 하는 그런 나라가 좋을까, 그 반대의 나라가 좋을까.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의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끝없이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인지 헤아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선택을 하면서 망설이고, 선택을 하고 나서 후회도 한다. 해결방법을 생각해 본다. 첫째,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한다. 언제나 그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온 전략이 있다. 둘째, 차악의 선택전략이다. 이쪽도 저쪽도 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중 덜 나쁜 것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가장 나쁜 것부터 하나씩 지워나가다 보면 마지막에 남는 것이 가잘 덜 나쁜 것이다.

모두가 좋은 말을 한다. 하지만 진짜와 가짜를, 진짜 미래와 미래를 가장한 과거를 어떻게 잘 구분해야 한다. 이것이 이번 선거를 잘 치루고 안전하고 행복한 미래를 여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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