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광주 보기
이방인의 광주 보기
  • 시민의소리
  • 승인 2001.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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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 보기1 (2001년 6월21일)
'광주' 하면 그저 막연히, 연상되는 느낌이 강했다. 광주에 와 보기 전까지는. 내게는 낯선 도시이다. 몇 번의 짧은 방문에서 새로움, 편안함, 즐거움을 느낀다. 그런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들과 작품으로 대화한다. 단순한 대화이지만 광주는 내게 이젠 편안한 도시다.

# 광주 보기2 (2001년 5월26일)
'5월 정신'-내게 희망을 주고, 바르게 살게 하는 용기를 준다. 광주에 오면 편안하다. 연기자로서 매년 5월 광주를 찾은 것이 올해로 3번째다. 그런데 올해 5월 광주는 '많이 쓸쓸하다'. 내가 하는 공연은 공연 자체가 아니라 삶의 실천이다. 그래서 나는 연기하러 광주로 향할 때도 '공연하러 간다'가 아니라 '광주 간다'고 말한다. 그건 당연한 화두다.

# 광주 보기3 (2001년 5월18일)
어쩌면 지금 광주의 정신적 지주는 광주항쟁인지 모른다. 5·18묘역은 그 광주항쟁의 산 증거물이라 할 수 있다. 21년 전 산화한 넋을 위로하기 위해 묘역에서 제의를 올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 의식을 문화적 행위로 재현하는데 장소 제공을 거부당했다. 묘역에서 혼들을 불러내는 것은 '절대 불가'가 5·18재단의 뜻이었다.


이방인이 본 '광주'는…

위 사례는 최근 한달새 자신의 작업을 대중에게 선보이려고 광주를 찾은 서로 다른 작가의 '광주 보기'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들의 삶의 터전이 광주와 직접 연관성을 갖지 않는데도 작업이든 행위든 '광주'를 모체로 예술적인 표현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첫 번째 사례는 24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이미혜씨가 본 광주다. '광주에서 온 엽서'를 주제로 사진 이미지와 설치작업을 병행했다. 서울출신인 이씨는 낯선 도시 작업 시리즈의 하나로 광주를 선택했다.

광주시내 금남로 한복판에서 공사가 한창인 것도 그에겐 낯설었다. 지하철 1호선 공사 중. '광주에 아직 지하철이 없었구나'를 그는 처음 알게 됐다. 이방인의 눈은 전라도 음식의 맛깔, 소쇄원의 풍광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두 번째 사례는 문화기획사인 예기 플라타너스 대표 신영철씨가 본 '광주'다. 그는 지난달 26·27일 이틀에 걸쳐 광주에서 밤(20시, 5·18묘역)·새벽(4시, 도청 정문앞) '겨울여행2-마지막 여행'을 거리 공연했다. 마지막날 낮에는 '5월 광주' 영화를 3회 상영했다. 이 공연의 관객은 연기자와 직간접으로 연결 고리가 있었던 사람들로, 10명을 못 채웠다.

보아주는 이도 없는데…. 신씨는 "한국민으로서 광주라는 도시에 진 짐을 푸는, 내 삶의 몸짓이다. 광주에 와서 공연하면 다 인가 하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던진다. 내가 좋아서 한다기 보다 한국민이면 당연한 우리 모두의 삶 아닌가"하고 오히려 반문한다.

세 번째 사례는 21주년 5월을 맞아 상무지구 5·18자유공원에서 나흘간 야외무대 퍼포먼스 "오월의 시-서막'을 총연출, 지휘한 극단 무천의 대표 김아라씨가 보는 '광주'다.

첫날 공연에는 1천여명 가까운 관객이 운집했다. 관객의 성원은 무얼 의미하나. 김씨는 '그래서 힘을 얻는다'. '광주'를 지고 가는 일부 행정가, 관리자의 사고에 대한 섭섭함도 씻을 수 있다.


'광주'에 대한 진지한 성찰, 누가 하나

'광주'를 소재로 한 예술작업. 작가로서 당연한 직업이요, 작업일 수 있다. 그러나 광주와 직접 연관을 갖지 않은 이가 대하는 '광주'의 인상은 예사롭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광주에 몸담고 있는 이들의 '광주' 읽어내기는 실종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광주에 사는 이들, 시민이든 행정가든 문화예술인이든 모두 '광주 보기. 광주 대하기'의 접근을 새로 해야 하지 않을까.

거리 공연을 마친 신영철씨의 후일담이다. "3년째 5·18행사위원회 행사 일정의 하나로 공연했다. 다음해에 광주 오면 5·18재단 관계자는 '공연 잘 했습니까'가 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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